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질문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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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읽어봐야지... 했던 책이 <태백산맥> 이랑 <정글만리>였다. 심지어 둘 다 소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이북으로 구매해서 손이 안 가는 거였던가?

조정래 작가의 책 중 만나본 작품은 <풀꽃도 꽃이다>였는데, 이 책 읽으며 많은 생각을 가져다주었다.

이번에 읽게 된 <천년의 질문> 역시 그러하다.

사실 난 정치도 잘 모르겠고, 영화도 요즘엔 잘 안 보기 때문에 이 두 영역에 무지한 상태에서 <천년의 질문>을 읽으니, 이 또한 어디까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소설 속 상상 이야기인가..에 계속 혼란이 오기도 했다. 진짜 세상이 이렇게 흘러간다면 너무 착잡하고 답답하기에 무의식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너무 실제 인물이 거론이 되어, 책을 읽으면서 조정래 작가가 얼마나 답답하고 하소연할 곳이 없으면 소설 속에 이야기를 녹여 비평, 비판을 하고 싶었을까란 생각이 내내 들었다. 특히 대통령 이름들이 실제 거론이 되면서 들었던 생각이, 한 나라의 대통령씩이나 하셨는데, 본받고 싶거나 멘토로 삼고 싶은 사람이 하나도 없구나... 란 생각이 아쉽기도 했다.

조정래 작가의 시선과 의견을 모두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도 분명 있다. 예를 들어, 영어공부에 대해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에 일정 부분 동의하고 동시에 동의하지 못하겠다. 이 내용은 예전 <풀꽃도 꽃이다> 소설 속에서도 적잖은 불편함을 가지며 읽었던 기억이 소록소록 났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영어를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받는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라서 국어가 물론 가장 중요하지만 영어도 중요하다. 문제는 교육자와 양육자가 미친 듯이 물불 안 가리고 줏대 없이 시켜서 그렇지.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움으로써 다양한 문화도 접하며 자연스럽게 배우고 더 넓은 시야를 갖는 건 물론이고 전반적인 언어에 대해 그리고 다양한 문화에 대해 이해력이 향상된다는 점은 이미 다양한 학술에서도 발표한 바 있다. 만약 우리가 오롯이 이 세상에서 한국어만 안다면, 한글이 이토록 아름답고 과학적이고 자랑스럽다는 걸 충분히 느끼지 못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제2외국어로 배우듯, 미국에서는 스페인어를 배운다. 심지어 어린이집 다니는 영유아 때부터. 다른 나라의 언어, 문화를 접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포옹력도 넓어지고 사람들과의 다름을 어렸을 때부터 배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영어공부를 미리 시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목적과 과정이 문제가 되는 거다. 근데 다소 조정래 작가의 글을 보면,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 교육 전면 실시였다. (...)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그럴싸한 명분이 붙어 있었다. 그건 얼핏 들으면 선견지명과 혜안이 있는 지도자처럼 보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모국어 경시와 국민 의식 균열을 초래할 위험을 안고 있었다." pg 61

글쎄... 한국어를 이미 태어났을 때부터 부모에게 배웠고, 초등학생 1, 2학년부터 2년간 배웠고 어느 정도 글밥있는 책을 소화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고작 알파벳을 3학년 때 가르쳐주는 것이 그리 큰 문제이고, 모국어 경시를 하게 되는 것일까? 조정래 작가가 얼마나 영어에 목숨 거는 학부모와 교육자들이 못마땅하면 그러실까... 생각을 해보니, 또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IMF 사태가 벌어졌을 때, 국내에 내놓으라는 전문가들이 좀 더 전문가답게 일 처리를 하고, 영어를 더 잘해서 협상을 잘 했더라면, 우리나라가 이토록 억울하게 피해를 고스란히, 특히 국민들이 받게 되었을까? 예전에 리먼브라더스 사태때 역시 한국 기업이 속수무책 당했던 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었던 것도 기억한다. 금융 전문가들이 좀 더 글로벌 시대에 맞게 영어를 잘 했다면 조금은 덜 타격을 받진 않았을까? 란 생각을 MBA 수업을 들으며 종종 하기도 했다. 그래서 금융회사에서 이토록 해외파 인재를 선호하나 보다... 싶기도 하다.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

조정래 작가의 책을 읽으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놈의 돈이 뭐라고, 돈돈돈... 답도 없고.... 예전에도 들었던 생각인데, 조정래 작가의 돈에 대한 묘사가 참 감칠맛 나고 속 시원하고 재밌지만 씁쓸하다.

우리의 장우진 기자와 이유영 선생님, 고석민 교수와 윤현기 의원, 성화 기업과 대양기업이 어떻게 얽히고 섞여서 이야기가 진행되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조정래 작가의 생각을 쏟아낸 글을 읽으며, 작가와 침묵 속에서 열띤 토론과 디베이트를 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천년의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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