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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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다. 디스토피아(Dis-topia)를 그린 세계대전 시기의 작품으로는 조지오웰의 1984 와 함께 이야기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멋진 신세계’를 읽기 전에 드는 선입견은 헉슬리가 20세기 초, 중반을 살아간 작가이기에 그가 그린 미래는 우리가 헐리우드 블럭버스터(Block-Buster)에서 보는 그런 모습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멋진 신세계에서 보여지는 미래의 모습은 당혹스러운 것이다.

주요 교통수단으로 묘사된 헬리콥터는 이미 개발이 되고 있었기 때문에 작가 알고 있었을 수 있고 고층 건물이나 대륙간 로케트(Rocket)도 충분히 상상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포분열 단계에서 특정한 자극을 주어 인간의 모습과 크기, 성격 등을 조절하게 할 수 있다는 상상은 급진적이기 까지 하다.

1984의 조지 오웰이 그랬듯이 헉슬리 역시도 세계대전을 통해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모습들을 그려낸 것으로 보고 있지만 사실 멋진 신세계의 결말과는 다르게 후기의 작가는 젊은 시절에 비해 좀 더 관조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린 작품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는 것이다.






필자는 이 작품을 읽기 바로 전에 1984 를 읽고자 했다. 이는 조지오웰의 동물농장과 평전을 읽은 여파였고 1984년을 읽지 못하는 것에 대해 보상으로 낯선 작품을 집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불편함과 생경한 느낌은 채 5장을 넘기기 전에 현실이 되었다.

멋진 신세계는 어둠 침침한 태아발육(胎兒發育)시설(施設)부터 소개한다. 이 곳이 바로 멋진 신세계 그 곳의 가장 큰 특징이기 때문이다. 신세계에서는 어떤 사람도 임신(妊娠), 출산(出産)을 할 수 없다. 더욱이 새로운 객체(客體)의 출생(出生)은 사전(事前)에 계획된 인구 량과 각 조직의 필요에 따른다. 신세계 밖에서 온 사람이 보기에는 마치 공장의 생산(生産) 시스템(System)을 연상(聯想)하게 한다. 작품 후반에 등장하는 원시인(?) 존은 이런 시스템에 격분한다. 필자는 이런 시스템을 현재의 식육(食肉) 생산시스템에 비유하고 싶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이런 인구 조절 방식은 영화 ‘맨 오브 스틸(Man of Steel)’에서 보여준 크립톤 인들의 실패 사례에서 보듯이 계획에 의한 인구조절과 신생아 제조, 미리 정해진 수요(需要) 에 따라 태아(胎兒) 의 미래(未來)를 조정하는 것, 미래의 다양성을 제거하는데 이는 개인과 사회의 활력(活力)을 거세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클립톤 인들은 안정된 생활을 했지만 전혀 진취적(進就的)이지 못하고 심지어 무기력(無氣力)하기까지 하다. 곧 닥칠 행성(行星)의 폭발(爆發) 앞에서도 무기력하게 대응한다. 그 들에게는 새로운 행성을 개척(開拓)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생(營生)을 위해 그런 모든 노력들을 포기한다.  그러나 멋진 신세계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영생을 추구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죽는 순간까지 젊음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결과로 쓰러지기 직전까지 20대의 젊음을 유지한다. 이런~ 제길!!! 전혀 다행스럽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인구조절(人口調節)은 그들 사회의 질서유지(秩序維持)에 필수 불가결(不可缺)한 방법이다. 본문에서 총통(總統)이 설명하듯이 같은 레벨(Level)의 사람들이 제한된 구역에 함께 존재하는 경우에 그들 간의 계급투쟁(階級鬪爭)이 벌어져 평화(平和)가 깨진다. 전쟁(戰爭)을 피하기 위해서는 계급질서(階級秩序)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멋진 신세계는 바로 안정된 삶에 대한 욕구가 철저히 반영된 세계인 것이다. 전쟁에 대한 공포는 안정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철저한 계급사회를 유지하여야 한다는 결론을 낸다. 그러나 인간의 욕구(慾求)는 계급사회의 피라미드 하단에 위치하기를 거부하고 계급 사회에는 하부를 안정되게 유지하면서 피라미드가 유지될 자원을 생산할 하층계급(下層階級)이 필요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계급에게 필요한 덕목(德目)과 기능(器能)에 따라 철저히 훈련(訓練)된 인간이 필요했다. 이런 완벽히 순종(順從)하는 인간은 자연상태(自然常態)에서는 태어날 수도 교육과 훈련으로 만들 수 없다. 이런 인간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 아니라 로봇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세계의 빌어먹을 정도로 안정된 모습들은 마치 감정을 가진 로봇집단 같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각 개인의 생각하는 방식까지도 제어(制御)하다 보니 사고를 담당하는 A 플러스 계급까지도 금지(禁地)된 생각을 할 수 없고 생각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다만 세계에서 다섯 명 이내의 총통들만이 정확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며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다. 소설에서는 총통은 모든 사실을 알고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작가의 의도처럼 그 역시 안정이라는 절대가치 밖의 것은 인정하지 않고 그 가치 안에서 만 가치 판단을 하도록 훈련을 받은 인간일 뿐이다. 그 가치 밖의 것은 그저 지적유희(知的柳僖)에 불과하고 그런 상황은 그와 그의 피지배계층을 구분하는 차이점일 뿐이다.

멋진 신세계의 효율적인 시스템의 실체는 감마계급 노동자들의 겉 모습이 알파계급의 그것과 현저히 다르다는 점에 나타난다. 철저히 세뇌된 그 들 사이에는 이상하지 않은 그것이 다른 세계에서 온 존에게는 충격에 정신이 혼미해주고 반사적으로 뒤집어 버리고 싶을 만큼 추악한 것이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두 편에서 나타난 멋진 신세계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두서 없이 긴 글을 마칠까 한다.

설국열차의 설정은 매우 그로테스크하다. 원작(原作)과는 차이가 있지만 인간의 탐욕이라는 같은 이유로 인위적(人爲的)으로 만들어진 빙하기(氷河期)에 쉬지 않고 달리는 기차라는 닫힌 공간에서 일어나는 계급투쟁(階級鬪爭)의 이야기이다. 원작과 달리 계급투쟁 부분이 강조된 이유는 영화적 재미 때문으로 보이지만 원작과 동일하게 기차라는 감옥에 갇힌 사람들의 몸부림을 담고 있다

결국 갈등 해소의 방법은 죽거나 기차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고 갈등의 원인인 계급구조(階級構造)가 사실은 닫힌 생태계(生態界)를 최대한 오래 지속 가능케 하는 차악(遮惡)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기차 내의 제한된 공간과 자원으로는 애초에 평등이 일어나기도 어려웠고 평등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특성은 결국 다른 갈등(葛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논리는 가진 자들의 비열한 논리일지 모르지만 어찌 보면 가장 냉철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엘리시움은 소수의 부자들이 더 이상 관리하기 어려워진 지구를 떠나 지구 궤도상에 이상적인 주거 환경의 ‘그들만의 천국’을 만들어 살며 그 들이 방치해 버린 지구의 문제들을 외면하는데 이 문제를 어떤 선택된 이(이런 설정은 마치 이 영화가 영적(靈的)인 문제를 다룬 듯 착각(着角)을 하게 한다.)가 해결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서도 닫힌 생태계 문제는 다시 등장하는데 그 가장 현실적(現實的)인 선택은 역시 ‘차악’이었다. 즉 약자와는 거리를 두고 그들을 물성화한 후 양심의 가책(呵責) 없이 철저히 이용하는 것이다. 영화는 어떤 이가 자신을 희생해서 지구를 구한다는 것으로 끝나는데 인간적으로 눈시울을 적실 만 하지만 좀 더 냉정하게 생각을 해보면 웃기는 발상(發想)이다. 엘리시움을 기술적(技術的)으로 지속성(持續性)을 유지하려면 결국 엘리시움과 지구상에는 더 가혹한 차별(差別)이 생겨야 한다. 그 어마 어마한 세상의 욕구들은 막대한 대가(代價)를 지불해야 하고 그래서 부자들은 지구를 그 것으로 이용한 것이다. 가장 현실적인 엘리시움의 결말은 엘리시움을 파괴하고 지구를 재건하는 모습이어야 했다.





결코 멋지지 않은 신세계의 실체는 욕망이라는 거대한 괴물 위에 멋진 외관을 씌우고 자랑하는 꼴이다. 늘 행복해 보이는 모습 뒤에는 ‘소마’라는 향정신성 약물 중독이 숨어있고 부지런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충실한 모습 뒤에는 유전자 조작과 세뇌학습이라는 잔인(殘忍)한 공작이 숨어있다. 총통은 인류가 마치 완벽한 행복에 다가간 처럼 말하지만 신(神)을 버리고 인간을 신의 자리에 올린 그들의 모습은 죽음의 두려움에 미쳐버린 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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