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할 걸 그랬어
김소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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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MBC 아나운서, 책 읽어주는 여자, 책방 주인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멋진 여자 김소영. 하지만 사실 난 그녀에 대해 1도 모르는 독자였다. 위즈덤하우스 출판사를 워낙 좋아하고, 출간하는 책들마다 항상 너무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아나운서에서 책방 주인이 된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이 책을 거의 다 읽어갈 때, 김소영이라는 사람을 처음 검색하게 되었고, 그녀가 이렇게 예쁜 사람인지, (물론 책 커버에도 예쁘지만), 그녀가 계속 언급했던 남편이 아나운서 오상진 씨인지 처음 알았으며(기사보고 깜놀했음), 그리고 배현진 아나운서에게 괴롭힘을 당해 퇴사를 했다는 사람이 이 분인지 (루머일지 모르겠지만) 처음 알았다. 생각해보니 책 내용 중, 어느 서점에 '소영 상진 다녀감'이런 문구를 남기고 왔다는 글을 읽을때만해도 눈치를 못챘다. 물론 사실 배현진 아나운서도 이번에 하도 매스컴에서 시끄럽게 언급해서 어쩔 수 없이 알게 되었지만. 워낙 TV를 안 보고 (뉴스까지 안 보는 거 정말 들통났다는..) 세상 소식에 깜깜한 나였기에 이 책은 나에게 놀라움과 당혹스러움을 주었다. 정말 나만 몰랐을 것 같은...

우선 이 책을 읽으며 그녀의 책 사랑이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나 역시 책을 좋아하지만 해박한 지식은 정말 없기에.. 하지만 독서를 좋아한다고 다 학자여야 하는 법은 없으니까.

그녀가 아나운서라고 해서 딱딱한 글일 줄 알았는데 마치 그녀의 일기장을 함께 읽는 듯한 기분이 느꼈다. 글을 쓰는 말투가 처음에는 오잉? 어쩌면 심히 비전문가스러운 말투? 하지만 그녀만의 색을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문체에 흠뻑 빠졌다. 나랑 정말 대화를 하고 담소를 나누고 있는 기분이 들었달까. 벌써 이 서평에서 김소연 아나운서 흉내를 살짝 내고 있다는...

책의 디자인 역시 핑크핑크하다. 겉표지 뿐 아니라 종이가 그라데이션 핑크로 되어 있어 어렸을 때 이런 식의 일기장이 있었던 것이 회상되었다. 의도적인 거였겠지?

초반부에 MBC에서 징계를 먹고 상암 카페에 출근을 한다는 내용이 사실 심상치 않았으나 일부러 꾹꾹 참고 검색을 하지 않았다. 왠지 그녀에 대한 편견이 생길 것 같아서였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녀가 다니는 북카페 투어를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었고, 이 책을 읽었던 장소와 상관없이 나는 한껏 그녀와 공감하고 느끼고 생각하며 웃고 있었다. 그녀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고 공감이 갔으며, 그녀의 사내커플 이야기를 통해 나를 옛 추억을 돌아보게 되었고 지금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뭘까에 대해 또 생각하게 되었다. 나를 가슴 뛰게 하는 것이 무엇이던가. 책 읽기와 책 서점을 운영하는 것은 다르다는 점, 게다가 서점의 콘셉트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많은 고민과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걸 배우게 되었다. 그녀가 계산적으로 생각하는 건 너무 당연한 것이었고, 술술 솔직하게 털어놓는 현실적인 얘기가 많이 와닿았다. 만약 북카페를 오픈할 계획이라면, 미리 계산기는 눌러보고 일을 저지르는 것으로. 난 셀럽이 아니니까.
독특한 일본 서점들에 대해 간접경험과 음식 이야기, 꽁냥꽁냥 남편과의 일들도 재밌었고, 북 큐레이터에 대한 업무에 대해 흥미가 생기기도 했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직업군이었기에.

판매용 책이 제본이 되기 전에 교정쇄에 대한 언급이 되었는데 매우 반가웠다. 나도 가끔 좋은 기회가 찾아와 가제본을 미리 읽을 때가 있다. 이건 시중에서 돈 주고도 못 사는 제본이라며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은근 커버가 없는데 그게 더 멋지다는 생각을 매번 한다.

김소영 작가, 사장님에게 책 추천을 해달라고 하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종종 추천해준다고 한다. 내가 읽은 유일한 책은 <상실의 시대>이다.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도 사실 잘 안 난다. 그녀가 추천한 <댄스 댄스 댄스>,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를 읽어보고 싶어 살포시 장바구니에 담는다. 아니다, 직접 그녀의 '당인리책발전소'에 방문해서 구매해야겠다.

내가 진작 할 걸 그랬어! 하는 일이 무엇일까? 꼭 일이 아니더라도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우선 좀 더 신선노름하듯 책을 재미있게 읽어야겠다. 책 속에 답이 있다는데, 답을 찾으러 떠나보련다.


- 책 속으로

사실 나는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책을 고르는 것도 좋아한다. 이것도 궁금하고 저것도 읽고 싶은 수많은 책들 사이에 있을 때면 마치 불량식품 가게에 들어선 꼬마가 된 기분이 든다. 한마디로 내가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골라내는 재미와 설렘이 책방을 찾는 가장 큰 이유인데, 이곳에서 서점 주인이 미리 골라둔 책을 마주 대하고 있으려니 기분이 묘하다. pg 50

'애묘'의 역사가 긴 일본에서는 도처에서 고양이를 발견할 수 있다. 식당에 가면 재운을 불러온다는 행운의 상징 마네키네코가 손을 까닥이며 손님을 맞이하고, 길을 걸을 때면 고양이가 그려진 간판이나 일러스트가 자주 눈에 띈다. 고양이 관련 산업이 웬만한 문화 산업 못지않게 높은 인기를 누리면서 고양이를 뜻하는 일본어 '네고'와 '이코노믹스'의 합성어인 '네코노믹스'라는 말이 등장했을 정도다. pg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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