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8년 8월

공황 장애가 있는 케이트 프리디는 육촌이 살고 있는 비컨힐에 위치한 보스턴으로, 육촌 코빈은 케이트 프리디가 살던 런던으로 각각 6개월간 집을 바꿔서 살기로 한다. 초반부터 케이트가 공황 장애가 있고 어떤 엄청난 일을 겪었다는 것을 암시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궁금증이 증폭되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게 만드는, 역시 피터 스완슨 작가의 필력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인간과 인간 사이에 사랑과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그리고 각자의 입장에서 사태를 파악하고 결정 내리고 행동하는 사례가 소박한 것부터 극단적인 것까지 엄청 많다는 점에 대해, 그로 인해 어떤 엄청난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소설 같은 일들이 현실에서 빈번하게 발생을 하기에 더 긴장감을 가지고 소설을 읽고 느꼈던 것 같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오드리 마셜라는 옆집 여자가 살해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해듣는 케이트. 처음에는 케이트와 혹은 코빈과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점점 상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된다. 거짓이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외로움이 외딴 사람들을 삶의 안으로 이끌게 된다.

사이코패스를 끌어들이는 힘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지닌 케이트는 미국 보스턴에서 공황 장애를 이겨내고 잘 살 수 있을까? 그녀는 과연 누가 죽인 것일까? 왜 사람들은 거짓을 말하는 것일까? 공황 장애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두 다 케이트 같은 상상을 하며 생활을 하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정말 너무 힘들 것 같다. 특히 전 남자친구인 조지가 자꾸 등장하는 건 소름 끼쳤다.

피터 스완슨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야기도 재미있고 예상할 수 없는 변수가 많이 등장하는 것도 있지만 소설 속 사물, 지역, 상황,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너무나도 정교해서 내가 마치 그 지역에, 그 집에, 그 이웃들과 함께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보스턴에 4년간 거주한 경험이 있기에 작가가 묘사하는 보스턴을 다시 방문한듯한 기분을 느꼈고, 내가 보스턴을 그리워했구나.. 하는 향수마저 느낄 수 있었다.

이 소설을 읽고 이야기를 통해 든 교훈이라 생각이 들었던 건, 웃기게도,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였다. 그리고 나의 아이들에게 윽박, 협박은 그만하고 좀 더 너그럽고 사랑으로 감싸주며 아이들을 키워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힘든 일을 겪어도 심정적으로 다시 돌아갈 가족이 없는 헨리(수많은 다른 이름을 가진 그)와 코빈의 결과와는 달리, 엘런과 케이트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나아지려 노력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사랑이라는 밑거름을 통해 개선하려는 그 원동력을, 사랑하는 가족에게 얻는 것 같아 훈훈한 마음도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또 한가지 즐거웠던 건, 등장인물들을 통해 책 소개가 되는데 그들을 통해 피터 스완슨이 좋아하는 혹은 읽어봤을 책들을 알게 되는 기분이라 좋았다. 남 따라 읽기를 좋아하기에.
언급했던 책들을 아래와 같다.

존 르 카레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힐러리 맨텔 <울프 홀(Wolf Hole)>
길리언 플린 <나를 찾아줘>
윌리엄 새커리 <허영의 시장>
존 그리샴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
도디 스미스 <성 안의 카산드라>
스펜서 존슨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로버트 조던 <시간의 수레바퀴>
척 팔라닉 <파이트 클럽> (작가만 이름 언급됨)
올슨 스콧 카드 <엔더의 게임>

이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치자.
나쁜 사람과 덜 나쁜 사람. 혹은 이상한 사람과 덜 이상한 사람.
즉, 착한 사람, 이상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니 우리끼리 미워하지 말고 서로 돌봐주고 이해해주며 살아가려 노력해야 할 것 같은... 이 소설을 읽으며 자꾸 엉뚱한 결론과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래, 특히 친구는 잘 사귀고! 나 역시 좋은 친구가 되어 주고! 사람은 쉽게 죽이지 말고!

책 속으로

보스턴에 머무는 동안 꼭 해야 할 일의 최종 목록을 작성했다.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 방문하기, 펜웨이 파크에서 레드삭스 야구 경기 관람하기, 넵튠 오이스터에서 랍스터 롤 먹어보기, 프로빈스타운으로 가는 페리 타기, 커먼 공원 끝자락에 있는 개인 도서관 애시니엄 방문하기. pg 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