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별이 내리는 밤
메이브 빈치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특별하지 않음에서 오는 특별함을 주는 책!

이 책 표지와 가장 근접한 풍경의 사진을 찾아보았다. 아마 이곳은 그리스의 작은 마을 아기아안나 일 것이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풍경 사진을 결국 찾지 못했다. 그렇다면... 결국 내가 직접 가봐야 하나? 하며 여행을 가야만 하는 이유를 부여해본다.

역시 기대했던 것처럼 내 맘에 쏙 드는 소설이었다. 메이브 빈치 작가는 <그 겨울의 일주일>이란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는데, 그때 느꼈던 감정처럼 이번 책인 <비와 별이 내리는 밤>에서도 고스란히 느꼈다.

박진감 넘치고 책이 엄청 술술 넘기는 책은 아니다. 추리소설 스릴러를 보다가 이 책을 읽으면 빠르게 질주하던 차를 타다가 자전거 페달을 밟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이 소소한 느림의 기쁨,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이라 너무 좋았다. 특히 인간미가 넘치는, 서로가 서로를 아껴주는 모습에서 흐뭇한 미소와 부러움까지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여러 나라(독일, 잉글랜드, 아일랜드, 미국)에서 각자의 삶을 살다가 본인의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각자의 이유로 도망치듯 그리스 아기아안나로 와서 만난다. 그러며 예기치 않은 유람선 사고를 접하면서 삶과 죽음의 문제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시간을 함께 보낸다. 살아남은 자들인 자신들에게 주어진 문제를 더 치열하게 고민하게 된다. 어제는 생판 모르던 사람이 서로를 도와주고 함께 있어주며 펼쳐진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사람이 있고, 결국 사람은 사람에게 끌리게 마련이구나.. 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아름다운 작은 마음에 닥친 사고로 인해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죽으며, 마을의 분위기는 슬프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며 또 이겨내는 과정에서 세월호 사건이 회상되기도 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의 사연들을 들여다보며 나의 삶과 겹치는 부분을 회상하며, 나는 어느덧 그리스 아기아안나에 여행하고 있는 그들 중의 한 명이 되어 나의 이야기를 그들과 공유하게 된다.

우리는 모두 상처받은 영혼들이다. 그리고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며 다른 이의 상처를 치유하며 살 때가 더 많다. 남에게 더 관대하고 관용을 베풀지만 정작 나에겐 더 매정하고 차갑다. 남의 문제에 대해서는 쉽게 명확한 답을 제시하면서 자신들의 삶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는걸,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며 느낄 수 있다.

등장하는 여행객들 중 가장 궁금증을 자아낸 캐릭터는 '보니'라는 여성이었다. 작가도 세심하게 그녀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녀는 여행을 온 이들과 친해지고 사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이런저런 조언을 하며 말다툼이 일어난다. 역시 각자의 인생은 각자 선택하고 행동에 옮기게 된다는 말에 공감하게 되었다. 조언을 바라지만 어느덧 나의 선택과 의견에 동의를 해달라고, 지지를 해달라고 대화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또 들었던 생각이, 난 남의 사정에 대해 크게 궁금해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꼬치꼬치 캐묻지 않는다.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그리고 그것이 배려심이 많은 것이라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 소설 안에서는, 다시 언제 또 만날지 모르는 사람들끼리 자신의 이야기, 남의 이야기를 하며 참 궁금해한다. 그 점에서 나의 마음에 혼란이 왔다. 외로운 건 싫은데 남의 참견을 싫어하는 나의 모순된 심정이 들킨 것 같은 마음이랄까.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관심을 갖고 질문을 하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 수 있을까? 관심을 표현하는 것일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을 읽으며 타인에게 더 관심을 갖고 좀 더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요하게 아니고, 흑심을 품고도 말고. 

책 안에 아름다운 시적 표현도 많고, 문장이 너무 좋아서 읽는 내내 마음이 좋았다. 여느 서평과 달리 더 심혈을 기울여 남기는 글인데, 나의 마음이 글로 표현이 안 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우리들의 삶을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만들지 말자, 변화와 성장은 열려있는 것이니 용기를 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