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시개발, 길을 잃다 - 대형 개발에 가려진 진실과 실패한 도시 성형의 책임을 묻다
김경민 지음 / 시공사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단군이래 최대의 개발사업이라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은 요즘 얼마나 진척이 되었나? 올해 초에 시행 사가 부지 소유자이자 시행사(컨소시움)의 일원인 코레일에 3년차 토지 대금을 납부하지 못하면서 불거진 문제로 언론에 자주 등장하였던 적이 있다. 그 후 몇 달 후에 상당한 지분을 가진 삼성물산이 사업에서 손을 떼었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이제는 이 사업에 대해 들리는 바가 없다. ‘단군 이래로…’ 시작하는 상투적인 찬사는 어디로 사라지고 흐지부지, 유야무야 시간과 돈만 까먹고 있는 것인가? 현재 사업부지를 지나다 보면 공사시작을 준비하는 움직임은 전혀없다. 수정된 계획에 의하면 2011년 착공이고 지금은 10월이니 지금쯤이며 현장 사무실이며 숙소를 짓고 부지 정리를 위한 장비들이 공사장내로 이동되어 있어야 하는데. 조용하다.
정확한 속내야 알 수 없지만 사실상 계획대로 진행이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사업비 규모로 볼 때 착공 전에 이미 상당한 비용을 집행했기에 만일 이 상태에서 사업을 접는다면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이 사업 참여가 막대한 손해를 초려할 것이라며 컨소시엄에서 탈퇴한 삼성물산은 이미 사전 활동으로 이미 어느 정도의 회수를 하였을 것이라고 한다. 만일 이 사업이 중도에서 하차하게 되면 시행에 참여한 회사들의 손해는 상당할 것이다. 특히 개인 예금자들의 돈으로 사업에 투자한 은행들의 손해는 잠정적으로 국민들의 손해가 될 것이다.
사업시행 3년 만에 예정대로 토지 대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났는데 시행 사는 이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일반인의 시각으로 볼 때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다. 시행 사에 참여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굴지의 건설사, 은행 등이 포함되어 있고 국책 사업에 준할 정도의 사업규모를 시행하면서 3년 앞의 위험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이해가 되는가? 개별 회사들의 능력을 놓고 보면 10년 앞을 내다보면서 사업을 수행할 능력이 되는 회사들이지만 컨소시엄 형태의 시행사 조직과 투자의 목적과 방법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의 개발사업이 얼마나 안일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진행이 되는지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시행 사 없는 개발 프로젝트 – 내재된 위험
저자는 우리나라 개발사업의 모순은 바로 시행사의 수준과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시행사의 역할은 개발사업 전체의 입안, 계획, 설계, 수행, 마감의 과정에서 투자자, 대상지역민(조합원 포함), 토지소유자, 공기관, 건설사 등 직간접으로 개발사업에 연관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과 이익을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만일 시행사 조합형태라면 자신들의 이익을 위주로 하고 공공기관이라면 사업지역민을 포함한 공공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진정한 수행능력과 자질을 갖추 시행조직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앞에서 예로 든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처럼 국책사업 수준의 프로젝트뿐 아니라 1~2동 짜리 소규모 재개발 아파트 사업에서도 심심치 않게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면 이 말에 공감이 간다.
건설 사 위주로 돌아가는 판 – 고비용과 부실 위험
아파트 재개발 조합의 경우를 살펴보자 재개발 조합은 재개발을 원하는 지주나 지역 내 주택주인들이 모인 조직이다. 대부분의 조직원이 건설, 공무 등에 대해 무지하다. 이 경우 조합장이나 시행사 구성원이 건설출신이나 관련 공무원 출신들로 구성이 되는데 이들 역시 일부 부분에 대해 경험이 있다는 것뿐이지 사업 전체를 이끌어갈 자질도 의지도 의심스러운 브로커 수준이다. 투기에 가까운 기대로 모인 조합원들과 엉성한 조합구조 등은 브로커들의 개입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데 이 들 브로커들은 대부분 건설과 관련된 경력을 가지고 있고 많은 경우 건설 사 출신들이다. 이런 이유로 조합은 조합원들의 이익 보다는 조합임원이나 시행 사 자체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태생적으로 건설 사와 가까워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조합설립 인가와 사업승인이 완료되면 사실상 프로젝트가 건설 사 맘대로 끌려간다. 그러다 보니 사업기간 중 사업비가 자꾸 증액이 되고 시공 후 하자 등이 발생한다. 건설 사를 감시해야 할 시행 사나 조합은 사실상 건설 사 편이고 사업자체를 감시해야 할 행정기관은 인허가 이외에 문제에 대해서는 뒷짐을 지고 있어 모든 손해는 주민과 지역사회가 떠 안게 된다.
용산국제업무 지구에서 삼성물산에 철수한 경우에서 잠시 설명한 것처럼 시공 사는 시행 사에서 지분을 빼더라도 이미 시공 사로 결정이 된 상태라서 전혀 손해가 나지 않는다. 대규모 프로젝트에서도 여전히 건설 사 편의로 진행되고 있다.
뒷짐지고 있는 공공기관
용산업무지구 계획이 수익문제로 난관에 봉착하고 있을 때 줄곧 반대를 하던 서울시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다. 그 동안 서울시는 사업의 수익성이 나쁘다며 반대를 했는데 돌변한 것이다. 오세훈 전 시장의 최대 치적(?)이 될 한강르네상스와 연계한다는 조건으로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사업승인을 하고 건설 사에게는 사실상의 특혜인 용적률을 높여주었다. 한강 르네상스와 연계를 위해서 초기 계획에 없던 한강변 아파트 단지가 포함이 되자 토지 수용문제가 더욱 어려워졌다. 건설 된지 5년 밖에 안된 아파트 단지도 철거하고 수용하겠다는 것 인데… 서울시의 일방적인 발표로 해당 지역은 지금도 재산권 행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자신들은 인허가 이외에 다른 것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뒷짐을 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20세기 초 관주도의 일방적인 개발사업을 진행해 그 결과로 많은 사회적인 문제를 겪었다. 따라서 지금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조심스레 진행한다. 그런데 미국 따라쟁이인 현 정부와 기관들이 이미 실패한 지난 세기의 도시미화사업의 전처를 그대로 밟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성공사례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고 계획 중이었던 대부분의 개발사업들은 사실상 모두 실패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대부분의 계획들이 시행도 못하고 패기 되거나 지지부진하다. 어느 정도 진척인 된 프로젝트들을 살펴보면 수익을 낼지 의심스런 결과들을 보이고 있다. 용산프로젝트 보다 더 큰 사업인 인천송도의 경우에는 이미 건설된 초고층 업무시설에 공실로 남아있고 따라서 추가로 건설 예정이던 건물들도 진행이 더디다. 시내 중심가의 오피스 건물들도 공실 문제가 심각한데 갯벌 위에 새로 조성한 단지의 공실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여러 실패사례 중에도 한가지 멋진 성공사례가 소개되고 있다. 바로 영등포역 근처 사창가옆에 건설된 경방그룹의 ‘타임스퀘어’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타임스퀘어와 가든5를 비교하여 우리나라 개발사업의 문제와 해법을 설명하고 있다.
도심개발 성공의 키워드
여러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는 성공의 키워드는 장기계획, 시행 사, 참여(지역커뮤니티의 참여), 임대, 관리 등이다. 타임스퀘어의 경우 요즘 우리나라에 보기 드물게 지주가 시행을 맡았고 건설전에 이미 임대계획을 수립하고 시행사가 직접 건물의 관리와 유지를 담당한다. 시행 사가 자기 소유의 토지에서 사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토지수용에 따른 문제가 없고 직접 관리할 목적으로 장기간의 계획과 사전계획으로 사업을 시행했다. 점포들은 단기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분양이 아니 임대 형태이고 시행사가 직접 관리를 하고 있어 입주사, 건물 관리에서 분양상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타임스퀘어는 지난해 롯데백화점 보다 높은 매출을 달성하여 세간을 놀라게 했다. 이에 반해 가든5는 규모나 입지 등에서 훨씬 유리한 조건임에도 실패한 사례가 되었다.
결론
갈 길이 멀다. 지주, 시행사, 시공사, 정부 모두 당장의 욕심에 눈이 멀었다. 현명한 판단을 가진이도 정신이 나가게 하던 부동산 광풍에 정부까지 한 몫 하다가 모두가 망해 버렸다. 유럽, 미국, ,일본(롯폰기 힐) 그리고 타임스퀘어의 성공적인 개발사업의 사례가 있음에도 그것을 따르지 못한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욕심 때문이다. 빨리 빨리 지어서 팔아버리고 돈 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든 PF 에게서 엄청난 펀치를 맞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공공개발기관, 비영리 개발 시행사, 지역커뮤니티 문화에 이를 존중하는 정부기관 등 우리가 배울 점은 많다. 100% 주민동의를 위해 시행사 회장이 주민들에게 무릎을 끓고 사정을 하는 정도는 아니어도 주민의 의견을 묻고 RFP에 반영하며 그 내용을 시행사나 시공사가 반영하는지를 관리하자는 의지만 있어도 지금의 말도 안 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역주민 재 정착률이 10%도 안 되는데 지역재개발이라는 이름이 걸 맞는지 모르겠다. 낡아서 보기 싫은 지역에 멋진 건물과 공원 만들어서 비싸게 팔고는 ‘자!~ 보시요 멋진 공간이 만들어 지지 않았소!!!’ 한다면 이건 이미 실패한 전세기의 도시미화 사업 일뿐이다. 그 결과가 어떤지 이미 경험 하였기에 유럽과 미국은 오래 시간이 걸리고 비경제적이라도 현재의 복잡한 방법으로 재개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재대로 된 재개발이라면 해당 지역민이 다시 살던 자리에 정착해야 한다. 사람들이 사는 곳은 그 지역의 겉모습 이 아닌 그 지역의 보이지 않는 문화와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어떤 것으로 판단이 되어야 한다. 랜드마크와 멋진 공원만으로 채워진 도시는 암울한 미래사회의 모습일 뿐이다.
회장이 일일이 찾아 다니면서 개발의 필요성을 사정했던 롯 폰기힐 프로젝트는 20년이나 걸렸지만 지역민의 70% 이상이 재정착했고 지금은 도쿄의 명소로 경제적으로도 번화한 지역이 되었다.
또 일본의 어떤 프로젝트에서는 지역상인들이 재개발된 상가에 입주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손해라는 판단으로 원 상인들을 상가의 직원으로 채용하는 기발한 생각까지 해서 지역 사회를 해체하지 않고자 노력했다.
우리는 어떤가?
지역민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데 재개발의 손조로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