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계절성 남자 - 아무것도 갖지 않고 세월이 되어가는
이만근 지음 / 나비클럽 / 201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여백의 미를 매우 살린, 유난히 사이즈가 긴 책이라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계절성 남자>란 제목 때문인지 책
제목에서도, 저자의 이름에서도, 책 표지에서도 남자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첫인상과는 달리, 이 책을 읽고 있으니 성별을 떠나 어느덧
따뜻한 사람 냄새를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작가를 만나게 된다. 최근 읽은 에세이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괜히 아무 목적 없이 길을 털털 거리며 걷고 싶게 한다.
하늘을 보고 싶게 한다. 가볍게 술 한잔하며, 잘난척하며 자신이 읽을 책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은 상대방이 읽은 책으로 나는 내가 읽은
책으로 안주를 삼아 술잔을 비우고 싶게 한다. 그 함께한 소중한 시간을 간직하고 싶게 한다. 세상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게 그린 글들이 많지만,
그래도 내심 세상이 밝아지길 바라는 희망을 노래하게 만든다.
유유히 읽게 되는 책이다. 매우 솔직한 책이다. 다소
어둡지만 빛이 보이는 책이다. 여백이 미를 심하게 살린 책이다.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너무나도 작은 것처럼, 지구상에서 내가 있는 이 공간이
너무나도 작은 것처럼, 내가 하고픈 말들을 다 채우기엔 책이란 공간을 채우기엔 우주만큼 커서, 채우려 노력하기보다는 비우려 노력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왜 저자와 출판사는 책의 표지를 굳이 이 사진으로 선정했을까?를 계속 생각하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돈이 많고 적음을 따져 사람 가리는 것보다, 하여튼 남의 시간 우습게 여기는 놈들이 가장
싫습니다.
pg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