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가 돌아왔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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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 자리에서 하루 만에 쫘악 다 읽었다. 이 두꺼운 책을. 스스로도 놀랐다.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책이었다. 처음부터 도대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너무 궁금해서, 이야기가 풀릴 듯 말 듯 진행이 되는데, 작가의 위트 있는 멘트에 매료되어 목덜미가 뻐근한 것을 마사지하며 읽었다. 마지막까지 반전에 반전, 정말 이렇게 관계가 이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 우선 너무 기대는 하지 말고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그러면 이 책을 읽은 후, 왜 필자가 이렇게 말하는지 이해를 할 수도. 원래 또 기대를 너무 하고 보면, 허무하고 실망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살짝 아쉬운 부분은 "그래서 애니가 애니가 아니란 거야?" 정도랄까... 이건 다소 받아들이기 어려운, 쬐곰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수 있다는 것이 좀 아쉬웠다. 이 대목을 읽으며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를 회상하기도 했다. 인간이 추구하는 것은 점점 죽지 않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 ​ 등장인물을 제대로 파악하고 읽으면 사건이 전개될 때 뭔가 미리 짐작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낭패였다, 작가 윈! 등장하는 사람이 내 머리로 다 기억할 수 없어서, 이름을 적어가며 읽었다. 성, 이름, 그리고 닉네임까지, 인물 한 명에 3개의 이름이 할당될 수 있어서, 이번엔 좀 누가 누군지 잘 알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비롯 독서노트는 엉망진창이 되긴 했지만. ​ '안힐'이라는 마을에 다시 돌아간 조지프 손은 왜 이 마을로 다시 돌아갔는지, 애니는 누구인지, 조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도대체 이 마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 궁금하시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작가의 펜힘에 정신 쏙 빼고 읽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 ​ C.J.튜더의 첫 작품인 <초코맨>도 정말 재미있다는 평과 추천을 받았는데, 미처 읽어보지 못했다. <애니가 돌아왔다>를 읽고 난 후, 난 무조건 이 작가의 팬이 되었고, <초코맨>도 꼭 읽어봐야지! 란 마음이 생겼다. ​ 책 속으로 그게 인생의 문제다. 절대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 이게 중요한 순간일지 모른다고 손톱만 한 단서조차 주지 않는다는 것. 당신은 여유를 두고 그 순간을 흡수하고 싶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나간 다음이라야 붙잡을 만한 순간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pg 219 ​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안다. 상심은 개인의 몫이다. 상자에 든 초콜릿처럼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다. 온전히 자기만의 것이다. 발목에 쇠사슬로 연결된 삐죽빼죽한 쇠공이다. 어깨를 덮은, 스파이크 박힌 갑옷이다. 가시 면류관이다. 어느 누구도 내 고통을 느낄 수 없다. 깨진 유리 조각이 신발 가득 담겨 있어서 한 발짝 내디디려고 할 때마다 발바닥이 피투성이로 갈기갈기 찢기기 때문에 아무도 내 신발을 대신 신어줄 수 없다. 상심은 가장 끔찍한 형태의 고문이고 끝날 줄을 모른다. 그 지하 감옥이 평생 내 차지다. pg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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