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다 읽고 아이와 나는 고요하게 정적인 시간이 잠시 흘렀다. 오랜만에 소리 내어 책을 읽어준 나도, 책을 들으며 그림을 지켜보던 아이도.
순간 이 책을 통해 어떤 추가적인 대화를 나누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아이는 이 책을 보며 무슨 생각이 들까?
이 책에는 일곱 명의 아이들이 등장하는데 이름은 동일하지만 사는 환경도 지역도 모두 다르다.
처음으로 칠레에서 살고 있는 8살 파블로가 등장한다. 파블로의 아빠는 구리 광산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광산의 그림이 어둡게 그려진다. 집에 돌아오시면 침대로 곯아떨어져 주무시는 모습을 짠하게 바라보는 파블로의 모습, 밖에는 허물어져가는 집, 아빠 가슴에 손을 대며 그나마 따스함을 느끼는 기특한 파블로.
그러며 에콰도르에 사는 파블로 이야기로 넘어간다. 아마존 밀림에서 열매를 따는 엄마와 살고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다는 수식어에서부터 여락한 환경일 것이란 걸 짐작할 수 있다. 말라버린 개천을 따라 떠돌이 악단이 마을에 들어왔는데, 엄마와 파블로는 뒤를 쫓아가며 오렌지 하나를 가까스로 건넨다. 풍요롭지 않아도 나눔을 할 줄 아는, 감동을 느낄 줄 아는 파블로와 엄마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군사정권의 압제를 피해 탈출해서 멕시코에서 살고 있는 아르헨티나 소년 파블로, 뉴욕에 살지만 가이아나에서 온 이민자의 아들, 페루의 작은 시골 학교 선생님의 아들인 파블로, 리오 데 자네이로 빈민가에서 사는 파블로, 쓰레기장을 뒤지는 아이들의 모습에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이 부분부터 고민이 시작된 것 같다. 아이와 어떤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을지... 이렇게 아직도 여락한 환경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많이 있단다~ 끝? 너희들은 호의호식하며 살고 있으니 감사한 줄 알아라? 에이, 이건 좀 아니다 싶고. 이렇게 힘든 환경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이 지구상에 많이 있으니, 물 한 잔도, 밥 한 숟가락도 아끼고 소중하게 먹어라? 기부와 나눔은 실천하는 것이라고?
그러며 다음에 등장하는 파블로 이야기는 눈물이 울컥하기도 했다. 이 책에 등장한 파블로는 멕시코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으로 이민을 가려 하지만 국경 수비대가 두 번이나 붙잡아 멕시코로 돌려보냈지만 또다시 미국 땅으로 건너가려는 시도를 하는 모습을 그린다. 미국에서 엄청 시끄럽게 다루고 미국 대통령 트럼프를 비난하는 뉴스가 하루 종일 나왔던 일화가 생각이 났다. 아, 비난하는 뉴스는 여전히 매일 나오는구나. 미국의 Family Separation Policy로 인해 엄청 시끄러워서 결국 멈추었지만, 여전히 문제점이 심각하다는 뉴스를 종종 본다. 그리고 심지어 7명의 아이들이 immigration custody를 하는 동안 죽었다고 한다. 그러며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자라는 opinion 기사를 보기도 했다.
어렵다....
다 같은 지구인인데... 다 같이 심장도 뛰고 감정이 있는 인간들인데....
지형적, 외교적, 정치적, 경제적인 문제들 등으로 인해 여전히 세계 곳곳의 아이들이 힘들게 지내고 있다.
세상에 더 관심을 두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나도, 아이들이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책이기도 하다.
https://www.buzzfeednews.com/article/jessmoralesrocketto/remember-their-na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