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의 결심 - 2018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은모든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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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한경신춘문예 당선작이기도 하고 나 역시 애주가이기에 '이 소설은 꼭 읽어봐야 해!' 란 생각이 들었다. 분명 다양한 술이 소개될 것이라 기대하기도 했다. 애주가라고 스스로에 대해 얘기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렇게 다양한 술을 마셔보지는 못했다. 보통 사람들보다 술을 마셔도 별로 취하지 않는 편이고, 술을 같이 마시는 사람과의 시간을 즐기는 편이고, 혼술 역시 마다하지 않고, 술을 마시며 책 읽는 걸 매우 즐기고, 꼭 맛있는 안주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닌 걸로 봐서, 난 애주가가 맞는 것 같다.

<애주가의 결심>의 시작은 나처럼 엄청 술이 센 여자 술주희가 오랜만에 갖는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으로 시작된다. 원래 술에 취해본 적도 없고, 필름이 끊기거나 주사를 부려본 적이 없던, 술을 엄청 잘 마셔서 심지어 별명이 '술'주희인데, 이날은 유독 섞어 마셔서 그런지, 혹은 쓸데없는 자만심에 술을 한없이 퍼부어 마셔서 그런지, 필름 끊기는 건 고사하고 추태를 부리고 만다.

주희는 하던 사업이 잘 안 풀려 사촌 언니 우경의 집에 얹혀살게 된다. 그러던 중, 우경 언니가 금주를 선언한다. 평생은 아니고 당분간만. 책을 읽는 내내, '왜 금주를 하려는 거지?' 주희와 함께 그 이유가 계속 궁금해진다. 사실 더 신기했던 건 금주를 선언하고 지키고 있는 우경의 행동이었다. 금주할 거야!를 외치지만 유혹에 못 이겨 결국 그냥 횟수를 조금 줄이자라고 합의를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술은 나쁜 게 아니야, 음식일 뿐이지. 뭐든 적당히 하면 괜찮아~ 막 이러면서.

큰 빚을 지지 않은데 감사하며 이 악물고 다시 뛰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근했지만 실은 뛰기는커녕 이를 악물고 버틸 기력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게는 일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웅크려 있을 만한 시간이 절실했다. 그리하여 나는 한동안 내가 가진 시간을 탕진하기로 마음먹었다. 기왕 용기를 낸 김에 할 수 있는 최소한만 일하면서 제대로 탕진하기로. 시한부에 불과해도 어엿한 한량으로 지내보기로 나는, 결심했다. pg 27


주희의 모습을 보며 그들의 인간관계, 꿈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슴이 뭉클해진다. 나와 너무 유사한 부분을 발견해서랄까. 사촌 언니 우경까지도 말이다. 후반부에 우경이 왜 금주를 결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사연, 거짓된 행복에 대한 이야기, 미래에 대한 불안감, 술을 마시는 멤버들과 각자 다른 사연과 고민이 있지만, 술의 힘을 빌려 자신 스스로에 대해 좀 더 솔직해지는 걸 소설을 통해 접하니, 술에 대한 애정이 더 생긴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절대로 늦지 않았다고 주희에게 얘기해주고 싶듯, 나에게도 동일하게 알려주고 싶다. 내가 무엇을 하고자 하든, 그 무엇도 절대 늦지 않았다고 말이다. 술을 사랑하는 애주가로서 소개되는 정말 많은 술들을 보며 검색하고 침을 흘렸다. 언제나 내 술친구가 되어주는 신랑이 있어 새삼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역시 제목만큼이나 술을 당기게 하는 책 임은 틀림없다. 미워할 수 없는 술꾼 주희의 성장 이야기도 재미있고, 모든 것을 다 술과 연관 지어 이야기가 흐르는 것도 재치 만점이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 작가는 정말 술박사가 되었을 것 같다. 주량이 좀 되는 작가님이시라면 글을 쓰기 위해 소개되는 술을 다 마시면서 정말 행복하고 알딸딸한 상태에서 책을 집필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해봤다. 근데 만약 술 한 모금 못 마시는 유전자의 소유자였다라면 완전 반전일 것 같다는 엉뚱한 상상도 해본다.


한강변을 걸으며 데운 사케를 즐기는 방법은 간단했다. 우선 집에 백화수복이나 센 됫병을 구비해둔다. 그리고 집에서 나서기 직전, 큰 컵에 사케를 따라 컵 윗부분의 90%쯤만 덮이도록 살짝 틈을 주고 랩을 씌운 후 전자레인지에 데운다. 그걸 조심히 텀블러 안에 붓고 잠그면 준비는 끝난다. pg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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