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다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나오키상 수상작가인 모리 에토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나오키상 수상작가들의 몇 안 되는 책을 읽으며 한 번도 실패해 본 적이 없다 생각이 들어, 이 작품도 무척 궁금했다. 모리 에토 작가와 첫 만남인 책이기도 했다.

『다시, 만나다』는 단편 소설 6개 중 제일 처음 실린 소설의 이름을 책 제목으로 되어 출간되었다. 단편소설의 묶음이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항상 고민하게 된다. 순서를 바꿔 읽을까 순서대로 읽을까 하고.

첫 작품인 <다시, 만나다>를 읽으며, 모리 에토의 잔잔하고 단아한 감정묘사가 참 좋다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순서대로 읽은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 작품을 읽고 완전 빵 터졌다. 같은 작가, 다른 느낌이었달까. 그러다 다른 작품들도 하나 둘 만나보며, 모리 에토 작가의 매력에 빠져본다. 작가가 전하는 인생의 만남, 헤어짐, 다시 만남, 또 헤어짐의 모습에서 나의 인생이 겹쳐 보이게 된다. 살다 보면 누구나 변한다는 점, 상황에 따라, 환경에 따라 고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조금, 혹은 파격적으로 변하는데, 그 변함 속의 그림자, 깊은 내면에는 그 다양한 많은 모습이 내 안에 공존해 있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묘해지기도 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도 참 재미있네. 나리키요 씨와의 만남, 헤어짐, 다시 만남, 또 헤어짐. 그 일련의 과정을 대충 더듬으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같은 사람을 몇 번이든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만날 때마다 낯선 얼굴을 보이면서 사람은 입체적이 된다." pg 39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에서 순무인 줄 알고 샀는데 무로만 꽉 채워진 샐러드를 사들고 온 기요미씨, 샐러드를 사러 가기 위해 지하철을 이동 중에 누군가와 부딪쳤는데 뜻밖의 태도에 기분이 상하는데, 안 좋은 일들이 연속이다. 기요미씨가 아무래도 순무가 아니라 무인것 같아 백화점에 전화를 걸게 되고, 그러면서 발생하는 일들, 기요미씨의 태도, 생각, 대화, 행동... 그러면서 자신이 요리를 해본 무가 들어가는 요리를 한 페이지하고 반이나 채워졌을 때, 어찌나 웃기던지~ 나도, 나도 그런 적, 그런 태도를, 나와는 다른 나를 발견하듯 진상고객이 되어본 적이 있다는 생각에, 나는 왜 그때 그렇게 행동을 했을까...? 내 말이 맞다, 한마디만 해줬어도 그러지 않았을... 그 사람이, 상대방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를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된다. 난 물건에 문제가 있어서 불만을 호소한 건 아니고, 위험한 놀이터를 방치하는 관리실, 위험한 놀이터 안전검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 판결이 난점, 이 점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알아보는 과정에서, 불쾌하고 어이없는 상황에 봉착했을 때, 아마 내가 기요미씨와도 같은 집요함과 고독함으로 인해 바락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밖에도 다른 작품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모든 6편의 소설을 각자의 매력이 뿜어내며 우리네 인생을 소소하게 소개한다.

잔잔한 일본 단편 소설, 나오키 수상작답다는 말이 절로 나오고, 차분한 마음을 일게 한다.

허구한 날 쫓기듯이 일하다가 결국은 일에서 헤어나지 못해 거의 아슬아슬한 선까지 자신을 갉아먹는...... 그렇게 되었을 때는 이미 늦죠. 사와다 씨가 지금 각오를 다지고 새로운 세상을 찾아가겠다고 하면, 그곳이 어디든 저는 응원할 겁니다. 위험부담이 따르는 일이기는 하지만, 어떻습니까. 사와다 씨는 아직 스물다섯 살의 젊은 나이인데.

pg 25

입체적이고 묵직한 것에 대한 외경심 같은거요.

pg 25

실제로 나쁘지 않았다. 때로 자신에게 예외를 허락하자 기요미는 새끼발가락만큼 자신이 부엌에서 해방된 느낌이 들었다. 끝내 버리지 못하고 있던 '현모양처'의 굴레에서도 해방되어, 드디어 당당한 아줌마로 뭐든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 수 있게 되었다는 후련한 심정도 있었다.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 중에서 pg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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