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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멋스러운 무단횡단 - 아이들과 함께 유럽 자유여행을 꿈꾸는 부모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이은경 지음 / 착한책방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며 격하게 공감했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느낌을 고스란히 <우리들의 멋스러운 무단횡단> 프롤로그에서 읽을 수
있었다.
여행... 좋아한다, 상상으로만.
어렸을 땐 돈이 아까워서 여행을 못했고, 직장 다닐 때는 돈 모아야 해서,
혹은 휴가를 내기가 어려워서, 결혼 후 겨우 신혼여행을 다녀오곤, 아이들 출산으로, 어린아이와 어떻게 여행을 하냐며 집에만 있었던 것 같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며.... 그러면서 다른 이들의 여행 에세이, 소설 등을 보며 간접경험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 당연, 부럽다.
어쩌면, 돈도 시간도 딱 봐도 힘들 일정에 익숙하지 않은 타지의 경험이 마냥 ‘두렵기’때문에 시작조차 못하는 것 같다. 더불어
심하게 게으르다. 알아보고 찾아보고 결정하고 (결정장애가 있는 우리 부부에겐 좀 더 결정을 잘하는 내가 다 해야 한다), 그 과정이 기쁘지
않다. 여행을 계획하는 것이 스트레스이니, 아마 그래서 더욱더 집순이로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던 중, “이래선 안되겠다! 이번
여름은 뭐라도 하자! 미국으로 고고씽!” 이라 결정을 한지 2~3달 전, 드디어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 항공권을 구매하고, 지금까지, 아. 무.
것. 도. 안 하고 있다. 비행기 가격, 날짜 결정, 남편과 함께 가는지 아이들만 데리고 가는지에 대한 결정으로 옥신각신하며 진을 다
뺐다.
결정은, 이번 여행은 나와 아이 둘만 데리고 가는 것으로. 상상만 해도 힘들 것 같다. 여행에게 미안해질 정도로. 나 혼자 여행
가라면, 이렇게까지 머리가 복잡하진 않겠지 싶다. 장소도 숙박도 음식도, 나 하나쯤은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데, 아이들이라는 복병으로 인해,
더 많은 시나리오와 상상력을 발휘해 최악의 케이스를 생각해 준비해야 할 것 같아, 생각만 하다 그만두고 머리 식힌다며 놀기를 한다. (둘째는
아직 기저귀를 착용하므로, 여전히 저 어린이를 데리고 긴 여행을 가는 게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마음이
어찌나 백 번 공감이 되던지. 미국이란 나라를 다시 가게 되어 기쁘지만, 우울하다. 즐거우려고 행복한 추억 만들려고 계획을 짜던 중, 머리가
아파 암것도 못하겠다 지금은. (둘째 카시트까지 다 들고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던 중, 다시 여행 준비 포기) 그리고 외롭다. 이
모든 걸 다 나 혼자 결정해야 하고, 만약 힘들고 즐겁지 않은 여행이 되면, 고스란히 다 내 탓일 것 같아서다.
여행에 적당한 때가 있는 걸까.
일상을 멈추고 여행지로 떠나기 가장 적당한 때는
언제일까.
저자는 실제 여행을 하며 우여곡절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숙소는 마음에
들지 않았고, 장시간 비행기 여행으로 둘째는 건강이 나빠진듯하고, 음식도 입맛에 안 맞으면서 비싸기만 하고, 시차도 크고, 파리의 낯선 거리로
피곤에 쩔어있을 저자의 가족들이 상상이 된다. 바로 내가 두렵게 생각하는 미국 여행이 이러하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돈이다. 줄줄 세는 돈을
좀 더 아껴보겠다고 이것저것 안 하는 것도 웃기고(거기까지 가서), 여행에서 최대한 편하고 알차게 보내고자 계획 없이 돈을 써도 안되기
때문이다.(돌아와서 거덜 난 잔고를 어찌 감당하리)
하지만, 믿어보련다.
저자의 말처럼 “신기한 일은 그때 일어났다.(...)
한국에서 나를 못살게 굴던 종합 스트레스 세트들이 잊혀 버린 것이다.” 한국에서 현실에서의 아등바등 고민하고 스트레스받던 것이, 낯선 땅에서
별일 없이 살아낼 궁리를 하느라 중요한 것이 더 이상 아니게 되어버렸다는, 그 말을
말이다.
여행에 돌아오고 난 후 이 책과 내가 남긴 서평을 보면 새로울
것 같다.
여행 가기 전의 나와 아이들, 그 후의 나와 아이들. ㅋ
여전히 둘째는 그냥
9시부터 4시까지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편한 여름방학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미안해 둘째야). 간식, 매끼 챙기는 것이 난 너무
어렵다. 첫째도 만만치 않다. 방학하는 건 좋은데, 식당은 여전히 열었으면 한다는 나의 불손한 생각. ㅋㅋ 미국에서, 하루 세 끼에 간식 두
번에 밤 야식까지.. 어떻게 다 챙기나... 머리를 절레절레, 닥치면 다 뭔가 괜찮겠지... 란 막연한 생각에 초연한척해
보련다.
이 책을 읽고, 충동적으로 결정한 미국 여행에 대해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조금식 더 준비를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음 여행지는 유럽으로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용기와 희망이 든다. (우선 미국 다녀오고 생각 좀 해보...
ㅋㅋ) 좌충우돌 여행 이야기가 어찌나 웃기던지, 이쁜 작가 아줌마 (아이 엄마이면서 교사인데 작가)의 가족 이야기가 여느
시트콤보다 웃기고 재미있다.
맨 뒤에 Travel Tip이 있어 유용하다. 매우 실질적이다. 여행 가방 싸는 물품에 대한 것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아~ 필요하겠네~ 싶은 것이 많았다. 아이들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므로. 여행자 보험과 자동차 국제면허증도 빨리
알아봐야겠다.
여행은 백번 책을 읽어도 못 느낄 그런 경험을 몸소 체험하는 것이다. 그 경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겠지.
꼭 해외가 아니어도 좋다. 국내에도 안 가본 곳이 너무나도 많다. 자유여행을 통해 우리 아이들과 예쁜 추억을 만들어야겠다는
동기부여와 용기, 믿음이 생기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