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키상 수상작가인 모리 에토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나오키상 수상작가들의 몇 안 되는 책을 읽으며 한 번도 실패해 본 적이 없다 생각이 들어, 이 작품도 무척 궁금했다. 모리 에토 작가와 첫 만남인 책이기도 했다.
『다시, 만나다』는 단편 소설 6개 중 제일 처음 실린 소설의 이름을 책 제목으로 되어 출간되었다. 단편소설의 묶음이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항상 고민하게 된다. 순서를 바꿔 읽을까 순서대로 읽을까 하고.
첫 작품인 <다시, 만나다>를 읽으며, 모리 에토의 잔잔하고 단아한 감정묘사가 참 좋다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순서대로 읽은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 작품을 읽고 완전 빵 터졌다. 같은 작가, 다른 느낌이었달까. 그러다 다른 작품들도 하나 둘 만나보며, 모리 에토 작가의 매력에 빠져본다. 작가가 전하는 인생의 만남, 헤어짐, 다시 만남, 또 헤어짐의 모습에서 나의 인생이 겹쳐 보이게 된다. 살다 보면 누구나 변한다는 점, 상황에 따라, 환경에 따라 고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조금, 혹은 파격적으로 변하는데, 그 변함 속의 그림자, 깊은 내면에는 그 다양한 많은 모습이 내 안에 공존해 있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묘해지기도 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도 참 재미있네. 나리키요 씨와의 만남, 헤어짐, 다시 만남, 또 헤어짐. 그 일련의 과정을 대충 더듬으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같은 사람을 몇 번이든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만날 때마다 낯선 얼굴을 보이면서 사람은 입체적이 된다." pg 39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에서 순무인 줄 알고 샀는데 무로만 꽉 채워진 샐러드를 사들고 온 기요미씨, 샐러드를 사러 가기 위해 지하철을 이동 중에 누군가와 부딪쳤는데 뜻밖의 태도에 기분이 상하는데, 안 좋은 일들이 연속이다. 기요미씨가 아무래도 순무가 아니라 무인것 같아 백화점에 전화를 걸게 되고, 그러면서 발생하는 일들, 기요미씨의 태도, 생각, 대화, 행동... 그러면서 자신이 요리를 해본 무가 들어가는 요리를 한 페이지하고 반이나 채워졌을 때, 어찌나 웃기던지~ 나도, 나도 그런 적, 그런 태도를, 나와는 다른 나를 발견하듯 진상고객이 되어본 적이 있다는 생각에, 나는 왜 그때 그렇게 행동을 했을까...? 내 말이 맞다, 한마디만 해줬어도 그러지 않았을... 그 사람이, 상대방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를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된다. 난 물건에 문제가 있어서 불만을 호소한 건 아니고, 위험한 놀이터를 방치하는 관리실, 위험한 놀이터 안전검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 판결이 난점, 이 점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알아보는 과정에서, 불쾌하고 어이없는 상황에 봉착했을 때, 아마 내가 기요미씨와도 같은 집요함과 고독함으로 인해 바락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밖에도 다른 작품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모든 6편의 소설을 각자의 매력이 뿜어내며 우리네 인생을 소소하게 소개한다.
잔잔한 일본 단편 소설, 나오키 수상작답다는 말이 절로 나오고, 차분한 마음을 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