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때때로 엉뚱한 상상을 하곤 해 - 숨겨진 나를 찾는 102가지 질문
나츠오 사에리 지음, 최현숙 옮김 / 앤에이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소녀감성이 충만한 책 <난 때때로 엉뚱한 상상을 하곤 해>가 도착했다. 주변에 문구덕후들도 많고, 예쁜 글씨체를 가진 이들도 많아 마냥 부러워만 했었다. 문구덕후가 되고 싶어도, 그림도 글씨도 쓰는 족족 예쁘지가 않아, 사 모으는 것도 어렸을 때 그만둔지 오래이다. 그나마 만년필은 여전히 소장하고 있지만, 문제는 글씨를 잘 못쓰는 사람에게 만년필은 최악인 것 같다. (너무 부드러워서? 혼자만에 생각)

하지만, 여전히 이렇게 꽁냥꽁냥하는 것을 동경해서 그런지, 노트같이 작성할 수 있는 책을 데리고 왔다.

여러 가지 주어진 질문들을 써 내려가며, '자신'에 대해 더 알아가고 괴리감과 현실과 이성 사이의 갭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우선 이 책을 읽으며,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며) 얼마나 내가 키보드와 친해져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뭔가를 작성을 하는데, 간단한 대답도, 네이버 맞춤법 검사가 필요하고, 문장 하나를 제대로 틀리지 않고 작성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글을 쓰고 지우기를 번복하여 좀 성질? 이 나기도 했지만, 아날로그 식으로 내 손때가 묻은 무언가가 생기는 기분이 들어 좋기도 했다.

'상상력은 현실을 살아가는 힘'이라고 믿는 나츠오 사에리 작가의 말처럼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정말 생각지도 않았던 질문들을 맞이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기 딱 좋다.

질문이 먼저 나오고, 나의 생각을 나열하다 보니, 작가의 생각도 궁금해서, 작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내 돈 주고 사서 보는) 격이 된 것 같다. 질문에 대한 작가의 생각도 함께 있기에. 이로써 나와는 독대, 작가와는 소통을 하는 시간을 가진 것 같다.

이 책에 대한 서평은 남긴 이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유독 다른 이들의 서평도 많이 읽게 되었다.


나의 소소한 답변

01. 최근 지극히 소소하지만 기뻤던 일은 무엇인가요?

몽실북클럽에서 마음에 맞는 지인들을 많이 만난 것, 무슨 말을 해도 색안경 안 끼고 공감해주고 다독거려주는 이들을 만난 일

22.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떤 방법으로 다가가고 싶은가요?

이성에게 다가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면, 좋아하는 사람이 그다지 없었기 때문에 고민의 여지가 없음. 이 질문을 보며, 내가 참 자기애가 강하구나... 자뻑에 사는구나... 신랑이 결혼하자 안 했으면, 평생 혼자 살 수도 있었겠구나.. 란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난 질문.

30. 연인에게서 기념일이 아닌 날 받고 기뻐할 선물은 무엇일까요?

손편지. 결혼 전에 신랑이랑 생일에 손편지를 써주기로 약속했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음.

35. 하루 중 어느 시간대를 가장 좋아하나요?

이렇게 글 쓸 때. 아이들 다 자고 나 혼자 꽁냥꽁냥 하고 있을 때.

57. 10대 시절의 자신과 만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요?

못 먹어도 고! 하버드 대학교랑 스탬퍼드 대학교에 지원해봐!

70. 잔디가 깔려 있는 공원에 당신이 누군가와 함께 있습니다. 그는 누구일까요?

잔디가 깔려 있는 공원에 가족과 함께 피크닉을 하고 있을 것 같음. 나는 독서하고, 신랑이 애들이랑 열심히 놀아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풍경.

72. 세상의 온갖 고민을 없애주는 음료가 개발된다면, 어떤 음료일까요? 그리고 어떤 고민이 해결되면 좋을까요?

다이어트 음료. 먹을수록 빠지고 맛있고 포만감 있고 저렴한 음료. 과식을 하더라도 이 음료 하나면 섭취했던 음식이 공중분해되어 사라지게 하는 음료. 외모에 대한 자격지심을 없애주는 고민. 아, 먹을수록 빠지되, 적정 몸무게가 되면 유지를 시켜주는 음료.

89. 전철에서 옆에 있던 사람이 느닷없이 다가와 속삭입니다. 뭐라고 말했을까요?

스타킹이 치마를 먹었다거나 속옷이 보인다는 등 창피해할 수 있는 일을 용기 내어 먼저 말해줄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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