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과거시험이 전 세계 역사를 바꿨다고? - 요즘도 과거시험을 보면서 살고 있는 아이들 ㅣ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2
이상권 지음 / 특별한서재 / 2018년 4월
평점 :
큰 기대 안 했는데 너무 재미있게 읽은 책이 최근에 무엇이 있더라...? 이런 질문을 생각하게 만든 책이다. 바로 <과거시험이 전 세계 역사를 바꿨다고?>은 큰 기대 안 하고, 사실 처음부터 과거시험에 대해 너무나도 심각하게 궁금한 건 아니었는데 호기심에 책을 열었고,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더불어 정말 쉽고 이해하기 좋게 쓰인 책이라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아빠가 딸과 딸의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이야기 전개가 된다. 처음에는 말투가 대화체라 어색하게 느꼈지만, 책을 읽던 도중 그런 건 싹 다 잊고, 새롭고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고, 무의식중에 지나쳤던 문구, 물건, 사실들이 새롭게 재편성되는 듯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작년에 아들이 처음으로 나간 피아노 콩쿠르에서 '차상'이란 상을 받은 적이 있다. 최우수상, 우수상 등의 이름은 들어봤지만 차상이란 말은 처음 들어봐 생소하다 느꼈다. 근데 우연히 이 책에서 과거시험의 성적에 대해 설명해주는 부분이 있었는데, 차상이라는 용어가 나왔다. 옛날엔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하지 않았으니, 상중하와 이런 단어로 점수를 매겼구나를 알게 되었다.
다양한 고전 소설과 현재까지 내려오는 유물들을 바탕으로 옛 과거시험 이야기 및 그 시대적 배경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어떻게 현재에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다. 그저 옛날엔 과거시험을 봤지~ 정도만 알았는데 정말 자세히 알아가는 과정이 신기한 점도 많고 재미있다.
이 책을 읽으며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점이 있었다. 금수저 흙수저 논란도 옛날부터 있었는데 실제 과거시험을 치르려면 돈이 절대적으로 많이 필요하기에, 금수저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 그만큼 과거시험을 봐 합격률이 높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요즘,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는 끝났고, 금전적 여유가 있는 자녀들이 결국 엘리트 코스를 밟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진다고 암암리에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옛날엔 우선 책 살 돈, 공부할 때 드는 돈, 족집게 과외 선생, 종이, 붓 등 공부에 필요한 물품들도 귀했고, 시험을 보러 가려면 긴 여정이 시작이 되는데 노잣돈, 짚신, 벼루 등을 뒷바라지하려면 결국 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부산에서 한양을 가려면 적어도 3개월 정도는 걸리는데 가는 도중 죽는 사람도 허다했고 가던 중 돈이나 먹을 식량이 떨어지면 구걸도 하거나 논밭에 가서 일해주고 다시 한양으로 갔다는 말에 놀랍기도 했다. 과거시험에 합격만을 기원하는 엄마, 아내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이 또한 안타깝다. 벼슬을 해야 양반으로서 신분이 유지되니 가문을 위함은 정말 공부만이 살길이었다는게 그 무게가 실로 엄청났을 것 같다. 목숨을 걸고 사명을 다해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니, 그걸 보면 사실 지금이 훨씬 낫네~싶다. 적어도 목숨까지는 안 걸어도 되고, 다른 대안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수험생은 정해진 옷이 있는데 돈이 없어 그 옷을 준비를 못해 시험을 포기하는 이도 있었다고 한다. 과거시험을 볼 때 시험지를 빨리 내야 더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었다거나, 시험장소에 일찍 가서 앞자리에 앉아야 시제를 빨리 보고 답안지를 작성할 수 있었다는 점도 재미있다. 뒤에 앉은 사람들은 시제를 보러 앞에까지 왔다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데만 많은 시간이 낭비가 되었을 테니 말이다. 답안지 내용을 수정할 때는 반드시 감독관을 불러 수정한 곳에다 확인 도장을 받아야 했다고 한다. 그 많은 수험생들이 수정하는 답안지를 일일이 도장을 찍었다면, 그것도 엄청 복잡했을 것 같다.
옛날에 사용하는 단어들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요즘은 답안지라고 불이는 말이 옛날엔 과지, 시권, 시지라고 불리었다고 한다.
언급했던 내용 말고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미처 알지 못했던 담화 같은 느낌으로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몰랐던 사실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 시대적 상황을 쉽게 설명해주어 이 책에서 제시하는 인물 위인들이나 고전 소설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되었다.
'요즘도 과거시험을 보면서 살고 있는 아이들'이란 부제를 가진 <과거시험이 전 세계 역사를 바꿨다고?>를 통해 옛 조상들의 지혜와 역경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요즘은 옛날처럼 책이나 종이를 구하기 힘든 시대가 아니니 우리 아이들이 더 많은 다양한 책을 통해 세상을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요즘 청소년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과거시험을 보던 때처럼 목숨은 안 걸어도 되니 너무 힘들게만 느끼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든다. 그리고 꼭 공부와 과거시험(공무원 시험)만이 답은 아니니 스스로 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는 꿈나무들이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가끔 조선시대에 태어나면 어땠을까?를 상상하곤 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다행이다. 책이 너무 귀해서 읽을 수 없는 상황은 아니니 말이다. 이 시대에 태어난 것에 대해 너무 감사한 마음마저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