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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아줌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스기타 히로미 그림,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런 책 또 썼어? 란 생각을 들게 하는 책을 만났다. 게이고 작가의 두 아들을 회상하며 집필했을 것 같은 책이다.
산타클로스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를 상상해보자.
우선 남자다. 할아버지이다. 흰 수염, 흰 눈썹, 배가 좀 나오셨다. 빨간색 옷을 주로 입고, 순록을 타고 크리스마스이브에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신 단다. 호호호 하며 웃으실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만난 적이 없다.
전국의 산타클로스들이 회의를 하려 모임을 갖는다. 그러며 미국을 대표하는 산타클로스가 바뀐다는 안건으로 만난다. 만장일치가 되어야 미국을 대표하는 산타클로스가 될 수 있는 법. 그동안 항상 만장일치였기에 이번 모임도 그저 얼굴 익히고 인사하는 차원으로 만남을 갖는다.
그런데, 예상을 뛰어넘어 미국을 대표하며 나온 산타클로스가 "여자"(제시카) 였다. 그러면서 산타 멤버들이 논쟁을 시작한다. 산타클로스의 기원부터, 부성을 상징하는 산타클로스가 아니냐 등등....
몰랐었는데, 산타클로스의 모델은 기독교의 성인 니콜라스라고 한다. 성 니콜라스는 리키아의 수도 미라의 사교였는데, 당시의 리키아는 현재 터키에 속해 있다. 그동안 상상했던 유럽풍의 인자한 모습의 산타 할아버지의 모습은 결국 마케팅에서 이미지가 내 머릿속에 입력된 것이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이브는 모든 나라가 흰 눈이 오는 겨울이 아니다. 너무 당연하게도. 그리고 한 번도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꼭 산타클로스가 남자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왜 산타클로스는 남자가 아니면 안 되나?"
책이 2002년에 출간이 된 걸 보니 그 시절에 게이고 작가가 페미니즘을 염려에 두고 쓴 글 같지는 않다. 미국 산타클로스로 여자(제시카)가 선정이 되었지만, 여자 산타클로스가 화장을 하느라 선물 나누어 주는 약속을 지각을 하는 것을 그려낸 걸 보면. 여자들은 역시 치장을 하고 꾸며야한다, 혹은 여자는 준비하는 과정과 시간이 오래걸리는 종족이다, 뭐 이런 뤼앙스를 풍겨서, 좀 시대에 뒤떨어지는 내용 같아 거슬리기는 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내용도 참신하고 생각의 발상이 좋았다.
왜 미국 산타클로스 지원자에 제시카가 지원이 되었는지에 대한 사연, 다른 산타 클럽 멤버들의 만장일치를 얻어내는 과정, 그리고 아이들이 산타할아버지에게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을 하며 훈훈하게 읽었다.
부성애, 모성애, 성별을 떠나 부모로서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껴주어야 하는 것은 맞다. 따뜻하고 사랑을 듬뿍 주며 아이들에게 매일 잘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 산타클로스: "만약 자네를 차별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해라네. 그때 문제가 된 건 세상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산타클로스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이미지를 어떻게 할까 하는 것뿐이지, 인종을 차별할 생각은 누구에게도 없었으니까 말일세."
아프리카 산타클로스: "제 피부색이 산타클로스의 이미지와 다르다는 것 자체가 차별이 아닐까요? 애당초 산타클로스는 하나의 우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겠지요." pg 19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아버지의 지위가 땅에 떨어져 있습니다. 아버지는 단지 집에 돈을 갖다 주는 존재로, 그것말고는 방해꾼이라고밖에 생각하지 않지요. 심한 경우에는 아이들로부터 '큰 쓰레기' 취급을 받을 정도입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쨌든 분명한 것은 부성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겁니다. 통장으로 월급만 들어오면 아버지는 집에 없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아이들은 아버지가 왜 콩나물 시루같은 지하철에 시달리고 상사에게 호통당하면서까지 땀을 흘리며 일하는지, 이해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건 선물만 준다면 상대가 산타클로스든 아니든 상관없다는 생각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요? 그런 와중에 여자 산타클로스가 나타난다면 아이들은 끝까지 아버지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겠지요. 산타클로스는 이 세상 아버지들의 최후의 요새 같은 것입니다. pg 41
처음에 산타클로스에 지원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토미에게 말했지요. '산타클로스는 남자밖에 될 수 없단다. 어느 집이든 산타클로스 역할을 하는 사람은 아빠잖아.' 그랬더니 토미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엄마는 나를 아빠 몫까지 사랑해주고 있잖아요. 나에게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잖아요.' 보기 드물게 화까지 내면서 말이지요. 토미의 말에 저는 아무 대꾸도 못했어요. 저도 부성은 매우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무시당해서는 안되지요. 그리고 산타클로스가 부성의 상징이라는 말에도 동의해요. 하지만 아이에게 부성을 안겨주는 사람은 아빠만이 아니잖아요? 그와 동시에 모성을 안겨주는 사람도 엄마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앉아 있는 거예요.
결국 겉모습 따위는 아무 문제가 안 된다는 거군요. pg 52
사실 산타클로스의 존재 여부를 가리는 것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정작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는, 그리하여 착한 아이들에게는 반드시 그만큼의 보상이 뒤따른다는 믿음을 가슴 깊이 새겨주는 것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산타클로스는 아이에 대한 '사랑의 상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