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읽은 아이 책 중 가장 어려운, 심오한, 쉽게 풀어쓰려 노력이 보이는 책을 만났다. 이런 책을 어렵고 심오하다고 치부해버리는 나의 선입견일 수 있다는 생각을 아이를 통해 깨닫기도 했다. 어려울법한데 은근 끝까지 잘 읽는다. 읽고 난 후, 무궁무진하게 궁금한 것이 많다면서 질문 노트에 질문들을 끄적이기 시작한다.
이 책을 읽기 바로 전에 아이와 atom, element, molecule에 대한 책을 읽으며 대화를 나누었는데, <쿼크, 별 그리고 아이>를 만나, 이야기의 폭이 더 넓어지게 되었다.
우선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이기에 책을 읽는 아이가 신통했는데, 사실 난 읽는 내내, 아이가 어느 정도 이해를 했을까가 무척 궁금했다. 등장하는 단어, 개념들이 사실 제대로 명확하게 모르는 것들 투성이기 때문이다.
양성자, 중성자, 소립자, 쿼크, 카오스, 원자, 분자, 입자, 융합, 세포, 유기체 등등 등장하는 단어들이 기본적으로 쉽지는 않았고, 뭐라도 물어보면 잔뜩 긴장을 하기도 했다. 학창시절에 배웠던 내용을 억지로 끄집어가며 답을 해주고 네이버 검색을 하면서 좀 더 깊이 있게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어렵게만 느낄 수 있는 내용을 동화 같은 이야기로 풀어가는 내용이 신기할 정도로 쉽게 다가왔다. (용어가 어렵지, 이야기는 어렵지 않다)
아주 오래전, 140억 년 전에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는 쿼크는 1인칭 입장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이야기는 자신의 이야기기도 하지만, 독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면서. 우리의 쿼크는 감정도 있다. 슬프고 무섭고 외로웠다는 쿼크의 마음을 들으며, 우주에서 지구가, 별이, 우리들이, 생명체가 창조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우리의 몸을 이루는 입자들의 나이도 거의 140억 살이고, 양성자, 중성자, 원자, 별, 분자, 행성, 세포, 식물, 동물 등으로 거듭나면서 이렇게 나이를 먹었고, 이것이 끝이 아니라 지금도, 앞으로도 우주도 끊임없이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이라는 말이 너무 멋있었다.
아이와 뭔가 급이 다른 훌륭한 책을 읽어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지식전달 그 이상으로 뭔가 용기와 특별함이 느껴지게 된 책이다. 세상의 큰 그림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H2O가 물이라는 것 정도는 아는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수준의 책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