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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제명 공주 1~2 세트 - 전2권
이상훈 지음 / 박하 / 2018년 5월
평점 :
제명 공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 사실 고구려, 백제, 신라 시대의 이야기보다 조선시대 이야기가 너 가깝게 느껴진다. 그래서 제명 공주가 누구이고, 어떻게 일본의 천왕을 2번이나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여 10년에 걸친 집필 기간을 가졌다는 이상훈 작가의 신작 <제명 공주>를 만났다.
백제가 멸망한 서기 660년, 그 후 부흥운동이 실패하면서 백제 인구의 절반 정도가 죽음을 피해서 왜로 건너갔다. 백제 멸망 후 '왜'라는 국호에서 '일본'이라는 국호로 바꾼 후 일본을 아스카 시대, 나라 시대, 헤이안 시대를 거치면서 끊임없이 우리나라를 공격했다. 저자가 이 사건은 영토를 확장하려 했다거나 일본 내부의 정치적인 불안을 외부로 돌리려는 목적이 아니라 (교과서에선 이렇게 배운 것 같다) 신라에 대한 백제의 복수극라고 주장한다. 일본의 침공이 얼마나 지긋지긋했으면 문무왕이 죽어서도 왜적을 물리치기 위해 자신의 주검을 수중릉으로 하라는 유언을 남겼겠냐며. 그런데 이 모든 전쟁의 출발이 백제의 멸망에 대한 한을 갚기 위함이라 저자는 소설 속에서 말한다.
어디 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가.
진실을 근거로 추가된 상상이 어디까지인지 헷갈렸다. 분명 논픽션이 아닌데 소설의 시작이 너무 거창하게 역사적으로 왜곡되었다고, 바로잡으려 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에 한이 맺힌 듯 쓰여있어 소설로 접근해서 읽다가 마치 논픽션 진실인가? 하며 답답한 마음과 매의 눈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문재는 매의 눈이 둔탁하고 무지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많이 검색하고 조사했던 것 같다. 소설인데... 마치 역사학을 읽는 자세로 읽었달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삼국사기>는 삼국 시대에 승자인 신라 위주로 씌었다고 하더라도 <삼국사기>의 백제사는 앞뒤가 맞지 않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고, <일본사기>도 백제의 역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조작했으니, 백제의 실체를 의도적으로 배제할 수밖에 없다. 조상이니 차마 폄하할 수는 없었지만 일본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백제를 희생시켰다는 저자의 주장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삼국사기>는 패배자 백제를 아둔하게 표현했고,<일본 사기>는 백제의 찬란한 문화를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했다고 호소하는 글귀가 자주 나온다. 마치 마법처럼 세뇌시키듯 말이다.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진실을 밝혀내고 싶은 심정으로 읽은 <제명 공주>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에 대한 뒷받침하는 근거를 소개하는데, 다소 아쉬웠던 것은, 상대방(일본)이 왜 그렇지 않다고 하는지에 대한 논리적 근거가 없어서, 즉, 한쪽의 역사적 견해, 의견만 듣게 돼서 아쉬움이 있었다. 예를 들어, 실제 <일본사기>가 어느 정도 분량인지, 백제에 대해 자세히 집필되었다고는 하는데(마치 자기의 나라인 것처럼) 그럼 신라나 고구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세히 나와있는지, 어떻게 바다 넘어 다른 나라인 백제를 마치 옆집에서 지켜본 것처럼 시시콜콜 다 기록이 가능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조메이 천황(제명 공주)이 스스로를 백제인이라 자처했다는 기록이 많이 나오는데, 조메이 천황의 아내인 제명 공주는 삼촌에게 시집을 간 것이고, 제명 공주는 임성 태자의 둘째 아들인 부여 의광의 딸이고, 의자와 제명은 사촌 관계라고 한다. 제명 공주와 일본으로 건너간 백제인들이 얼마나 백제 고향땅이 그리웠으면 일본에 백제강, 백제궁, 백제사를 짖고 백제궁에서 조메이 왕이 서거를 했는냐는 거다. 우리나라에도 없는 백제역이 일본에 있다. 백제사삼중탑이 백제궁 인근에 존재한다는 것도 신기하다. 정말 일본이 백제와 한 나라였을까? 당최 1400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거야?!?!?!
제명 공주와 의자와의 로맨스도 달달하고, 출생의 비밀 같은 아들에 대한 이야기, 제명 공주가 어떻게 백제의 의자왕을 도우는지에 대한 내용은 흥미롭게 읽었다. 소설 안에 역사적 사실,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구조가 모두 새롭고 신기하다. 이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미궁속으로 빠지고 더 궁금해지는 것들이 많이 생긴다. 연계 도서로 어떤 책이 좋을 지 검색을 더 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다양한 견해를 가지고 있을 법한 다른 역사 이야기들에 대해 궁금해졌다. 역사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게 해준 역사소설이었다.
책 속으로
하루 종일 태양의 빛을 받아들인 사물들이 해질 무렵이 되면 그 빛을 발산한답니다. 특히 붉은 계열의 사물들이 그 빛을 발산하는데 그 빛이 아름다워 사람들은 그 시간을 황홀하게 기억한다고 하지요. 그게 바로 노을인데 노을의 빛은 그러니까 세상의 물질들이 뿜어내는 빛인 셈입니다. 은밀하게 자신의 몸에 가둬놓았던 빛을 말이죠. Pg 282
'일본'이라는 단어는 백제가 멸망한 뒤인 서기 670년에 '왜'라는 이름을 버리고 새롭게 사용한 국호였다. 임나일본부설 속의 '일본부'라는 명칭은 4세기 후반으로 되어 있는데 이때는 '일본'이라는 단어조차 없었다. 그래서 광개토대왕비에 쓰인 명문이 일제강점기에 조작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확실시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