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짤리면 지구가 멸망할 줄 알았는데 - 회사에서 뒤통수 맞고 쓰러진 회사인간의 쉽지도 가볍지도 않았던 퇴사 적응기
민경주 지음 / 홍익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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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제목이다. 왜냐면 진짜 회사에서 짤리면 큰일이 날 줄 알았는데 별거 없더라~라는 느낌을 팍 주는 책이었다. 많은 젊은이와 늙은이? 오잉?에게 희망을 주는 책이길 바라며 읽어내려갔다.

이 책은 저자가 서른 살이 되던 해에 회사에서 퇴사(짤림)을 하면서 시작되는 일기 같은 형식으로 구성된 책이다.

나의 지난 세월을 회상하게 만들었지만 뭔가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책이기도 했다. 자기반성도 하게 되고 너무 하루하루에 꿈도 희망도 없이 현실의 안락함에 젓어 있는 나에겐 은근 자극도 되는 책이었다. 또 하나 웃긴 건, 이젠 내가 곧 마흔을 향해 달려가다 보니까, 서른 살에 회사에서 짤렸다한들, "아직 어린데 뭘~~" 이런 생각이 들어, 내가 나이가 들었구나를 또 한 번 새삼 느끼게 되기도 했다. 서른... 난 그때 뭐 했더라... 아, MBA를 갔던 거 같다. 아놔, 이것도 기억이 가물가물...

책 내용 중, "평소에 나는 얼마나 도전적이었는가"란 pg 76 글을 보면서 나와는 참 다른 삶을 살았던 저자를 떠올리기도 했다. 소심하게 받아들이는 점은 나와 동일하지만, 난 좀 다른 소심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살짝 되바라진? 겉으로 쌘, 하지만 속으로 벌벌 떨었던? 아이고... 그 도도했던 난 다 어디로 가고, '무조건 안 튀고 숨어 지내야 해'란 생각이 드는 걸까. 어쩌면 지금 나의 본심과 추구하는 나의 모습이 충돌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민경주 작가의 글을 보면서 또 한 사람의 생각과 삶을 통해 나의 생활이 겹쳐 보인다.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이렇게 퇴사를 하고 나면 이런 기분과 생각이 들 수 있겠구나. 한 치 앞도 모르겠는 인생 pg 217,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24시간 동안 우리는 또 얼마나 다른 그림을 그리며 인생을 살아갈까를 생각하게 된다.

책이 엄청 매끄럽고 교훈적이었다기 보단 누군가의 인생을 통해 나의 인생을 돌봐보는 계기가 되었고, 나와는 참 다른 누군가를 만난 기분이 들며 응원을 해주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퇴사로 인한 아픔, 그림을 지속해서 그려나가는 어려운 길, 그렇지만 그래도 살아 숨 쉬는 이 기쁨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하단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멋진가. 이렇게 그림도 그리고 글 쓰는 작가가 되었으니 말이다. 나도.... 나도 뭔가를 하고 싶은 원동력을 듬뿍 주는, 의외의 기쁨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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