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 한글판
조지 오웰 지음 / 반석출판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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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작가 '조지 오웰'의 후기작 '동물농장'과 '1984'가 최초로 번역된 것이 어느 나라 말인지 아는가?

 

 

 

 

 

 

 

 

 

 

 

 

 

 

 

 

 

 

 

 

 

 

 

 

'한국어'이다. 왠지 뿌듯하지 않은가? 

 

 

더더구나 이 두 작품은 영국에서 출판에 어려움을 겪은 책이다. 그런데 정작 해외 판의 번역은 신속히 이루어졌다. 

그 이유는 이데올로기의 문제 때문이었다. 공산주의 확장이 가속화되고 세계에서 가장 심한 이데올로기 충돌이 일어나고 있던 한반도에서의 심리전의 일환으로 미국정부가 판권을 구입하고 번역 비용을 지원하여 한국어판 출판을 한 것이다. 이 후 다른 몇 나라 언어로의 번역도 미정부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낙 많은 책이 무상으로 지원된 까닭에 이 두 책은 우리에게는 너무 친숙한 책이 되었고 그 후로 오랫동안 우리나라 내에서도 수 많은 다른 버전의 번역이 이루어졌다. (2013년 올해 만해도  3권의 신간이 존재한다.) 아울러 유명한 작품이 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작가인 조지 오웰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왜일까? '1984'와 '동물농장'이 공산주의 독재국가를 비판하는 것으로 볼 때 작가에 대해서도 관재홍보(?)가 가능했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상하지 않은가?

 

조지 오웰은 이런 저런 다각적인 성향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치적 성향을 굳이 정의하자면 사색적 무정부주의자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보통의 경우 무정부주의자들은 우리가 아나키스트라는 단어에서 느끼는 불안정, 폭력적인 느낌처럼, 결코 긍정적으로 평가되지 못하는 이들이다. 그러나 사색적이라는 수식어가 말하듯 조지 오웰은 행동파나 진보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그리고 순수한 의미에서 말하는 좌로나 우로의 편향을 보인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심지어 시골(?)에서 밭에 채소를 키우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전혀 혁명적인 성향이 아님에도 반정부주의 성향을 가진 이유는 아마도 국가권력에 대한 깊은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만 정치적이지 않았던 청년시절의 제국경찰의 경험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익히 잘 알려진 대로 이 책의 내용은 영국의 장원 중에 하나인 매너농장에서 동물들이 각성을 하여 무능한 농장주를 몰아내고 동물농장을 경영하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우화로 표현되어 접근성이 아주 좋은 작품인데다가 소설의 모티브가 볼세비키 혁명 전후의 실제 러시아에서 일어난 일들이고 이 계급혁명이 허상 있었음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어서 앞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반공 교육용으로 아주 적절한 책이다.

 

하지만 실제로 동물농장에서 이야기 하는 바는 그렇게 단순히 자본주의 대 공산주의로 구분한 것은 아니었다.

공산주의의 반대는 무엇이며 사회주의의 반대는 무엇이냐 또는 자본주의 반대나 자유주의의 반대는 무엇이냐? 이렇게 원색적으로 물어본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정확하게 구분하여 답할 수 있을까? 지금은 공산주의와 사회주의가 방향이 다르다는 것과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역시 방향성이 다르다는 것을 잘 이해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모호하기 그지 없고 여전히 관념적인 이야기이다.

 

만일 이런 흑백논리(黑白論理)로 만으로 동물농장을 본다고 해도 동물농장으로 대표되는 공산주의만 나쁜 것은 아니다.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실제 이야기는 이 작품의 마지막 장에 정확히 표현되는데 그것은 돼지(동물농장의 지배계층)과 인간 농장주들(아마도 비 공산주의 국가들의 지배층 일 것이다.)의 얼굴이 구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동물농장 밖의 농장주들을 현실세계와 그대로 대응을 하여 일부 사악한 농장주라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동물농장이 구소련(舊蘇聯)이라면 인간 농장 주는 영국, 미국 등의 서방세계의 대표적이 나라들이다. 그렇다면 오웰은 '그 놈이 그 놈'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소위 군사정권(문민정부 이전을 말함) 시절에 20~30대를 보낸 선배들이나 90년대 초 잠깐의 열정의 시기를 보낸 필자 같은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놀랄만한 표현이다. 왜냐하면 이 부분을 소위 운동권의 표현을 말하자면 '미제국주의' 정도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오웰은 자신의 조국인 영국과 미국, 프랑스 같은 서방 자유주의 국가들 역시도 모양만 달랐지 동물농장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런 의도로 씌어진 책을 반공 교육용으로 배포한 것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이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보여준 반세기에 걸친 코미디 같은 정책들(미국이 엄청난 희생을 치르며 제거한 사담 후세인은 사실 미국을 등에 엎고 성장한 세력이다.) 그리고 히틀러를 지원한 유대인들(미국 내 유대계 유력인 들이 팔레스타인에 유대계 국가 창설을 인정하게 하자는 의도에서 당시 신진세력이던 히틀러를 지원한 사실을 말 함.) 거기에 미국보다 더 위험했던 영국의 불장난들(현재의 아프리카, 중동문제는 대부분 제국주의 시절 영국과 프랑스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결정했던 정책들에 기인한다.)을 보면 동물농장과 1984가 반공 교육용 교재로 보급된 것 고도의 전략이라기 보다는 이 작품들을 문자적으로 분석한 결과가 아닐까 판단한다.

 

 

 

 

동물농장 내부에서 일어난 일련의 부정적인 변화들은 결국 권력을 잡은 나폴레옹이라는 독재자와 돼지라는 구별된 계급의 타락(?)에서 기인한다. 부르조아쥐를 몰아내고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이루어냈지만 다시 멘세비키와 볼세비키간의 갈등이 생기고 그 내부에서 또 다른 계급투쟁이 일어난 것이다. 사회주의의 철학적 바탕은 헤겔의 변증법에 기인하고 그 때문에 최초의 계급투쟁의 결과로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이루었다고 해도 곧이어 다른 계급투쟁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역사를 통해 이미 이루어진 대로 또 다른 정반합은 일어나지 않았다. 소위 지도자 계층이 권력화 하면서 계급이 서열화 되었지만 권력자들이 그들의 권력을 사유화 하면서 또 다른 부르조아쥐를 변질된 것이다. 농장의 권력이 소위 엘리트였던 돼지들에게 독점이 되자 돼지와 그들의 무력인 개에 의한 독재가 시작된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일어난 일들은 소위 자유주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라는 다른 형태의 권력이 등장한다. 비교적 민주적인 분위기의 자유진영에서는 극단의 독재는 지속되지 않았지만 대신 돈이라는 독재 권력이 생성되었다. 이 권력은 정치적인 독재자 처럼 반대세력이 적고 심지어 이 권력은 사랑(?)받기 까지 한다. 더 큰 문제는 돈이라는 권력의 돼지는 외부에 존재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각 개인 안에 아주 자연스럽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동물농장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 몸이 아직 동물농장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는 이미 ‘동물농장’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주변에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할 것 없이 ‘거기서 거기’, ‘그 나물에 그 밥’이 되는 상황, 바로 돈 앞에서 변질되는 모습들이 너무 나 쉽게 발견된다.



 

내 안의 동물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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