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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의 꽃 - 2019년 50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최수철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5월
평점 :
인생은 뭔지 한마디로 말할 수 없겠지만, 이런 말은 할 수 있지. 인생의 매 순간은 독과 약 사이의 망설임이야. 망설일 수밖에 없지. 하지만 오래 주저하고 머뭇거려서는 안돼. 어느 순간 약은 독이 되어버리니까. pg 100
독은 악도 어둠도 병도 아니다. 독은 이 우주의 자연스럽고 당연한 부분일 따름이다. 그리고 나는 그저 세상의 독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된 채 살아온 사람이다. pg 134
우선 '독'이라는 주제로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작가가 너무 대단해 보였다. 의도와는 달리 최근 나 역시 항생제라는 이로운 줄 알았던 약이 내 몸에 들어와 독으로 작용을 해서 엄청 고생을 했었다. 약이 부작용
근데 "독의 꽃"을 읽고 있노라니 뭔가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우리 주변에 독을 품은 사람, 물건, 생물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새삼 생각하게 하는 책이기도 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독에 노출이 되어 병실에 입원한 환자'나'가 같은 병동을 쓰게 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글을 쓰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사실이면서도 사실 같지 않은 상상적인 우화 같은 것이 될 수도 있다며, 인생의 아이러니와 패러독스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는, 본인의 이야기이자 '조몽구'의 이야기, 그가 들려준 이야기이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겠노라며 본격적으로 조몽구에 대해 이야기로 막을 연다. 막을 내리는 것도 '나'이기도 하다.
도대체 조몽구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충분히 궁금증을 자아내고 지속적으로 그의 이야기를 듣게 한다. 그의 어머니, 아버지, 삼촌, 그리고 그와 묘하게 엮이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년시절부터, 어쩌면 훨씬 그전부터의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조몽구의 유년시절, 어머니의 죽음 이후의 성장과정, 그리고 입사 후 성년기의 이야기를 통해, 그가 만나는 등장인물들 역시 만나게 되는데, 모두 매우 독특하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모두 독에는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생각, 행동거지는 무어라 형용사로 묘사할 수 없을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다. 소설을 읽고 있으면 뭔가 침울하고 음지에 있는 듯한 기분과 축축하고 때로는 어지럽다가 갑자기 명료해지는 기분을 함께 느끼게 한다. 두통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오는데 그때마다 괜스레 나 역시 두통이 다시 시작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며 최수철 작가의 펜힘으로 이야기를 끝까지 숨죽이고 지켜보게 된다. 이렇게 길고 긴 조몽구란 인물의 인생을 '독'과 연관되어 이야기가 펼쳐나가는 게 신기하다 와 그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책을 내려놓을 수 없다란 생각이 교차하며 소설을 읽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