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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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정말 강력한 단편소설을 만났다. 어찌가 공감이 되고 피식 웃게 되고, 캐릭터 매력에 풍덩 빠지게 된다. 장류진 소설의 <일의 기쁨과 슬픔>에 수록된 하나의 단편소설이다. 책 제목만 보고, 왜 알랭 드 보통 작가의 책 제목과 동일하게 했을까? 란 의문이 처음 들었는데, 알고 보니 알랭 드 보통의 에세이에서 착안해서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알랭 드 보통의 <일의 기쁨과 슬픔>도 우리 집에 있는데, 읽다가 만 것 같기도 한데 기억이 가물가물...



장류진 저자의 <일의 기쁨과 슬픔>은 월급쟁이 회사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정말 격하게 공감할 이야기가 담겨있다. 제목 그대로 일이 주는 기쁨과 슬픔에 대해 어딘가 진짜 있을법한 이야기.



소설 첫 장면부터 빵 터졌다.


애자일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스크럼 시간을 최소한으로 하려는 노력을 깡그리 무시한테 대표는 회의를 무슨 조회시간인 것처럼 금쪽같은 시간을 갉아먹는 장면부터 시작이 된다. 그리고 소통하는 수평한 업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위계 있는 직급체계를 없애기 위해 영어 이름을 부른다니!!! 그냥 상상만도 왜 이렇게 코미디인지.



물론 실제 회사 내에서 수평한 업무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무던히 노력들을 한다. 내가 몸담았던 회사도 일부터 파티션을 낮게 만들고, 상무, 대표들의 책상을 사원들과 아주 가까이, 그리고 심지어 방도 없고 당연히 문도 없다. 헐~ 즉, 우리 사원 나부랭이들이 뭘 하는지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다~~~ 모니터링이 가능한 회사 구조가 되어버려서 우리만의 아지트를 만들어서 담소를 나누어야 했던 기억이 소록소록 났다. 컴퓨터 모니터도 너무 시원하게 노출, 오우 노우 부담 백배. 비싼 컴퓨터 스크린 커버(정면으로만 봐야 스크린이 보이고, 옆에서는 볼 수 없게 만드는 커버)를 사비 털어 구매했던 기억이. ㅋ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바탕으로 각자 등장인물들이 회사를 다니며 임하는 태도의 묘사가 짧지만 매우 강렬하다. 한참 슬럼프, 매너리즘에 빠져 회사를 다니면서 나를 다독였던 건, 회사에서 행복을 찾지 말고, 행복한 일을 더 즐기기 위해 회사의 힘을 빌리자. 회사 문을 나오면 전기코드 뽑듯, 회사일은 잊자! 였지만, 이 둘 다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 같기는 하다. 그래서 회사 내에서 오피스 허즈번드(office husband), 오피스 와이프(office wife), 오피스 컴패년(office companion) 을 만들어 마음의 위로를 했던 것이 일반적인 추세였으며 이런 대화를 동료들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마음에 맞는 사람 하나 없으면, 무슨 재미로 회사가누~~ 이런 식으로. 하지만, 불륜은 오우 노우~ 이런 거 하지 맙시다!



"회사에서 울어본적 있어요?" 이란 질문을 한다. 그럼 회사에서 안 울어본 사람도 있을까?가 처음 드는 생각이었다.




이 책, 우리가 속해 일하는 환경, 내가 가지고 있는 일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을 하게 한다. 더이상 월급쟁이 회사원이 아니더라도.


직장인이라면 내가 하루를 살면서 얼마나 오랫동안 회사에서 지내는지, 사실 가족보다 친구보다 더 오래 보고 마주하는 이들이 회사 동료라,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최대한 잘 지내보려 노력한다면, 죽도록 가기 싫은 회사가 슬픔보다 기쁨으로 더 와닿지 않을까? 취업이 어려운 요즘이다. 회사 가면 힘든 건 알지만, 그래도 갈 회사가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등장하는 '안나', 아마 같이 회사를 다녔으면, 내가 무척 좋아했을 것 같은 류의 사람이다.


재미있다. 우선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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