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슬픔이 아름다워 나는 편지를 썼다
와카마쓰 에이스케 지음, 나지윤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일본을 대표하는 문장가 와카마쓰 에이스케가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에게 보내는 열한 통의 편지가 담긴 책이다. 일본 작가에 대해 이제서야 알아가는 단계라서, 사실 와카마쓰 에이스케가 누구인지 이 책을 만나보기 전엔 몰랐다. 책을 읽기 전에 우연히 작가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는데, 국내에는 3권의 번역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 3권 모두 깊은 슬픔과 이별에 관련된 책이었다. 슬픔이 많은 작가이구나... 라 생각하며 책을 읽는데, 아련한 슬픔과 현실의 행복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더불어 먼저 떠난 사람에 대해 슬퍼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충분히 슬퍼하라고,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최근 동네 이웃으로 만난 언니가 생각이 났다. 여러 번 만나지는 못했지만, 처음 만날 때부터 본인의 친언니가 교통사고도 갑자기 돌아가셔서, 자신은 가족의 건강에 대해, 위험에 대해 좀 더 alert되어 있고 오버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하였다. 첫 만남 이후, 4번 정도 더 만났던 것 같은데, 대화 도중 한 번도 빠짐없이 먼저 떠나간 친언니에 대해 언급이 되는 걸 보니, 아직도 많은 슬픔을 느끼는구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미 8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동네 언니의 친언니는 자나 깨나 함께 하고 있는구나...를 짐작하게 했다. 그런 큰 슬픔을 아직 겪어보지 못한 나로선 뭐라 어떤 위로를, 어떤 말로 담아 전달할 수 있으랴.

이 책을 읽고 나니, 이 책을 그 언니에게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안에 담겨있는 편지들을 읽는다면 언니의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한없는 상실감과 슬픔에 조금이나마 나의 마음이 전달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말처럼 자신을 구원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은 이미 자신에게 있으니 행복하게, 우리 잘 살아보자고, 나에게도 그 언니에게도 말하고 싶다.



- 책 속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일은 어떤 형태든, 언제나, 돌연히 온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 듯 보였습니다. 당신의 말에는 아득한 세상을 엿본 사람만이 낼 수 있는 울림이 있었습니다. 그 소리를 듣자 당신이 짊어진 슬픔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역시 그런가"하고 말했을 때 나는 질실로 위로받은 느낌이었습니다. 상실의 슬픔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당신의 슬픔이 내 슬픔에 다가와 깊은 울림을 전했습니다.
pg 25

사랑을 하고 사람을 잃는 것은 사랑을 아니한 것보다 행복하리라. <인 메모리엄 (In Memoriam)>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슬픔과 비통, 고통과 절망의 그늘을 지닌 채 살아갑니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외로움과 공허함, 알 수 없는 감정의 우물을 누군가가 공감해주기를 원합니다. 홀로 슬픔의 밑바닥에서 몸부림칠 때면, 마음을 어루만져 줄 누군가의 목소리를 기다리게 됩니다. pg 38

그는 아내를 잃은 자신의 경험을 술회하고 동서고금의 고전들을 인용하면서 죽음과 슬픔을 삶과 표리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함께할 때 비로소 사람은 보다 더 잘 살아나갈 수 있다는 소박한 진실을 다정하게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러한 아픔을 겪었거나 앞으로 겪게 될 모든 이들이 이 세상 도처에서 '당신'의 슬픔과 공감하고 있으며 와카마쓰 자신 또한 그중 한 사람으로서 편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환기시킵니다. 바로 이 책 자체가 그 단적인 증거이자 물질적 실체로서 존재하고 있습니다. pg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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