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입니다만 - 지금, 여기에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라문숙 지음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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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렇게 귀여운 주부가 또 있을까? 저자 라문숙의 에세이 <전업주부입니다만>을 읽으며 그녀의 문체를 통해 소녀의 감성이 풍부한 그녀를 상상하게 되고 이 책을 읽고 있는 나는 어떤 전업주부의 모습으로 살고 있나를 보게 된다.

그녀의 일상과 사연들이 모두 주부로써 공감할 수 있는 일들로 나열이 되고 해석이 될 때 느끼는 이 폭풍공감을 보니, 나 역시 주부가 된 것이 맞나 보다. 집안일이 끝도 없나는 점, 하루 이틀 손 놓고 있으면, 나중에 결국 몇 배로 늘어나 고스란히 다 내가 처리해야 한다는 점, 음식을 할 때에도 결국 식탁에는 몇 접시 안 올라가는데 부엌 설거지통에는 엄청난 양의 냄비와 설거지 거리가 쌓여있다. 게다가 이놈의 컵들은.... 가족 멤버가 몇 명 되지도 않는데 하루에 나오는 컵의 수는 왜 이리 많은 건지... 매일 어질러지고 매일 빨아도 세탁물이 넘쳐난다는 데에 너무너무 공감한다. 나 역시 꾹꾹 참고하다가 결국 스트레스 게이지가 높아서 주부 파업을 할 때가 있다. 내가 종종 생각했던 것들을 저자 라문숙의 문체에서 되살아나니 왜 이렇게 내 입가에 웃음이 나는지.. 너무 웃기고 재미있으며, 같은 전업주부이지만 꼭 우리 엄마도 이랬을까 란 생각도 하게 되고, 역시 현실은 소설과 달라.. 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유일하게 공감할 수 없었던 점은 저자는 요리를 좋아하고 흥미있어하지만, 난 이마저도 정말 어쩔 수 없이 하는 행위이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빨리 약이 개발되어 약 한개만 먹어도 모든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러면 이렇게 음식점 아줌마처럼 아침 먹고 치우고, 점심 먹고 치우고, 간식에 저녁에 또 후식에 챙기고 챙기고 또 챙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정말 주기적으로 하는걸 고백합니다. 가족을 챙기는 것이 이렇게 내내 밥을 해대야 하는지 정말 몰랐다. 요리를 기쁜 마음으로 하려 해도, 쉽지가 않다. 특히 아이들이 맛없다며 안 먹으면 더욱더. 우리 아이들은 내가 한 요리가 맛이 없더라도 먹어야 한다. 안 그러면 다음 식사 때, 밥을 안 줄 것처럼 으름장을 내놓기 때문이다. 근데 실제로 정말 내가 먹어도 맛이 없을 때가 있어 종종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이 책은 그냥 주부로서의 일상을 얘기한 것이 아니라 이 많은 행동들이, 하루하루가 쌓여 인생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어렵고 복잡해서 잘못된 답을 고를 수도 있는 이런저런 일들을 피해 결코 잘못될 리가 없는 안전한 일들이 필요했을 뿐이다. 콩은 그저 핑계인지도 모른다." pg 33 어쩌면 나도 현실도피를 위해 전업주부의 삶 안에서 숨을 쉬고 있을 때도 있다. 복잡하고 전쟁 같은 사회생활을 등진 채 육아와의 전쟁, 집안 일과의 싸움을 한다며 숨어있는 건 아닐까? 집안일만 없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하는 저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빙의가 되어 나의 이야기를 쓴 것만 같은 저자 라문숙의 책 <전업주부입니다만>을 읽으며, 어머나! 웬일이니!를 외치며 부끄럽기도 하고 나의 정신세계를 저자의 말을 통해 보기도 한다. 나도 저자처럼 "전업주부인 나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하고 싶다. 좀 더 마음의 여유를 찾고, 집안일은 너무 완벽하려 하지도 너무 잘하려 나를 괴롭히지 말아야겠다.

솔직 담백한 이야기 속에서 나를 발견하게 되고 공감하고 회상하고, 발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소박한 꿈을 꾸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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