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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음 - 귀찮의 퇴사일기
귀찮 지음 / 엘리 / 2019년 1월
평점 :
<귀찮의 퇴사일기> 가볍지만 신중하게 읽었다. 재미있다. 옛 생각이 많이 난다. 내가 사직서를 내는 입장에서 바라보던 관점이, 사직서를 나에게 내는 위치에 선다면 어떤 기분일지를 생각하는, 벌써 이런 나이가 되었구나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기도 했다.
첫 장부터 연봉 협상이 나온다.
이 연봉 협상, 참 할 말 많다. 운이 좋은 케이스인지 모르겠지만, 연봉 협상의 달인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참 잘했던 것 같다. 꽁수가 있었던 것 같기도.... 일을 잘하는 사람이었다기보단, ㅋㅋㅋ 일 잘하게 보이는 인재로 보이게끔 쇼맨십이 좀 있었던 직원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협상 테이블에서 내가 이리 당당할 수 있었으랴... 어차피 시장에 인재는 많다. 하지만 익숙한 인재로 키우기까지 사실 회사 입장에서도 직원에게 투자를 하는 셈이다. 기껏 투자해 놓았는데 이직을 하겠다고 하면, 잡을 수밖에 없다. 회사 입장에서는 손실이다. 내가 팀장이 되어 일을 해봐도 팀원이 나가겠다고 하면, 눌러 있으라고 꼬시느라 어찌나 애를 태웠던지... 나 역시 대우를 잘해달라 사표를 내던지던 어린 시절이 있기도 했고... 경력단절이 되고 아이가 유치원에 간 낮 시간에 잠시나마 동네 영어학원에서 시간강사를 해본적이 있다. 첫 월급 140만 원에서 부원장 300만 원까지 되기까지 5개월이 걸렸으니.... ㅋㅋㅋ 부원장을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닌데... 어찌저찌하다 그렇게 되었다. 물론 둘째 임신으로 그만둘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사표를 던지고 싶어도 소속이 되어 있는 곳이 없구나... 육아에 사표를 던지고 싶어도 고용주가 없기에.... ㅋㅋ (헉, 또 푸념모드? 아냐아냐, 행복해! 감사해! 마법을 거는 중 ㅋㅋ)
귀여운 그림과 간결한 내용이 담긴 <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음>을 읽으며, 망하지 않는 인생을 어찌 살아야 할지, 내 인생을 회상하고 앞으로 어떻게 전진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꽁냥꽁냥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이다.
화려하지 않은 그림이 더 와닿는 것은 왜일까? 퇴사하고 난 후의 삶을 읽으며 나와 많이 비교하게 된다. 책을 집필하며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라고 하는 말에 참 공감되었다.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닌 책 읽고 서평 쓰기를 꾸준히 하려는 이유는, 지속적으로 나를 마주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다. 이런저런 책을 읽으며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는 동시에 나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에, 이 시간이 참 소중하다.
불안의 종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작가가 생각하는 불안의 종류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불안의 종류에 대해.
작가는 '반짝했다가 사라진 사람'이 돼 있을 것 같아 불안하다고 한다. 이대로 모두에게 잊히게 될까 봐. 작가가 업이라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에 토닥토닥해주고 싶었다.
그렇다면 나는 불안한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 역시 불안한 마음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불안한 것은...
아무것도 안 하고 안주해 있는 초라한 자신을 마주할 때, 그때가 참 불안하다. 억만장자가 되고 싶다는 꿈은 없지만, 과거의 나보다 미래의 나가 허접해 보이는, 그래서 내가 나에게 실망하는 모습이 싫다. 항상 바쁘게 진취적으로 살아오다가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발전이 없이 매일 식충이처럼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참 불안하다. 난 그런 것 같다.
귀찮 작가의 <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음>을 읽으며, 나 역시 나를 돌이켜보며 오롯이 나를 마주하게 된다.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희망의 메시지를 나 스스로에게 날려보낸다. 괜찮아, 잘 될 거야. 불안해하지 마. 회사는 퇴사해도 또 취직을 하면 되지만, 인생에는 퇴사가 없으니, 어떻게 잘 살아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하다 보면 나의 불안감이 사그라들지 않을까... 란 생각도 조심이 해본다.
귀찮 작가의 퇴사를 진심으로 축하하고, 책 출간 역시 축하한다고,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팬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서른, 아직 너무 어리다. 많이 경험하고 깨닫고 행복하길 바라는 열성 팬 독자가 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