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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마리암 마지디 지음, 김도연.이선화 옮김 / 달콤한책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강력한 메시지가 담긴 책을 만났다.
2017년 공쿠르 최우수 신인상과 우에스트 프랑스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다.
역시 문학상을 받은 작품답다.
문체가 어찌나 힘이 있고, 파급력이 높은지. 간결한 문장에 군더더기 없이 더도 덜도 안 붙은 수식어에 한동안 얼어붙은 마음으로 책을 읽은 것 같다.
사실 페르시아어라는 용어보다 이란어가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은 3개의 장으로 나누어진다. 유년기, 성장기, 그리고 성숙기라고 나 스스로 이름을 붙이고 싶다. 1장을 읽으며 세계 어딘가엔 정말 이런 일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하니 더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책으로만 보며 배웠던 일제강점기 시절이 이 책을 읽으며 내 눈앞에 겹쳐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일들이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발생했을 것이라 짐작하게 되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했다. 2장 '두 번째 탄생'을 난 성장기라 생각을 하며 읽었다. 그녀가 프랑스에서 적응을 하며 겪게 되는 사건들, 두 문화에서의 혼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3장에서 다시 찾게 되는 마음의 평화와 문화 간의 화해랄까. 정체성에서의 혼란을 극복하고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인간의 존엄성도 느끼게 된다.
프랑스 소설에 대한 나의 선입견이 있다면 문장이 전반적으로 길다는 것이다. 작가가 선호하는 문장 스타일이고 색깔이라 여길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문장이 길게 늘어진 것보단 간결하고 짧은 것을 더 선호한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처럼 길게 늘어진 문장도,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나 김훈의 <남한산성>에서의 간결한 문장도 다 개성이 있다. 마리암 마지디의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를 통해 저자의 호소력 있는 문체에 대해 매력을 느꼈다.
마리암 마지디는 1980년 생, 이란의 테헤란에서 태어나 6살에 프랑스로 망명을 한 후, 현재 프랑스 소설가이자 교사로 살고 있다. 그녀의 삶이 순탄치만은 않았으리라 짐작하게 되고, 이 책이 세상 밖으로 나오며 그녀의 어린 시절의 경험이 이 소설을 쓰는데 큰 밑거름이 되었으리라. '조국' 이란 단어가 유달리 머릿속에 맴돈다.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말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우리의 고유문화를 지키며 살 수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