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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습관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8월
평점 :
도리스 레싱 Doris Lessing 작가에 대해 아는 바가 하나 없이, 단편소설이고 사란에 대한 이야기인가 보다.. 하는 마음에 집어 들었다.
작가 소개를 보며, '오잉? 엄청 유명한 작가네~'라는 생각과 1919~2013 (94세)란 이력을 보고 '아, 이제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구나.. 고전과도 같은 느낌으로 읽겠구나...'를 생각하며 읽었다. 셰익스피어상, 노벨문학상 외 엄청 많은 상들을 받은 이력이 있는 도리스 레싱 작가의 작품이 궁금했다.
도리스 레싱이 쓴 서문을 읽는데, 그녀의 작품을 아직 읽어보지 않아서인지 서문에서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를 못 하겠기에 중간까지 읽다가 소설을 먼저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에, 서문을 끝까지 다 읽지 않은 채 소설을 읽었다.
이 책은 1994년 출간된 도리스 레싱의 단편집 To Room Nineteen: Collected Stories Volume에 수록된 작품 20편 가운데 9편을 담은 것이다. 나머지 11편은 레싱의 또 다른 단편선인 <19호실로 가다>에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책 제목에서 데리고 온 첫 작품은 <사랑하는 습관>이다. 우선 작품과 상관없이 번역과 퇴고 과정에서 완성도가 떨어져서 작가의 명성과는 별개로 매우 아쉬웠다. 문장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아서 집중이 잘 안되어, 작품을 감상하기도 전에 실망감부터 안게 되었다. 물론 나의 이해력이 떨어져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뭔가 상황이, 감정묘사가 이해가 안 갔다. 특히 아내에게 다시 결혼을 하자는 대목이 있는데, 알고 보니 전처라는 의미였는데, 이를 계속 아내라고 지칭이 되어서 혼란이 오기도 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문장으로 인해, 엥? 뭐라고? 무슨 의미지?를 생각하며 번역과 퇴고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 그녀는 아이들을 오랫동안 내버려 둘 수 없었기 때문에 2주 동안만 영국에 머무르면서, 오스트레일리아와 그곳의 날씨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pg 15
- 그녀의 가느다란 코는 조지를 빈정거리는 대화를 동생과 소리 없이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pg 35
의도치 않게 엉뚱한 생각을 계속하며 읽었다. "나라면 다르게 번역을 했을 것 같은데..."란 생각을 줄 곳 하며 (내가 잘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원서가 궁금해지기까지 하였다. 이것이 얼마나 작품 감상에 해를 끼쳤는지를 경험하며 말이다.
매끄러운 번역이 아닌 점을 감안하고 읽어보아도 정서적으로 역시 괴리감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 최근 읽은 조승연 작가의 <시크하다>란 책이 생각났다. 각 나라 문화마다 다른 남녀 간의 사랑, 관계, 우정 등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회상하며, 도리스 레싱이 담고자 하는 메시지를 끌어내고자 단편집들을 만나본 것 같다. 하지만, 당최 여자의 마음도, 남자의 마음도 종잡을 수가 없었다. 모든 단편집 다 말이다.
작가의 단편집 중, <그 남자>가 가장 인상적이다. 저자는 <그 남자>는 때로 여성주의자들에게서 비난을 받지만 본인은 이 작품이 많은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품고 있는 진짜 감정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과 내가 남자에게, 신랑에게 바라는 진정한 감정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나라 간의 차이보다 개인적인 차이가 훨씬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새삼 되새긴 사람들처럼 다시 아름다운 추억 속으로 단호하게 뛰어들었다. 크도 남자다운 웃음과 함께 들려온 목소리가 말했다. 이렇게 아늑하고 즐거운 스위스의 호텔에 편안한 친구와 함께 앉아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고. 과거의 그 의미 없는 싸움들이라니! 우리는 세계 시민이 아니겠소. 상대방과 동등한 입장에서 교양 있게 우정을 나누는 인간들이지요. pg 67 <그 여자>
설마 내가 그 사람 때문에 쓸데없이 눈물바람을 한다거나,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난 평생 처음으로 느긋하게 살고 있어. 남편과 자식을 위해 노예처럼 평생을 바쳐도 말이지, 다들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제 갈 길로 가버린다고. 하지만 지금은 내가 나를 위해 살 수 있어.
pg 166 <그 남자>
하지만 이것이 진실의 전부는 아니었다. 그의 얼굴에 드러나 있던 애정을 떠올리자 순간적으로 원망이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곧 오랜 세월 힘들었던 자신의 삶, 한없이 일만 하던 삶이 다시 떠올랐다. pg 172 <그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