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앙! 생각하는 숲 22
조원희 지음 / 시공주니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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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처음 눈에 들어온 건, 임팩트있는 책의 제목 <콰앙!>과 저자와 그린이가 동일하다는 점이다. 글도 잘 쓰는데 그림까지 잘 그리는 능력가라니. 시공주니어에서 출간되는 시리즈 생각하는 숲 중 22번째 책인 <콰앙!>을 만나보았다.

글밥은 적지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같은 소리, 다른 시선, 우리가 보았으나 외면한 바로 그 순간!이라는 책소개처럼 우리 모두 한번쯤 생각해봐야하는 이슈인 것 같다.

콰앙!소리와 함께 아이가 다쳐 쓰러졌다. 사람들이 모이고, 아이의 엄마가 뛰어 오고, 구급차, 경찰차 바삐바삐 달려와 아이를 병원에 데려간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이 다행이라며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러던 중, 또 다른 콰앙!하는 소리가 들린다. 또 누가 다쳤나?를 생각하며 다음 장을 넘기니, 이번엔 검은 아기 고양이 한마리가 다쳐 쓰러졌다. 하지만 좀전에 아이가 다쳤을때와의 반응과는 사뭇 다르게, 구급차도 경찰차도 누구 하나 도와주는 이 없이 그렇게 아기고양이는 외면을 받는다. 한 아이가 묻는다. "엄마 구급차는 언제와요?" 엄마는 대답없이 바쁘게 가던 길을 무덤덤하게 간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겨우겨우 엄마 고양이가 아기고양이를 입에 물고 쓸쓸히 길을 걸어가며 그림책이 끝난다.

에효... 먹먹하다. 주인이 있더라도 반려견이 아프거나 사정이 생겼다는 이유로 내다버리는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해 비판하는 그림책 <검은 강아지>를 최근 읽어서인지 제일먼저 그 책이 생각났다. <콰앙!>이란 책은 주인이 버린건 아니지만,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을 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을 그려낸다. 아이와 책을 읽으며 만약 우리 눈 앞에 이런일이 발생하면 가까운 동물병원으로 데려다줘야한다며 교과서적인 대답을 하는 아이에게 칭찬을 하며 훈훈한 독서시간을 가졌지만 나의 마음은 복잡하다.



어른의 관점에서 이 책을 읽은 나는 사실 혼란스럽다. 어떤 의미로 이 책을 그려낸 건지는 알겠다.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닭, 돼지, 소, 고래 등을 마구마구 잡아먹는 우리 인간들이지않는가. 그럼 그 행위들 마저도 모두 비판받고 바로 잡아야하나? 강아지,고양이,햄스터 등 반려동물이라 일컫는 동물들은 사랑받고 보호해야하지만, 동물원 우리에 갇혀있거나 우리가 먹는 모든 동물들은 그냥 죽여 먹어치워도 누구하나 뭐라 하지 않는다. 쉽게 시켜먹는 후라이드 치킨도 누군가는 잔인하게 닭모가지를 비틀고 배를 갈라 내장을 파내 팔다리 자르고, 튀기기까지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정말 맛있게 먹는다. 한동안 치킨은 안시켜먹을듯싶다. 구체적으로 생각은 안해봤었는데 이렇게 과정을 글로 쓰니 생각보다 더 잔인하게 느낀다. 나도, 요리사도, 닭장수도.

뱀파이어를 소재로한 스테파니 자이어의 <트와이라이트>에서 뱀파이어 주인공이 먹잇감인 인간과 사랑에 빠지며 사자가 양을 사랑하는 격이라 비유하는 장면이 생각이 났다. 인간을 먹잇감으로만 생각하며 무차별적으로 살인하고 피를 먹는 뱀파이어 종족과 한때 인간으로서 영혼이 있었던 인간으로 남고 싶어하는, 인간을 동경하는, 인간을 존중하고 함께 어울려 살고싶어하는 뱀파이어 종족간의 싸움이 생각났다. 인간의 피가 아닌 다른 동물들의 피로 연명하는 인간적인 뱀파이어. 과연 인간적인 것이 무엇일까? 반대편 입장으로 사는 뱀파이어 종족을 나쁘다고만 말할수 있을까?

최근 한스 바흐의 소설 <그리고 신은 내게 도와달라고 말했다>에서 주인공이 어쩌다보니 동물보호단체에 구성원이 되어 실험도구로 사용되는 침팬지를 구출하고 닭을 무자비하게 키워 알을 착출하는 것을 막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 구성원은 절대 고기를 먹지 않으며 동물을 함부로 대하는 우리 인간들에게 메세지를 전달하려한다.

먹이사슬에서 가장 높이 있는 우리 인간들(뱀파이어 다음겠지만)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들을 어떻게 대해야하는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단순히 아기 고양이를 외면한 사람들이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비난하기엔 그보다 더 비인간적인 행동을 많이하는 요즘세상이 아닌가. 난 사실 이 책을 읽고 처음 든 생각은 '아기 고양이도 구해주지...' 가 아니라 '아이가 다쳤을때 주변 사람들이 그나마 외면을 안해서 다행이다'란 생각이였다. 워낙 심심치않게 비도덕적인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기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집단폭행이 일어나는데도 말리지 않는 사람들, 말도 못하는 아이를 때려 숨지게하고 은폐하려는 부모, 갓난아이를 굶겨 방치한채 pc방에서 게임하는 부모,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채벌, 교육계에서의 성폭행, 묻지마 폭행... 아이고 끝도 없다 이런 이야기... 그저 최근에 길거리 집단폭행사건을 접했을때,대낮에 사람들이 많이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는 기사가 번뜩 기억이 났다. 아이고... 고양이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사람에게라도 정을 배풀수있는 따뜻한 세상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옳고 그른것을 따지기 앞서 내가 믿고 행하는 행위에 대해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차원에서 스스로를 점검해보고 되돌아보는건 어떨까.

어른책으로는 글의 양이 한 쪽도 안되는 분량의 그림책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게한 책이었다.

그래, 길가다 다친 반려동물들은 구해주자. 우선 생명은 소중한 것이니까. 다른 동물들은....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초등학생의 눈으로 바라보는 <콰앙!>을 나중에 성인이 되어 다시 읽게되다면 우리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 그것도 궁금하다. 어쩌면 내가 모든걸 복잡하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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