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7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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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7일 요란하지는 않았지만 전세계의 마니아들이 들떠있었다. 이 날은 누군가의 어린시절 마음을 설레이게 했던 어떤 친구의 생일이다. 당시 9시 뉴스에도 잠깐 소개될 정도였는데...

 

이날은 바로 아스트로 보이(Astro-Boy)의 주인공 아톰(Atom)의 생일이다. 아톰은 1951년 데즈카 오사무(手塚治蟲·1928~1989)의 원작으로 세상에 소개되었고 원작에서 아톰은 2003년 4월 7일 자각을 한다.

 

 

 

 

 

 

뜬금없이 아톰의 이야기를 한 것은 전혀 다른 반응이긴 하지만 비슷한 상황을 만든 작품이 또 있기 때문이다. 이 번에는 주인공의 생일이 아니라 책의 제목과 시대 배경에 대해서이다. '1984' 이 책은 역시 유명한 작품인 '동물농장'의 저자인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1903년 6월 25일 ~ 1950년 1월 21일, 필명 : 조지 오웰)가 1949년 6월 8일, 세커 앤드 와버그 출판사을 통해 출간한다. 작품의 탈고는 1948년에 스코틀랜드의 주라 섬에서 이루어졌다. 

 

이 책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함께 디스토피아(Dis-Topia)를 그린 명작으로 불린다. 이 책의 제목이 '1984'로 바뀐 것에 대해서는 필자가 언급한 바는 없는데 조지 오웰 평전을 보면 평전의 저자는 1948년에 원고를 탈고하면서 조금 먼 미래로 산정하기 위해 뒤의 두 숫자를 바뀌서 '1984'로 했다는 주장을 한다. 아무튼 제목이 이런데다가 조지오웰의 영문학에서 차지하는 독특한 위치 때문에 1984년 관련 기념행사가 많았다고 한다. 물론 영국을 중심으로 한 영미 문화권에서의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해외 토픽수준에서 소개 되었지만 출판계는 잠시 1984년 특수로 '1984'의 출간은 물론 조지오웰가 집필한 책들과 평전, 그리고 연구자료가 발표되었다.



 

 

조지오웰의 두 책 '동물농장'과 '1984'는 우리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가 있다. 1945년과 1949년에 각각 출간된 이 두 책은 1950년에 한국어판으로 번역이 되어 우리나라에 소개된다. 당시 '한국전쟁중'이었다는 점에서 외국서적의 한국어 번역과 출간은 이상한 일이다. 게다가 이것은 영어가 아닌 언어로 번역된 최초의 일이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이 두 책의 한국어 번역은 상당히 의심스럽게 느껴진다. 전에 필자가 조지오웰 평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 이야기를 했는데 이 번역은 미국방성이 당시 팽창하고 있던 공산주의에 대항 할 목적, 즉 사상 교육용으로 번역 비용을 지불하기 시작하면서 그 첫 대상으로 당시 공산군과 전쟁 중인 한국에 의도적 보급을 한 것이다. 한국어 이외에 그 후에 몇 개의 언어로도 번역이 되는데 이런 상황 때문에 조지오웰의 이 두 작품 '동물농장'과 '1984'는 공산 독재국가를 비꼬는 책으로 알려진 것이다. 특히나 '동물농장'의 경우에는 소비에트 연방에서 조지오웰의 사후에 일어난 내분과 멘세비키였던 트로츠키가 숙청되는 것을 정확하게 예측했다고 해서 더욱 이런 논리가 설득력을 가지게 되었다. 미국의 공산주의에 대해 영국보다 좀 더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는 나라였고 조지오웰에 당시의 대한 평가를 참고 해보면 미국방성의 이런 정책은 아이러니 한 것이다.

 

 

 

 

조지오웰이라는 인물을 조금만 살펴보면 그가 공산독재정권을 비하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주장은 거짓임이 들어난다. 조지오웰은 그 당시 영국의 지식인들 대부분이 그랬던 것처럼 사회주의 작가였다. 그는 자신이 속해있던 사회주의 작가동맹 등에서도 배척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당시 영국의 사회주의 성향의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소비에트 정부를 지지했던 것(결과적으로 이들은 그들의 기대와 달리 스탈린에게 배신을 당했다.)과는 달리 그는 영국정부와 소련정부를 동시에 비판했다. 그 비판의 이유는 이들이 국가라는 권력으로 국민들의 억압한다는 이유에서 였다. 대부분의 진보적인 인사들이 영국정부가 제국주의의 기치아래 약소국은 물론이고 자국민들도 억압한다며 반대하며 그 대안으로 생각했던 것이 사회주의 국가인 소련이었기 때문이다. 그들 눈에는 막 탄생한 소련이 사회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나라라고 착각을 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오래된 관점(지금도 유효한)에서 보면 조지오웰은 그가 속한 그룹으로 '빨갱이 작가'였고 그의 성향으로 보면 무'정부 주의자'였다. 우리의 색깔론으로는 그는 공산독재을 비판하는 작품을 쓸 인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동물농장'의 나폴레옹을 스탈린으로 스노우볼을 트로츠키로 배웠다. 이런 이율 배반적인 상황은 조지오웰의 작품 두 개를미국이 우리에게 배급하면서 그 들의 분류에 따라 사회주의자이며 스페인내란에 참전했던 무정부 주의자, 조지오웰에 대한 정보는 막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지 오웰이 무정부주의자 였고 스페인 내란에 참여한 자라면 그는 아나키스트(anarchist)인가? 당시 서구유럽의 진보적인 지식인들은 스페인 내란에서 국민군(공화국)측으로 참전하는 것을 신성한 의무로 생각했고 조지오웰 역시 참전하였다.그러나 스페인 내전에서 돌아온 후 그의 생활을 보면 이런 분류로는 그를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말년을 시골의 작은 집에서 텃밭을 가꾸고 식료품을 동네 주민들에게 팔며 생활을 했다. 사회주의자였지만 극단과는 거리를 두었다. 어찌보면 입으로만 사회주의자 아니냐? 할 수도 있는데 그러나 그의 작품은 강렬했고 특히 BBC에서 근무할 때 그의 논조는 매우 강했다.

 

조지오웰이 어떤 작가인가에 대해서는 사후에도 의견이 부분했다. 1953년 공개된 소위 '오웰 리스트'라고 하는 친소작가 명단에는 실제로 사회주의 작가들을 포섭하려는 소련 공작원도 있었는데 후에 이를 바탕으로 E, H 카, 찰리 채플린을 빨갱이라고 정의한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한편  오웰, 카 같은 이들을 '도적적 허무주의자'라고 분류하여 정치적 문제와는 거리를 두었던 것으로 평가하는이 들도 있다. 

 

 

 

 

 

이런 작가의 정보를 먼저 알고 1984를 보면 이 책이 자유주의와 공산주의의 대결구조로 단순화하여 흑백으로 갈라서 한 쪽을 비판하기 위해 씌어진 책이라고 단정하기가 쉽지 않게 되어 버린다. 오웰은 자유주의와 공산주의의 두 머리격인 자신의 조국 영국과 소련의 정치인들을 동시에 비판했다. 당시에는 자유진영도 공산진영 못지않게 전체주의가 확산되어 있어서 국가의 이익이라는 이름을 개인의 자유와 삶을 어느 정도 피박하고 있었다. 두 진영은 색만 달랐을 뿐이지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 오웰의 생각이었다. 따라서 오웰은 '1984년'의 3개의 독재 국가, 오세아니아. 동아시아. 유라시아 모두를 싸잡아 비판하는 것이었다. 그가 비판한 내용은 공산국가가 아닌 독재와 독재에서 필히 나타는 전체주의였고 그 것이 자유진영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를 한 것이다. 물론 그의 우려는 이미 그의 생전 독일에서 일어났었다. 독일사회주의당 즉 나찌는 보수민족주의 성향을 가졌고 이것은 세계시민주의를 지향하던 사회주의(경제 체제에서 보면 공산주의)와는  완전히 반대였지만 전체주의라는 방법론에서는 같은 길을 걸었다. 게르만 민족의 통일이라는 목적은 같은 게르만족인 오스트리아를 무력을 통합하고 약자인 유대인과 집시의 씨를 말리려 했다. 게다가 영국은 이런 나찌에 대해 소련을 견제하는 세력으로 보고 국가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소련 또한 결국 서방 세계 지식인들의 이상적인 생각과는 다르게 나찌와 불가침 조약을 맺어 사실상 나찌를 옹호하게 된다. 물론 영국, 독일, 소련은 이후에는 서로 적이 되어 싸우게 되지만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비윤리적이며 비상식으로 전개되었고 이런 역사는 '1984'의 3나라 사이에서도 똑같이 전개된다. 한 국가를 점령하기 위해 두 나라가 조약을 맺고 어느 순간 그 조약은 두 나라중 하나의 공격을 깨지고 또 다른 나라와 나라가 싸우고 또 다른 두 나라는 불가침 조약을 맺는다. 



조지오웰이 1984에서 비판한 것은 이런 국가권력의 횡포 아래 거의 모든 국민, 개인들이 고통을 당한다는 것이었다. 같은 매락에서 이전에 씌어진 동물농장을 살펴보면 조지오웰이 두 작품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부조리 현상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 나타난다. 동물농장에 초대된 이웃 농장의 인간주인(혁명 초기에 동물들은 죽이고 동물농장을 탈환하기 위해 쳐들어 왔고 그 후에 돼지들이 반혁명 세력의 배후로 지목했던...)들이 돼지들과 카드 도박을 하는데 창가에서 바라본 그들의 얼굴은 서로 닮았다는 것이다. 





 

책의 부록처럼 삽입된 '신어연구'에 관한 에세이는 좀 뜬금없어 보이지만 이 부분은 조지오웰이 연구했던 사회구조와 언어에 대한 내용을 1984년의 오세아니아의 신어사전 발간에 투영한 것이다. 오웰은 당시에 정치적 세력 즉 정당이니 단체이 하는 것들에서 사용하던 약어가 가지는 보이지 않는 특징과 권력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Nationalsozialistische Deutsche Arbeiterpartei:NSDAP) 후에 NAZI 라고 불리우는 권력이었다. 또 코민테른(Comintern) 즉 공산주의 인터내셔널(Communist International)도 그 예이다. 이런 약자(신어)들은 초기에는 반대세력의 조롱의 언어로 또는 너무 긴 이름을 줄이기 위해 만들었지만 이 후에는 이 약어(신어) 자체가 강한 의미와 심지어 권위(권력)을 가지게 된 점에 주목을 한다. 1984에서 빅브라더가 이끄는 영사(영국사회주의)는 이런 전통을 이어 받아 이런 약자와 신조어로 이루어진 언어를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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