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퍼런트 - 넘버원을 넘어 온리원으로
문영미 지음, 박세연 옮김 / 살림Biz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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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웹과 이벤트 기획을 꽤 오래해서 소위 말하는 벤치마킹이라 불리는 작업을 수백 번은 한 것 같다. 벤치마킹(Benchmarking) 후에는 이 작업의 목표 방향을 경쟁으로 갈지 차별화로 갈지는 정한다. 이 단계에서는 반드시 고객의 결정이 필요한데 실제로는 벤더(Vendor)가 정해서 통보하는 형태를 띄고 있다. 대부분의 고객은 결과물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지 그 결과물의 방향성을 고민할 여력이 없다. 그 방향성은 벤더가 문서화해서 설득시키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이 작업의 ROI에도 관심이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보니 차별화로 방향을 잡아서 진행을 하다보면 경쟁사 또는 특정대상의 장점을 도입해 달라는 요구가 모든 단계에서 수시로 치고 들어온다. 아무리 차별화 전략을 잘 세우고 괜찮은 아이디어를 적용해도 현재 가늠하기 쉽지 않은 차별화의 성과보다는 당장에 가시적인 겉모양이 더 중요하다. 그러다보니 작업이 기업의 매출 증대등의 성과와 연결은 고사하고 작업 자체가 비효율적으로 진행이 된다.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흠짓 놀랐다. 몇 차례의 죽을 듯 했던 프로젝트 후에 차별화고 경쟁전략이고 간에 빨리 쉽게 끝내자는 생각으로 차 있었던 나를 발견했다. 결코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는 작업관련자들에게는 최선이다.

우리가 차별화를 그렇게 외쳤던 이유는 일차적으로는 잔인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경쟁은 필수다.' 그것을 '피하려 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라고 외치고 싶은 이가 있다면 '당신은 아직 하수이다'라 조용히 알려주겠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선이며 당장 눈앞의 경쟁에서 지더라도 그것이 좋은 경험이니 경쟁은 피할 것이 아니라 말한다면 그것은 틀린말이 아니고 오히려 멋진 말처럼 보인다. 짝짝짝

만일 모든 경쟁자들이 같은 트랙(Track)위에서 뭉쳐 달리면서 옷이나 머리채를 잡아 당길 정도로 치열하고 치졸하게 달리다가 누군가 조금 먼저 결승선에 들어왔다고 하자. 그러면 그 경기의 순위에 따른 영광이 과연 자랑스러울까? 그 경기결과의 순위는 경기의 내용이 부적절하다면 전혀 중요하지 않게 된다. 경기에서 중요한 것은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쉽(Sports Manship)으로 완주하는 것이지 상대를 밟고 올라서는 것은 아니다. 현재 많은 산업이 이런 형국이다. 기업은 매출액 경쟁에서 1위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적절한 이익을 내며 소비자의 만족을 얻는 것이다. 대부분의 개인들이 그러는 것처럼 기업들도 이게 좋다하면 그쪽으로 몰리고 누가 조금 색다른 서비스를 시도해서 재미를 보았다하면 너도 나도 벤치해서 따라한다.








그래서 제품들은 지금 차별화성을 잊어버렸다.

판매량의 총액이 높은 제품일수록 제품간의 변별력은 더 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생수이다. 나름 모두 청정지역에서 퍼올렸다고 하는데 이건 어떤 제품이나 하는 이야기여서 전혀 구별이 되지 않는다. 프랑스의 어느 백작의 피부병이 낳았다고 해서 상품화된 에비앙도 피지섬에서 퍼올렸다는 FIJI도 소비자들에게는 제품명이 다른 정도의 구별만 되는 수준이다. 그나마 탄산이 들어간 제품들이 조금 차별력이 있지만 이 역시도 수원을 내세울 수 밖에 없어서 제품 자체의 변별력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차원에서 다른 제품들 사이에 묻히고 만다.



필자의 관심이 많은 차들을 예로 들어보자.

이탈리아의 람보르기니나 독일의 포르쉐는 아무나 가질 수 있던 차가 아니다. 이들 수퍼카들은 가격도 가격(2~5억 정도선)이지만 구입을 한다고 해도 아무나 운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성능이다. 제품의 개성이 너무나 또렷하고 그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오히려 충분히 홍보가 되는 브랜드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포르쉐가 SUV(카이엔 : Cayenne) 만들고 세단(파나메라 : Panamera)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911같과 비슷한 차이면서도 운전하기 수월한 차들이다. 가격은 여전히 1억이 넘지만 수요는 911보다는 월등히 많다. 그리고 람보르기니도 SUV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반세기 이상을 줄곳 한가지 세그먼트(Segment)에 매진하던 브랜드들이 일반적으로 잘 팔리는 세그먼트에 진입하는 이유는 한가지이다. 매출증대를 위해서이다. 보통 좁은 폭의 제품군을 가진 브랜드 특히 자동차 제조사들은 100% 고난과 역경을 통과한다. 그래서 망하거나 매각되는데 살아남더라도 새로운 주주들은 여지없이 매출 증대를 요구한다.

얼마 전에 필자는 미니쿠퍼가 5도어 모델을 출시한 것으로 두고 그 동안 미니가 스스로 만들어온 '미니어처(miniature)카'라는 위치를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라 말했다. 미니는 미국시장에 진입하면서 대형 SUV가 인기를 구가하던 곳에 불편하기 짝이 없는 차를 들여 놓으면서도 당당했다. 그러나 최근 미니쿠퍼 5도어를 출시하면서 왠지 치열한 따라하기 경쟁에 뛰어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세기 지구는 인류 역사상 유래가 없는 풍요의 시대를 살았다. 이 시기에는 '만들기만 하면 팔린다'는 말에 진실성이 느껴질 정도로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가 이루어졌다. 그 이전 시대에 수요는 많고 생산이 적어서 늘 부족하던 시기를 살았던 인류는 쏟아져 나오는 풍요에 행복한 시기를 보냈다. 그런데 이 시기에도 경쟁사보다 더 많이 팔기 위한 노력들 우리가 마케팅(Marketing)이라 부르는 것이 생겨났다. 그리고 풍요의 온풍이 사라지려는 시기가 되자 수요자를 찾는 시장의 경쟁은 치열해졌다. 마케팅 활동은 기업의 커다란 임무 중에 하나가 되고 이를 대신해주는 시장까지 생성되었다. 그러나 소비 환경은 굉장히 살벌해졌다. 특히나 몇 번의 금융위기 후 지구상의 소비자들의 대다수는 무척 실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고 아주 적은 로열고객만이 살아 남아있다. 실용적인 소비자들은 마케팅 활동에 반응을 하긴 하지만 쉽게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더욱 속이 타는 상황인데 이때 대부분의 기업의 반응은 마케팅 활동에 더 열을 올리고 기업간의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이제 기업들은 하나를 팔아도 제품의 원가나 영업이익 이상의 가치를 지닌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제품의 가치를 뛰어 넘는 그 무엇인가를 가지지 않으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지고 있다. 매분기를 넘어서 주 단위로 쏟아져 나오는 신제품들은 기업들이 얼마나 숨이 찰지를 예상하게 한다. 경쟁사간의 베끼기의 결과로 본질적으로 차별성이 없는 제품들에 대해 소비자들은 작은 변화 하나로 언제든지 다른 경쟁사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이를 아는 마케터들은 더욱 피가 마른다.




IKEA라는 북유럽의 DIY(Do It Yourself :  니가 짜 맞춰라!) 원목가구 회사가 최근에 국내에 자사 매장을 차렸다. 이 브랜드의 입점에 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보이고 관련업계는 긴장과 기대를 동시에 했다. 왜 그랬을까? 유명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유명한 것도 모자라 꽤 난감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불친절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이 브랜드는 질좋은 원목을 사용하고 가구 디자인도 꽤 담백하다. 북유럽하면 가지게 되는 선입견인 내구성, 실용성, 환경성 등등 제품 자체의 품질은 최고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가구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잠재적인 고객들은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구가 놓일 곳까지 방문하여 치수를 재고 상황에 맞게 제품을 조정해주고 완제품을 배달해서 위치에 딱 설치해주고  청소까지 해주는 우리나라 어떤 브랜드와는 전혀 딴판이다. 매장에서는 구매자가 조언을 구하지 않는 한 구매자을 내버려(?)둔다. 대형 가구를 구매했다면 대형 SUV를 가져가야 하고 가구 조립에 '조'자도 모르는 여성고객이라고 해도 조립을 도와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안다는 아줌마들에 그 남편들까지 이케어의 입성에 관심이 많았다. 
미니가 그랬던 것처럼 어떤 브랜드가 제품 이상의 가치를 부여 받고 그 가치에 따른 기회 비용을 지불하면서라도 소유하고 싶어하는 즉, 제품이 아닌 그 가치를 구매하는 충성고객을 확보하려면 차별화가 방법이다. 그것도 쉬지 말고 꾸준히... 경쟁자와 다른 길을 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짓이다. 때로는 미친 짓이다. 내부의 누군가는 한번에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바보짓을 한다고 이야기할 것이고 주주들의 압력은 거셀 것이다.




다음 분기 영업 이익의 유혹은 달콤해 보인다. 당장의 매출과 상관없는 매니아들의 움직임은 별로 중요해 보이지도 않다. 그렇다면 애플을 생각해보자. 애플이 천년 만년 갈것 같지는 않지만. 애플. 말그대로의 본보기가 안닌가?

우리는 그동안 코카콜라나 나이키의 광고가 최고라고 알고 살았습니다. 그들은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반세기를 넘는 시간 동안 대부분의 기업이 희망을 이야기하며 코카콜라를 따랐다. 코카콜라류라고 일컫어지는 광고들은 모두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광고대로 우리의 삶은 그저 행복하기만 하고 소비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나? 현실은 보다 복잡하고 어렵다. 광고와 마케팅 활동의 목적은 '물건을 많이 팔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광고에서 행복한 사람들은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광고를 만드는 이들 조차도 그 광고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불행을 느낀다. 이 책의 저자는 그의 제자들과의 연구과정을 소개하며 그 광고들이 거짓말이라고 애둘러 이야기한다. 우리가 잡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가 물건을 팔자는 생각보다 사람들에게 이 제품이 어떤 변화를 줄까? 사람들이 어떻게 이 물건을 사용할까에 대한 고민을 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시장이 원하는 기능이라도 목적을 위해서는 과감하게 뺴버렸다. 애플의 사용자들이 화면을 키워 달라고 그렇게 요청해도 그립(Grip) 효율을 위해 4인치대를 고집했다. 그리고 그는 마케팅 무용론을 이야기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저자는 자신의 연구과정 중에서 마케터들이 자신들이 홍보하는 제품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놀랐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홍보하는 제품이 최고라는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 말한다. 이래서는 정말 소비자 입장에서의 소구는 불가능하다. 현재의 시장의 흐름이라는 것은 소비자 개개인의 의견이 모아진 결과라기 보다는 각 기업간의 경쟁에서 초래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는 않을까? 이렇게 가정해보면 제조사가 업계의 흐름을 벤치마킹한다는 것이 정말로 발전된 제품을 만드는 할동일까?라는 의구심이 들게한다. 우리가 요즘 소위 뜬다는 기업이나 제품들을 보면 이상한 것들을 종종 발견한다. 이케아, 이전의 미니, 욕쟁이 할머니 등등... 하하하 이것을 생각하느라 이 긴 글을 쓴 것 같다. 욕먹으로 간건지 밥먹으로 간것인지...? 그런데 욕쟁이 할머니집의 음식은 할머니의 욕과 함께 먹어야 맛있는가? 아니다 할머니가 욕쟁이 일뿐이지 할머니의 음식 솜씨가 좋기 때문이다. 욕은 그냥 덤으로 주는 인간미인 것이다.





2014년 6월 19일 추가 내용 - 아래

이 책이 2011년에 출판된 것이다 보니 예로 든 일부 브랜드의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이케아의 경우를 예로 들면 현재 이케아는 목재가구 이외에 식기, 소품 등의 사업에도 뛰어 들었다. 이건 소위 테이블웨어(Tableware)라서 세그먼트내의 사업확장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대고객 서비스도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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