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여름 에디션)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휴남동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영주가 서점을 차리고 경험하는 것은 필자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경험하는 것과 굉장히 유사했다. 우선 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도 같아서 더 매료되어 읽었던 것 같다. 특히 항상 해보고 싶었던 북토크, 북미팅 장면도 좋았다. <일하지 않을 권리>란 책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자처해서 바보가 된 꼴'이라 생각하는 승우 작가처럼 말주변도 없는 내가 유튜버라니. 작가가 돼야지! 하고 작정을 하지는 않았지만, 승우 작가도 나도 어쩌다 보니 작가 데뷔를 했다. 강의 요청이 들어왔을 때도 너무 비슷한 고민을 했던 터라 과거 나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우리의 주인공 영주는 휴남동이라는 곳에 서점을 차리고 이것저것을 활동한다. 쉴 휴休. 좋다~

바리스타 민준을 직원으로 고용하며 맛난 커피 운영은 오롯이 그에게 맡기고, 영주는 서점을 통해 하고 싶을 일을 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종종 동네 서점을 오픈하는 것을 꿈꾸어본 적이 있다. 단순하다. 책을 좋아하니까. 그런 책 속에 파묻혀 있으면 마음에 안정감을 느끼니까. 그런데 서점도 사업이니 그렇게 낭만만 찾기엔 너무 현실을 알아 무모하게 뛰어들 생각은 1도 없었다. 사실 금정적인 것은 둘째치고 육아와 병행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더 크다. 아직도 '독박 육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그래서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유튜브를 선택했다. 육아와 자녀교육, 그리고 나의 미래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매개체. 말이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이지만 현실은 '잠을 안 자가며'가 더 맞을 지도 모르겠다. 뭔지 하나도 모르는 유튜브였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보단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나중에 영상 편집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그때부터 독학을 시작했다.


​책을 좋아하니 책에 대한 이야기를 영상에 담고 싶었고, 영어를 좀 아니까 영어에 대해서도, 영어원서를 추천하고 싶었고, 구매한 책에 대한 수다도 담고 싶었다. 누군가는 나처럼 책 수다를 재밌어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보니 자녀교육에 관심이 있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영상에 담아 채널에 하나둘 올리게 된 지 벌써 2년이 넘어 3년이 지났다.


영주처럼 나도 '2년'을 생각했던 것 같다.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에. 뚜렷한 목표나 기획을 거창하게 만들어 시작한 것이 아니기에. 2년만 해보고, 그 후에 어떻게 되나 지켜보자. 바람 따라 생각 따라 움직여보자.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영주처럼 고정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영상 내용이야 그냥 내가 좋아하는 책 이야기를 하면 되는 거니까. 그래서 더 쉽게, 다소 무모하게 시작을 했던 것 같다. 


이미 소장하고 있는 핸드폰과 처음 구매한 오디오 마이크 만 이천 원, 그리고 만원 정도 했던 삼각대가 전부였으니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다. 그땐, 영주가 '서점을 자리 잡는다'라는 의미가 무의미했던 것처럼 나에게 '유튜브 채널이 자리 잡는다'라는 의미 따위를 생각하지 못했다. 역시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내가 좋아하는 책 이야기, 자녀 이야기, 자녀 교육에 빠질 수 없는 책 이야기를 하다 보니 출판사, 유통사, 수입사, 공급사와 연이 닿았다. 공구 시장이 있다는 것도, 책 소개 영상을 제작하면, 영상 제작비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 업체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영상은 글과 다르기에, 내가 소개할 수 있는 책만 협업계약을 하고, 할 말이 없는 책은 정중히 거절을 해야한다는 점도 깨닫게 되었다. 정말 신기한 시장이었다. 더불어 내가 대표이니 다 내 맘대로, 누구의 눈치 하나 보지 않고 오롯이 내 맘대로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영주가 운영하는 서점처럼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서점처럼 책을 팔 생각으로 채널을 개설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연결해 주는 창구의 역할을 최근 많이 했다는 생각이 이 책을 보며 들었다. 이런 일을 하게 될 줄이야. 일반 서점보다, 동네 서점보다 무조건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정보를 나눌 수 있어서, 신기하고 놀랍고 뿌듯했다. 더불어 이러한 책을 나와 아이들이 함께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영주는 지난 2년 알고 지내던 동네 책방들이 하나, 둘 문을 닫는 걸 지켜봐왔다. 어떤 서점은 서점 주인의 속도에 맞춰 느릿느릿 걷다가 문을 닫았고, 어떤 서점은 서점 주인의 역량을 넘어선 속도로 걷다가 문을 닫았다. 돈이 안 돼 문을 닫는 경우, 돈은 어떻게든 맞출 수 있는데 앞으로도 지금처럼 과속으로 달릴 수 없다는 생각에 문을 닫는 경우, 여기에다가 이름이 꽤 알려진 한 서점이 문을 닫은 것에서 볼 수 있듯 과속에서 불구하고 생활이 되지 않아 문을 닫는 경우가 있었다. 


동네 서점을 운영하는 건 길 없는 길을 걷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영주는 생각했다. 어떻게 운영해야 좋을지, 그 누구도 확신에 차 조언해 줄 수 없는 사업 모델. 그래서 동네 서점 사장들은 하나같이 '오늘만 사는 삶'이라며 미래를 예측하길 조심스러워했다.(...)


그럼에도 동네 서점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다. 어쩌면 동네 서점이란 사업 모델은 지나갔거나 다가올 꿈같은 개념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영주의 머리를 스쳤다. 누군가 삶의 어느 시점에 꿈을 꾸듯 동네 서점을 연다. 1년을, 아니면 2년을 운영하다 꿈에서 깨듯 서점을 닫는다. 뒤를 이어 또 누군가가 꿈을 꾸듯 서점을 열고, 그렇게 계속 서점이 늘어나는 가운데, 서점을 한때 꾸었던 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함께 늘어난다. 10년 된 동네 서점, 20년 된 동네 서점을 찾기는 어려워도,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동네 서점은 존재하는 것이다."

pg 189


이 문장에 계속 마음이 간다. 서점을 유튜브 채널로 대체하면 너무 똑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문장에서 맴돈다. "어떤 서점은 서점 주인의 역량을 넘어선 속도로 걷다가 문을 닫았다." 지금 내가 딱 그렇다. 나의 역량을 넘어선 속도와 열정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비난과 푸념을 들을 때면, 서점 문을 닫듯, 채널도 닫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유튜브 채널은 서점처럼 처분할 것도 없다. 정말 쉽다. 그냥 사업자등록증 폐업 신고하고, 매년 내야 하는 세금만 안 내면 그만이다. 그게 6만 원이었던가. 채널도 글 한 줄이면 된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채널 문 닫습니다." 캬~~ 이렇게 쉽다. 그래서 꾸준히 새로운 채널이 생성되고 소리 소문 없이 닫는다. 물론 공지하고 닫는 곳이 더 많겠지만. 동네 서점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처럼 유튜브는 사라지지 않을 듯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은 내가 일단 애정하는 공간이었고, 휴남동 서점에 찾아와주는 분들이 늘어간 것처럼 채널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함께 만들어간 공간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묘사일 것이다.


"시도했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며, 과정이 즐거웠다면 결과를 따질 필요 없고, 무엇보다 영주는 지금 서점을 자리 잡게 하기 위해 애쓰는 이 시간이 좋았다. 그러면 된 거 아닌가? pg 190"


채널을 통해 만났던 좋은 사람들, 열심히 나누었던 정보, 나의 진심을 쏟을 수 있는 작은 놀이터에서 그동안 잘 놀았으니, 그러면 된 거 아닌가. 바쁘게 살 수 있어서 더 재미있었고 알찼고, 물론 육아와 살림을 함께 하느라 체력이 고갈되었지만, 뿌듯함과 감사함이 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었다. 숨통이 트였달까. 무엇보다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할 때 정말 뿌듯했다. 


우리는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힘을 낼 수 있거든. 나는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저 사람들도 다 힘드네? 내 고통은 지금 여기 그대로 있지만 어쩐지 그 고통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지는 것도 같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마른 우물에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 없을 것 같다는 확신도 들어.pg 193


​우아한 육아, 행복하기만 한 결혼 생활은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SNS를 많이 보면 우울해진다는 연구 논문에서처럼 나의 채널과 글이 누군가에겐 우울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점점 깨닫게 되었다.


깨끗한 부엌, 정리된 집 뒤에는 결국 집주인이 다 쓸고 닦고 개고생을 해야 하는 것을 어찌하여 생각하질 못하는 것인지. 우리 아이가 읽었으면 하는 책이나 교재를 소개하기 위해 분석하고 공부하고 아이와 경험해 보고, 업체들 섭외하고 가격 네고 하고, 기획하고 스케줄 짜고, 그 와중에 불필요한 감정 낭비, 에너지 낭비를 하는 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잠 부족으로 체력이 고갈되며 다시 워커홀릭의 진상을 부리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더 이상 행복감과 거리가 먼 하루하루를 그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무력감, 무료함, 공허감, 허무에 빠지게 되었다. 자기혐오는 말할 것도 없고.

우물에 빠졌다. 물론 우물이 그리 깊지는 않다. 그래서 이렇게 책을 통해 힐링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다음에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을 한다. 영주가 어떻게 서점을 꾸려나가며 성장하는지를 통해 나의 모습을 상상한다. 독서모임 멤버 중 무신론자 여자의 말처럼 '모든 일엔 일장일단이 있다', '일희일비하지 말자.'란 말을 회상하며 천천히 쉬면서 생각해 봐야겠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초심을 잃지 않고, '나를 위해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 생각하며. '정제된 예의와 적당한 관심' pg 221을 담아 나를 바라봐야지. 무슨 일을 하든 고민을 사라지지 않을 터. 열심히 생각하고 고민해야지.


​나의 채널이, SNS 공간이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곳이길 바랐는데, 여전히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안주하기 싫어 새로운 도전을 실행한 후, 나와 나의 가족, 내 주변의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 거창한 행복까지는 아니더라도 잠시 찾아들 수 있는 행복감에 대해 생각해 보자.


'재밌게 읽어야지'란 생각만 했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통해 생각 정리하는데 큰 도움을 받아 기대 이상으로 만족하고 음미하며 읽었다. 추가로 읽고 싶은 책 목록도 엄청 길어졌다. 


​그냥 이런 맛에 책을 읽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작가님과 작가님 글은 닮았나요?'란 질문도 여운이 남는다.

'나와 나의 글은 닮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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