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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왜 비겁했을까?
이벤 아케를리 지음, 손화수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8년 3월
평점 :
가슴을 졸이고 뭉클한 심정으로 읽었다. 주인공인 아만다의 상황, 본의 아니게 한 행동, 이로 인해 견뎌야 하는 결과, 새롭게 무언가를 깨달아가는 과정 등을 지켜보며 아만다가 너무 기특하기도 하고 또 역시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나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던가?
아만다, 세리, 카이, 라스, 아담 그리고 안나와 크리스티나, 그리고 독자인 나에게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점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이를 통해 어떻게 개선하고 교훈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냐가 다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아만다의 학교에 다운증후군을 가진 라스라는 아이가 전학을 온다. 담임선생님께서는 아만다가 라스를 전담해서 도움을 주는 친구가 되어주라고 지목을 하신다. 그러면서 벌어지는 해프닝 이야기이다. 라스와 아만다가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에선 흐뭇한 마음이 든다. 남의 약점을 가지고 놀리는 것이 강한 것이라 착각을 하는 안나와 크리스티나의 행동에는 당연 이맛살을 찌푸리게 된다. 놀림감이 되고 싶지 않고 따돌림을 당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너무 컸기에 선택한 잘못이 많은 이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줘서 괴로워하는 카이와 아만다를 보며, 누구나 한 번쯤 겪고 깨달음을 얻어야 하는 과정일 수 있구나란 생각을 하였다. 아이나 어른이나 아이나 여전히 힘들 과정이니 말이다.
비겁함과 악함이 왜 같은 얼굴일까?
결국 의도와는 달리 비겁한 마음 때문에 한 행동이 결국 안 좋은 결과를 초래했고 다른 이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기에 같은 얼굴이라 표현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때, 그 결과를 어떻게 개선하려 노력하고 발전을 시켰는가를 보며 용기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행할 수 있는 태도, 이것이 바로 용기 있는 자가 아닌가 싶다.
부모의 입장, 선생님의 입장, 친구들의 입장, 그리고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이의 부모의 입장이 되어가며 읽었던 책인 것 같다. 노르웨이의 학교 문화,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들을 보며 한국과는 사뭇 다른 부분을 볼 수 있지만 결국 인간사 사는 방식은 비슷하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매우 적합한 책이라 생각한다. 엄마의 백 마디 말보다 이 한 권의 책을 읽으며 아이의 생각이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한다.
책 속으로
"다운중후군이라고요?"
"맞아. 하지만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사항이 하나 있어. 비록 라스가 그런 병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도 우리와 같은 하나의 인격체라는 점이지. 물론, 겉으로 보기엔 우리와 조금 다를 수도 있어. 하지만 느낌과 감정 같은... 그 속내는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아.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말이야. 이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시간과 도움을 필요로 하지. 난 라스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너라고 생각했어, 아만다." pg39
정상적이라고? 아냐! 이 세상에 그 어느 누가 완벽하게 정상적이라 할 수 있겠니? 하하! pg51
부모님은 이 모든 것이 너무나 잘 된 일이라며 기뻐했다. 어머니는 내가 라스와 함께 보내는 시간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며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이것저것 세세하게 물어보았다. 내가 이런 경험을 하는 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물어보았다. 나는 어머니가 왜 그런 질문을 던지는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일일이 질문에 대답하자니 바보가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내가 무엇을 얻을 것 같냐고? 어머니는 내가 도전을 이겨 내며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원했다. 하지만 나는 라스와 함께 보내는 오후 시간을 도전으로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정반대로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pg112
"그런데 왜 그런 짓을 했니?"
"나도 몰라.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나"도 마찬가지야."
복잡한 문제를 설명하기엔 너무나 간단한 말이었지만, 그건 진실과 그리 멀지 않았다. 내가 그 일을 했던 것은 내가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용기가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나쁜 짓을 한다는 것과 용기가 없다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라는 사실이다. pg260
"왜 우리는 라스의 행동을 멈추는 것이 그를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걸까?
왜 라스는 그 이상한 행동을 계속하면 안 되었던 걸까? 왜 우리는 그런 라스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어제 난 내가 라스의 입장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야만 한다고 믿었어. 그리고 다른 아이가 그런 입장에 처한 나를 도와주기 위해 했을 것 같은 일을 했을 뿐이야."
"단지 내 말은 사회가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야. 다른 사람들의 놀림감이 되는 걸 두려워하거나 보통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행동을 해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지." pg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