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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의 일기 ㅣ I LOVE 그림책
도린 크로닌 지음, 해리 블리스 그림,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18년 5월
평점 :
아이와 함께 읽으며 빵 터졌다. 일기 쓰기를 숙제라 여겨 점점 쓰기 싫어하는 아이와 함께 '지렁이'가 쓴 일기를 읽으니 왜 이렇게 웃긴지.. 상황도 그림도 내용도 너무 재미있다.
우리의 지렁이가 느끼는 감정은 너무 리얼하다. 지렁이의 사명감으로부터 시작해서 지렁이와 거미와의 우정과 시시콜콜 해프닝들, 지렁이라서 좋은 점과 싫은 점, 지렁이라서 느끼는 두려움, 두려움과 이어지는 꿈, 지렁이의 체형으로 인한 누나 이야기, 학교 선생님의 엄격함도 재미있다. 책을 읽으며 아이의 학교생활과 담임선생님, 친구들에 대한 얘기를 평소보다 더 많이 얘기들을 많이 했다. 책은 워낙 짧아서 금방 읽을 수 있었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도란도란하느라 거의 한 시간이나 걸렸다. 책을 읽은 건지 수다를 아들과 한 건지...
이 책을 계기로 많은 진솔한 얘기를 할 수 있어 너무 좋았던 것 같다.
나 역시 아들 일기를 보며 빵 터질 때가 많다. 친구들과의 사건들, 선생님이나 친구의 행동에 대한 아들의 견해 등 엉뚱하고 웃기게 생각하는 아이의 순박함에 경이로운 마음마저 생긴다. 지렁이의 일기를 같이 읽으며 항상 이렇게 밝고 재미있는 일들이 가득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해본다. 일기 쓰는 건 싫지 않은데 내 속마음을 쓴 일기를 담임선생님께서 보는 게 싫다고 한다. 게다가 잘 썼다고 생각하는 글을 아이들 앞에서 읽어주신단다. 일기를 쓰라는 건지 그냥 글을 쓰라는 건지 혼동이 온단다.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몰라서 "그냥 적당히 솔직하고 적당히 조절해서 써~"라고 말했지만 당최 난 뭔 얘기를 아들한테 한 건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아들아~ 아들이 잘 판단해서 하렴."이라고 마무리를 지었다.
아이와 함께 <지렁이의 일기>를 읽으며 아이의 마음도 같이 헤아려주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여느 코믹 만화책보다 훨씬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