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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공화국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오가와 이토는 <츠바키 문구점>을 통해 유명해져 후속작으로 나온 <반짝반짝 공화국> 두 권다 너무 궁금했었다. 글을 풀어내는 잔잔함과 은은함에 팬이 될수밖에 없었다. 일본문화의 특유성으로 인해 시작될 수 있는 이야기란 생각도 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소장하고 있는 모든 예쁜 펜, 이왕이면 만년필을 꺼내들고 누구에게라도 편지를 정성스럽게 쓰고 싶어지게 한다. 사실 등장하는 타자기도 너무 갖고 싶어지기도 했다. 항상 로망이었던 것 같은...
<츠바키 문구점>은 <반짝반짝 공화국>을 집에 모셔두고 먼저 읽어보았다. 왠지 뭐든, 시리즈는 처음부터 읽어야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있는터라. 주변에 오가와 이토 작가의 팬이 많아 왠지 나도 읽어보고 싶은, 따라쟁이의 심정으로 만나보았다. 이 책 역시, <츠바키 문구점>부터 읽어보길 잘한 것 같다. 어쩌면 일본이기에 가능할 수 있는, 선대의 가업을 이어가는 문화, 그 안에서 묵묵히 받아들이고 배워나가는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유서 깊은 대필가 집안의 10대 대필가였던 선대가 돌아가신 후, 포포는 11대 대필가로서 가업을 잇기로 마음을 먹는다. 할머니와 좋은 관계로 지냈던 것도 아닌데, 가업을 잇기로 마음 먹은 것부터 문화차이, 정서차이라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더 신비하고 동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본 것 같기도 하다. 글씨를 쓰는 일을 하는 것인데, 주로 편지를 대필하는 의뢰를 받으며, 츠바키 문구점을 찾는 이들을 위해 아름다운 손편지로 마음을 전하며 기적을 일으키는 내용이다. 그리고 1년 후, 포포 역시 가족을 이룬다. 포포와 미츠로씨와 큐피의 집인 반짝반짝 공화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개개인에 대해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고, 갑자기 늘어난 가족들과 개인사들을 만나며, 포포가 너무 착한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오가와 이토는 포포를 창조해나가며, 포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저자도 함께 성장한 것 같다는 말이 참 와닿았다. 독자입장도 동일하기 때문이다. 다음 책은 어떤 편지의뢰가 들어오고 포포의 가족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궁금해진다. 책이, 마음이, 참 예쁘다.
저자 오가와 이토는 <달팽이 식당>으로 이미 유명해졌다는데, 이 책도 궁금해진다.
<반짝반짝 공화국>을 읽고 난 후, 나도 오랜만에 만년필 청소를 해보았다. 세일러 만년필이 자꾸 눈 앞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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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는 것도, 잊지 않는 것도 모두 소중한 일이다. 나와 미츠로 씨의 부부싸움은 누가 옳고 틀리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똑같다. 오늘 하루 혼자 지내며 그 사실을 깨달았다. 깨닫고 나니 갑자기 편지를 쓰고 싶었다. 편지지나 필기구를 음미할 여유는 없어서 일단 주변에 있는 볼펜을 들고, 지금의 심경을 재빨리 글로 썼다. pg 184
인생은 길든 짧든 그동안을 어떻게 살았는가의 문제니까. 옆 사람과 비교해서 자신은 행복하네 불행하네 판단할 게 아니라,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꼈는가 어떤가 하는 문제지. 겨우 8일이었어도 그 아이가 행복의 강보에 싸여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면 분명히 행복했을 거야. pg 209
산다는 게 기적이네. pg 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