오늘은 에세이를 쓰겠습니다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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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있다면 종이와 펜 혹은 컴퓨터 그리고 약간의 배짱만 있으면 된다.

로버타 진 브라이언트 (Roberta Jean Bryant)

텀블벅 펀딩 프로젝트를 통하여 세상에 나온 책 <오늘은 일기 말고 에세이를 쓰겠습니다>를 만났다. 제목이 먼저 훅 구미를 당겼다.

그러고 보니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를 깊게 생각하지 못한 터라, 저자가 내린 정의가 궁금했다.

 

일기를 밥 먹듯이 쓴다. 평생 그래왔다.

일기장은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하거나 즐비하게 목표나 다짐을 감당해 주는 역할도 담당하고, 때로는 데쓰 노트(death note)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 에세이는 일기와 달리 아름다운 버전의 문학이라 생각했다. 즉, 비슷하지만 독자가 있고 없고의 차이랄까. 언어가 좀 더 순하다고나 할까.

 

에세이를 즐겨 읽는다.

이런 사람은 이렇게 살고 저런 사람을 저렇게도 살 수 있구나~ 사람 내 풍기는 진솔한 이야기가 어느새 내 가슴에 스며들어 위로와 공감대 형성이 된다. 이 지구에 따뜻한, 힘들어하는, 귀여운 또 다른 지구인이 있다는 게 좋다. 더불어 간접경험을 통해 나의 사고가 구체화되고 유연해지는 걸 경험한다. 지적 호기심이 늘어나는 '나'의 변화가 좋다.

 

나도 에세이를 쓸 수 있을까? 란 생각을 품으며 읽어나갔다.

저자는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에서부터 근본적인 글쓰기 테크닉, 작가로서의 마음가짐, 태도 등 경험담을 덤덤히 나열하듯 노하우를 알려준다.

 

특히 중간중간 "독자도 한번 해보세요!"라고 글쓰기 숙제를 내주는 부분이 좋다.

역시 책을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해야 비로소 독서의 빛이 난다던데...

 

어제 하루에 대해 써본다면, 하루 24시간 가운데 어느 시간을 조명하여 써보고 싶은가요?

 

게으른 독자는 아직 숙제 안 했다. 숙제하는 기분으로 잠시 멈추어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난 어제 무엇을 했더라... 무슨 생각을 하며 지냈더라... 아무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은, 그저 그런 또 다른 주말을 아이들과 보냈다. 그 안에서 나는 어떤 모습, 상황을 조명할 수 있을까...

 

저자는 '글감을 채집한다' 부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글의 주제를 만드는 방법을 제시한다. 아마 에세이를 쓰고자 하는 작가가 가장 고민되는 부분일지 모르겠다. 할 말이 없어서, 혹은 하고픈 말이 있는데 이것이 과연 독자들이 궁금해할까? 란 생각에 글쓰기를 주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내게 가장 크게 다가온 문장은 바로 이것이다.

주된 독자층을 상정하는 것은 기획과 마케팅에 필요한 요소이지만 스스로 한계를 두기보다는 먼저 가능한 한 많은 독자들을 품는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pg. 107

 

무의식중에 독자들을 소외시키거나 이해시키지 못하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동안 나는 글을 쓸 때 항상 타깃 독자를 두고 썼다. 에세이와 정보 전달과 같은 자기 계발서는 다른 것인지, 모든 글쓰기에서 그리하는 것이 좋은지는 더 고민을 해보아야겠다. 문득 무의식중에 독자를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한 채 독자는 저자가 뭘 이야기하려는지 알겠지.. 란 넘겨짚음을 깔고 이야기를 써 내려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건 고쳐야 하는 부분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내 이야기를 에세이로 출간하고 싶다란 생각을 해봄직하다.

명확한 글쓰기를 배우고 싶은 이들이 이미 경험해 본 작가의 노하우를 먼저 만나보는 게 무조건 도움이 된다.

<오늘은 에세이를 쓰겠습니다>를 통해 작가의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내닫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


에세이는 작가가 머물렀던 공간으로 독자를 초대하는 글입니다. 내가 앉았던 자리에 독자가 앉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내가 벗어둔 옷을 독자가 앉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내가 벗어둔 옷을 독자가 잠시 입어보도록 하는 것, 그리하여 나의 생각과 감정과 감각까지 공유하는 것이 에세이의 목적입니다.

pg 95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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