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트리플 8
최진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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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한동안, 여러 날, 아니 지금까지도 이 소설의 여운이 남아있다. 서평을 진작 남기려고 했는데, 컴퓨터 앞에 앉으면 복잡한 마음에 쉽게 글을 써 내려가기 어려웠다.


왠지 모르게 혼란스럽다. 나도 유년기를 거쳐 지금의 어른이 되어, 유년기를 나처럼 겪을 우리 아이들이 있는데, 내가 너무 다른 건지, 세상이 변했는데 내가 너무 모르고 있는 건지...


어쩌면 나도 꼰대가 되어가며 아이들 세대의 생각을 전혀 모르고 사는지도, 아니면 모른척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주일>은 최진영 작가가 자음과모음에서 트리플 시리즈로 출간이 된 8번째 책이다. 


제목이 일주일이라서 월, 화, 수, 목, 금, 토, 그리고 일요일에 대한 야기가 담겨있나? 란 생각으로 책을 펼쳤는데, 예상과는 달리 그냥 일요일, 수요일, 그리고 금요일이라는 제목의 3편만 존재했다. 



"성장이란 단어보다 생존이란 단어에 익숙해진

지금 십대들의 '일주일'의 표정"


무엇이 우리 십대들의 삶을 이토록 힘들게 한단 말인가. 어른들이 만들어가는 사회가 우리 아이들에게 얼마나 힘겹고 버거운 건지... 우리가 십대들을 밀쳐내는 것인지, 그들이 어른에게 멀어져 가는 것인지... 이러한 복잡 무거운 생각에 여운이 참 많이 남는 책이었다.


"주희는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주희는 나를 투명인간처럼 대했다. 하지만 나는 견딜 수 없었다. 특권의식에 찌든 고주희의 폭력적인 말과 행동을. 애들을 깔보는 듯한 그 눈빛을. (...) 교실 또는 학교가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말은 나도 들어봤다. 선생님들은 사회에 나가면 이보다 더하다, 지금이 좋은 때란 걸 알아야지, 너희는 학생 신분으로 보호를 받지 않느냐, 너희가 할 일이 공부 말고 또 뭐가 있느냐, 사회는 전쟁터다 등등의 말로 우리를 협박했다.(...) 내가 전쟁터에서 사람 죽이겠다고 지금 미적분을 배우는 건가?"

_금요일 pg 91 


이 문장 말고도 여운이 남는 문장이 많았는데, 유독 이 문장이 계속 생각이 났다.


특권의식에 찌든 이 나라. 본받을 점이 없는 지도자들. 아무렇지 않게 우리 아이들을 협박하는 어른들의 언행들.


전쟁터에서 사람 죽이겠다고 미적분을 배우는 건가? 란 질문엔 빵 터졌다. 전쟁을 막기 위해 미적분을 잘 아는 수학자가 코드를 풀어서 수만 명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기는 하지. 꼭 총과 칼로 싸우는 건 옛날 말이니까. 그치... 그땐 그런 걸 모르지... 근데 학생이 하는 일이 공부라는 말은 나도 참 많이 하는 말이다. 물론 공부 말고 재미난 거 많이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지금이야! 란 말도 함께. 


사회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건 맞지만 또 그리 지옥 같은 곳은 아니라서.... 정말 전쟁터인가? 란 생각도 곰곰이 해본다. 


내가 내린 결론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세상을 핑크빛으로 보면 한없이 지구가 아름답고 고마운 사람들 투성에 감사함이 가득한 나날을 보낼 것이고, 회색빛으로 보면 암울하기 그지없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속물이고 특권의식에 쩔어있고, 이용하려고만 들고.


결국 어떤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내가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 더 명확해진다.


얇고 작지만 결코 쉽게만, 만만하게만 볼 수 없는 책. 굵직한 메시지가 담겨있어 책을 다 읽고 계속 회상하게 되는 책이었다. 그러며 우리 아이들의 행동과 태도를 더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다. 십대 소년인 우리 큰 아들은 어떤 생각과 경험을 하며 십대를 무사히? 보내게 될까. 나는 옆에서 어떤 모습으로 지켜나갈까.


무엇이 되었든 자주 안아주고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주어야겠다. 사회에서, 학교에서 너덜너덜 해져왔을 때, 언제든 돌아갈 곳이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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