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과 서쪽으로
베릴 마크햄 지음, 한유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수많은 아프리카가 존재한다. 아프리카에 관한 책들은 한가로울 때마다 평생 읽을 수 있을 정보로 많다. 아프리카는 신비롭다. 아프리카는 딱 하나,
지루하다란 형용사만 빼고 어떤 말이라도 붙일 수 있다.

 

4살 때 영국령 동아프리카에 도착한 저자 베릴 마크햄 Beryl Markham은 권태를 모르고 행복한 아프리카 생활을 보내던 중 런던으로 가서 1년간 지내며 삶이 지루할 수 있겠다는 지식인들의 말을 이해를 하게 되었다는 말에 얼마나 아프리카의 삶이 매일매일 생동감이 넘쳤는지를 느끼게 해줬다고 말한다.

당시 아프리카에서 조종사가 직업인 여성은 베릴 마크햄이 유일했다. 1936년 대서양을 서쪽으로 단독 횡단한 최초의 여성 비행사인 베릴 마크햄은 그녀의 자서전이자 에세이인 <이 밤과 서쪽으로>를 집필하고, 그 후 76년간 전 세계에서 사랑받은 에세이 고전으로 남았다. 이 책을 읽고 있으니 아프리카란 나라가 너무 흥미롭게 다가왔고, 활기 넘치는 아프리카, 아름답게 묘사되는 아프리카를 상상하는 즐거움이 더했다. 책이 집필 될 때와 아프리카의 풍경이 많이 바뀌었겠지만, 여전히 아프리카인의 혈관에 흐르는 피는 진실만큼이나 예민하고 고상하리라.

여행을 떠나고프게 만드는 책이었다. 그녀의 모험심과 열정을 보고 있노라니, 나는 매일매일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미세먼지가 자욱하고 빌딩과 차들이 빡빡한 도시에 사는 나는 진정 여기가 내 삶의 터전으로 평생 살고 싶은 걸까? 베릴 마크햄처럼 사자에도 물리고 원숭이에게도 물리는 경험을 환영하는 건 아니지만, 그녀의 개척정신이나 용기가 부럽기마저 했다.

요즘 가독성이 높고 빨리빨리 읽을 수 있는 책, 내용의 깊이보단 재미 위주의 책을 읽었나? 란 생각이 들며 내가 읽었던 책 목록을 다시 살펴보았다. 나름 격하게 공감하는 에세이들도 있었는데, <이 밤과 서쪽으로>는 가독성이 높다거나 내용을 슝슝 넘길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마구마구 책을 집어삼키듯 읽지 말고 느긋하게, 느리게 느리게 읽는 습관을 다시 들여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나는 살고 사랑했으며 모든 지난날을 깊숙이 묻어둔 곳을 반드시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 최대한 미적거리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떠나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절대로 돌아보지 말고 기억에 남은 시간들이 더 행복했다고 생각하지 말 것. 그 시간은 이미 죽었으니까. 지나간 세월은 이미 정복돼 안전하게 보인다. 반면 미래는 만만찮게 보이는 구름 속에 살아있다. 미래로 걸어 들어가면 구름은 걷힌다. 나는 이 사실을 배웠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뒤늦게야 배우게 됐다. pg 206

우리는 꼭두새벽부터 시작했다. 청명한 하늘이 태양을 품을 준비를 할 때, 입김이 보이고 밤의 작은 흔적들이 남긴 냄새를 맡을 수 있을 때 시작했다. 우리는 매일 아침, 늘 같은 시각에 시작했다. 도시 사람들이 침대에서 뒤척이며 아마도 날개며 침을 쏘는 벌레며 베들럼의 복도처럼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는 모든 불쾌한 것들의 꿈을 꾸는 동안, 우리는 나이로비 비행장이라 즐겨 불렀던 곳에서 가소로운 소음을 내며 하늘로 솟아올랐다. pg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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