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여행자
무라야마 사키.게미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아주아주 얇은 책이 도착했다. 내지가 아주 뻔쩍뻔쩍 거린다. 고급 잡지를 읽는 기분이랄까. 앉은 자리에서 단번에 읽을 수 있을 만한 큰 부담 없고 이쁜 책이다.



이 책의 내용도 풋풋하지만 단연 일러스트가 눈에 쏙쏙 들어오는 책이기도 하다. 총 3가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꽃게릴라의 밤, 봄의 여행자, 그리고 또그르르. 마지막 또그르르는 색을 빗대어 시 같기도 하고 산문 같기도 한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림과 색상, 그리고 글이 합쳐져 모든 묘사가 더 풍부해지는 느낌이다.



이 책의 표지가 두 번째 이야기인 <봄의 여행자>의 내용에 대한 그림인 것 같다. 하늘을 나는 거북이가 마을에 잔뜩 달아올 것 같다는 할아버지의 말씀. 거북이들은 51년에 한 번씩 먼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오는데 이 마을의 언덕에 알을 낳는다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은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게 된다. 몽상적인 이야기 같지만 왠지 빠져들게 된다. 아주 흥미로운 상상력이다란 생각을 하면서. 전쟁이 주는 폐해에 대해도 함께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아주 아주 먼, 조상 시대부터 우리는 그래왔어요. 같은 이 별에서 태어난 지구의 형제여. 당신들을 만나기 위해, 당신들의 곁으로 돌아오기 위해 우리는 머나먼 하늘을 여행한답니다. 


pg 49


첫 번째 이야기긴 <꽃게릴라의밤> 도 신선했다.  꽃게릴라의 의미도 너무 사랑스럽다.


꽃을 훔치는 사람을 꽃도둑이라고 한다. 그럼 '꽃게릴라'는 무엇이냐 하면, 공원이나 공터나 남의 집 정원 같은 곳에 몰래 꽃씨를 뿌리거나 알뿌리를 심거나 하는 사람을 말한다.


pg 9


사람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때,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을 그 사람에게 덧씌워 보곤 해. 진짜 그 사람이 아니라, 자기 마음이 만들어낸 공상의, 환상의 모습을 동경하는 거야.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알게 될 거야. 사람은 누구나 그렇거든. 누군가를 동경하고 그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언젠가 그 사람을, 그 환상 속의 모습을 앞질러 가.


그렇게 어른이 되는 거야


pg 22


모든 것이 새로 시작하는 봄이 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만 묶여 생활을 해서 그런지 꽃과 새싹이 주는 기쁨이 몇 곱절 더 소중하고 감사하다. 보이지 않는 병균과의 전쟁에서 피폐해진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기에 잠시나마 책에 정신을 쏟으며 읽기에 좋은 <봄의 여행자>를 추천하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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