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푸른 수학 ㅣ 탐 청소년 문학 20
오조 유키 지음, 고향옥 옮김 / 탐 / 2018년 4월
평점 :
딱 내 스타일의 소설!
서정적인 느낌을 가진 책 표지를 보고,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는데, 이 책의 등장인물들, 너무 멋진걸? 이란 생각을 내내 하며 읽었다. 열정을 마구마구 쏟아내는, 청춘을 운운하는 인물들을 만나니 나도 기분이 샤방샤방해진다.
개성이 넘치고 자신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궁금하고, 그것이 하고 싶어서 무언가에 열중인 그 모습 자체가 너무 부럽고 멋지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수학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하지만 수학에 대한 기본 상식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아 다행이다 생각이 들기도 하다. 수학을 좋아했던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지금은 기본 연산만 하는 수준으로 살고 있기에. 아~~ 수학 천재 맞네~~ 이렇게 맞장구를 쳐주며 읽으면 된다. (너무 없어 보이나?)
가나도메가 가야마, 수학천재이고 그의 순진한 모습이 너무 귀엽다. 세상에 방금 알에서 깨고 나온 새 같은 느낌이랄까. 그 새가 자라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에 책을 읽은 것 같다. 수학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세상에 대해 알아가고 접목시키는 그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 수학 천재임에도 제대로 된 수학 교육을 받지 못해 아직 제대로 된 수학적 풍경을 그리지 못했는데, 교육을 받기 시작하며 (문제집 풀기) 저절로 암기가 되고, 머릿속에 다양한 논리가 채워진다는 발상이 참신하다. 사실 수학 공부가 이렇게 되는 것이 맞는데, 이 소설 안의 등장인물이 마치 새로운 사실이 마냥 받아들이고 실천하고, 뭔가 머릿속에서 퍼즐 맞추듯 수학이란 세계가 형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런 걸 소설 속에서 그려낸다. 그러던 중, '수학은 무엇인가', '수학을 왜 하는가'란 근본적인 질문에 깊은 고민에 빠져든다.
나도 예전엔 열정에 사로잡혀 살던 때가 있었는데... 대학을 입학하기 위해, 취직을 하기 위해, 취업을 한 후엔 어떤 일을 맡기 위해, 항상 무언가에 빠져 열정적으로 노력하고 시도하고 좌절하며 스스로 성장하는 듯한 느낌에 자아도취되어 살았던 적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풋풋했던 옛 추억에 또 빠져든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열정은 어느덧 시들었고, 어찌 보면 독서라는 취미 뒤로 조용히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열심히 살아라! 란 책과, 그렇게 열심히 안 살아도 돼~란 책 중간 어딘가에서 숨 고르기를 하며 지내는 요즘이다란 생각이 문득 들게 한다.
책 내용 중, 증명하는 부분이 참 재밌었다. 대학 때 수학 시험 문제에서 '증명하시오'를 가장 힘들어했던 기억이 났다.
소수가 무한하지 않다고 하자. 유한하다고 하자. 그러면 최대의 소수가 있다. 최소의 소수에서 최대의 소수까지, 소수를 전부 곱해서 거기서 나온 수에 1을 더한다. 나온 수는 소수이다. 어떤 소수로 나누어도 1이 남고, 나누어떨어지지 않으니까. 나온 수는 소수이고, 최대의 소수보다 크기 때문에 최대의 소수보다 큰 소수가 있는 게 되어 버려서 모순이 된다. 최초의 가정이 틀렸다는 것. 소수가 유한하다는 가정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그러므로 소수는 무한하다.
어떤 인생길을 걷게 될지 모르니, 수학이 어떻게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지 않겠나. 앞으로 무엇이 도움이 되고 무엇이 도움이 되지 않을지, 그걸 아는 게 더 기분 나쁘지 않나? 설령 그걸 알았다 해도 그래. 도움 되는 일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썩 좋지 않다고 본다.
너희가 말이야. 수학 교사나 회계사나 통계학자, 또 건축 설계사나 마케터가 되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장담하지? 절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테지만, 지금 생각하는 건 전혀 믿을 게 못 된다. 세상 사람들 태반은 고등학교 때는 꿈에도 생각 못했던 일을 하고 있거든. pg 47
수학을 잘한다는 건 어떤 거야?
영어나 화학이나 지리는 외우기만 하면 문제를 풀 수 있잖아. 수학은 외워도 풀 수가 없거든.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잘할 수 있을까. 도무지 방법을 모르겠어.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논리적이란 게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