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돈을 좀 의미 있게 써볼 생각은 해보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를 읽고 한스 라트란 작가의 펜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신은 내게 도와 달라고 말했다 >를 읽고, 이 신 시리즈를 모두 읽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만나보는 <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한스 라트 작가는 독일의 유명한 드라마 작가이자 소설가이다. 한스는 1965년 생으로 철학, 문학,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2009년 소설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아쉽게도 그의 베스트셀러로 인정받게 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란 책은 국내에 번역되지 않아 만나볼 수 없다. 그의 다른 책인 <당신의 아이가 어른이 되기 전에>도 만나보고 싶어 도서관에서 책검색을 해봤지만 도서관에는 구입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살짝 책 소개를 봤는데, 소장가치를 팍팍 느끼게 하여 장바구니에 살포시 담아본다.

한스 라트의 신 시리즈 책 순서는 아래와 같다.
BOOK 1: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BOOK 2: 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
BOOK 3: 그리고 신은 내게 도와 달라고 말했다


원래 순서대로 읽고 싶었는데, 그리고 신은 어쩌고저쩌고 가 아니라 제목이 아예 달라서 악마도로 시작하는 책도 시리즈인 줄 몰랐다. 아쉽게도 순서대로 읽지는 못했지만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그리고 악마인 안토 아우어바흐를 만나며 오히려 신(아벨 바우만)도, 악마(안토 아우어바흐)도,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심리 치료사 야콥 야코비)도 모두 다 멋지다란 생각이 점점 더 들었다. 마지막 부분에 악마의 얘기를 들으면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마음이 생긴다.

이 책이 너무 마음에 드는 이유 중 하나는 바우만이 어딘가 여전히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고 (비록 결과를 3권에서 알아서 살았다는 건 알았지만, 책에 등장해주길 바랐다), 야코비의 물질적인 욕심이 없다는 점에 존경하게 되고, 돈은 정말 중요하지 않다는 걸 몸소 실천하는 모습에 닮고 싶단 생각도 든다. 이야기 내용 중 철학적인, 종교적인, 심리학적인 요소가 담겨있고, 문화적 차이로 때론 공감이 안 가는 남녀 사이의 심리묘사가 있긴 해도, 이야기 내용 중 저자가 쓴 문장 하나하나 주옥같은 명언들 같았다.

난 특별히 종교는 없지만 거부하는 마음도 없다. 큰 기대 없이 읽으면 나처럼 푹 빠져버릴지도 모르는 독일 소설, 신 시리즈! 추천한다. 신 시리즈라고 부르는 건 내가 지어낸 것이고, 그냥 시리즈로 취급 안 할지도 모르겠다. 주변에서 재밌는 책 추천해달라고 하면, 한스 라트의 소설을 추천할 것이다.

 
책 속으로

아벨 바우만은 내 환자였다. 3년 전쯤 비극적인 사고로 목숨을 잃었는데, 자신이 선택된 사람이라는 생각을 넘어 신 자체라는 망상에 시달린 사람이었다. 그는 신으로서 내게 심리치료를 부탁했다. 신은 지금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고, 갈수록 힘과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바우만이 당시 내게 직접 한 말이다.(...) 어쨌든 확실한 건 아벨 바우만이 세상을 보는 내 시각과 나 자신을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다. 그를 통해 깊은 영성의 감정이 내 속에 깃든 듯하다. 나는 이제 보이지 않는 그 세계의 존재를 가끔 갑작스레 이는 미풍처럼 어렴풋이 느끼곤 하는데, 그것이 삶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어 주었다. pg 29


이 세상은 무의미하기 때문이죠. 개구리 한 종을 멸종 위기에서 구하거나, 한 원시 부족이 밀림에서 쫓겨나는 걸 막는다고 해서 세상이 좀 더 의미 있어지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또 쓰레기 분리수거니 태양 에너지니 하면서, 사람들이 소위 의미 있는 조처라고 말하는 것들도 인간이 세계 종말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막을 수 있나요? 가당찮은 일이죠. pg75


그 거래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는 당신도 이미 잘 알 텐데. 인간은 모두 똑같아요. 사랑, 증오, 질투, 복수, 탐욕, 허영, 향락, 이런 문제들 앞에서는 교황도 다른 평범한 인간들과 차이가 없어요. 그저 약한 존재죠. 그래서 하늘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인간은 기도를 하려고 두 손을 모은 동안에만 죄를 지을 수 없을 거라고. 나는 거기다 이렇게 덧붙이고 싶어요. 하지만 어쩌랴, 인간은 점점 기도를 하지 않는걸! pg 250

우리는 인간들을 타락의 구렁텅이로 빠뜨리기 위해 더 이상 복잡한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인간들이 알아서 서로의 삶을 지옥으로 만들도록 자극만 주면 되었어요. 그건 쉬운 일이었죠. 그래서 우리는 그 뒤로 쭉 그렇게 해오고 있어요. pg 253

당신을 부른 건 내가 아니었어요. 나는 권력을 갖고 싶지도 않고 유명해지고 싶은 욕심도 없어요.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 마음도 물론 없고요. 그런 사람 앞에 당신이 왜 나타난 거죠? 이제 제발 내 영혼에 관심을 끄고 나를 평화롭게 내버려 둬요. 그리고 지옥이건 어디건 당신이 가고 싶은 데로 가버려요. pg 27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