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아틀라스 1
데이비드 미첼 지음, 송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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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것 – 클라우드 아틀라스 (Cloud Atlas)




 

인생의 목적은 무엇일까?

 

인간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물음은 너무나 오래되고 심각한 질문이다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자신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물음이다인생(人生)들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없이 보낸 기간이 너무나 길었는지 이제는 잊어져 버린 듯도 보인다이 해묵은(?) 질문은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필자를 무척이나 괴롭혔었다과거완료형이다필자도 이제는 이런 질문으로 스스로를 괴롭히지는 않다는 말이다그런데 이 어렵게 무서운(?) 질문을 다시 끌어내 머리 속에 담는 일이 발생했다.

 

작년 국내에서는 인기 있던 축은 아니지만 좀 특이한 이력으로 알려진 배두나’ 가 뜬금 없이 워쇼스키’ 남매(?)의 신작 클라우드 아트라스에 주연급으로 출연헀다는 이야기가 국내에 소개된다캐나다에서 열린 어떤 영화제 소식이었는데 요즘 우리나라 배우들도 헐리우드를 들락거리는 판에 그런가 보다’ 했다그리고 작년 말에 그 영화가 국내에 개봉 되고 배두나의 출연 등으로 반짝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필자도 이 시기에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았던 것 같다필자가 주목했던 부분은 배두나가 영화에 분한 손미451 이라는 코드명을 가진 클론리프리컨트에 대한 팬들의 반응이었다. ‘Sonmi451’ 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클라우드 아트라스의 팬들 중에 대다수가 손미 451’의 팬이기도 하다는 점이었다. Sonmi451이라는 프로젝트 명으로 음반을 지속적으로 내는 아티스트도 있었다.

그런 계기로 얼마 전에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읽었는데 영화를 통해 접한 본 작에 대한 얕은 정보에서의 요점은 윤회 (輪廻)사상’ 이었다윤회사상을 다른 영화라 ㅋㅋㅋ 어린아이 수준의 기독교인이라면 그 영화 보지마’ 할 이야기 이다그런데 막상 본 작을 다 읽고 난 후에 드는 생각은 다르다주로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라는 것은 성불(成佛)’해탈(解脫)’, ‘니르바나(Nirvana)’에 이르지 못한 인생이 전생의 업보를 떠 앉고 다음 생을 살아가는 것으로 그 업보에서 벗어나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교리(敎理)이다즉 윤회는 세속적인 관점에서 어떤 이가 다음 생에서 다른 삶을 살아간다는 영생(營生)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 자체가 고통스러운 인생의 굴레라는 것이다그렇게 보자면6가지 다른 이야기에서 감추려는 듯 살며시 그들이 같은 윤회의 생을 살아가는 어쩌면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암시는 어떤 의미일까?

 

그들이 윤회의 굴레에서 서로 연이 닿은 또는 같은 운명을 타고나고 전생에 이루지 못한 것을 완성하기 위해 환생한 존재라면 그들의 극적인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생각을 해 본다.

 

 

 

 

 

윤회가 답인가?

 

앞서 이야기 했듯이 6개의 삶이 그들의 몸에 난 같은 모양의 모반과 의식 바닥에 깔려 있다가 전생과 연관된 것들을 접하는 순간 알 수 없는 기억이 살아나는 듯한 느낌으로 그들이 다음 생을 살기 위해 환생한 같은 존재라고 결론을 내보면 그 존재는 이루지 못한 생의 어떤 목적(目的)이 있기에 다시 인생을 살게 된 것이다적어도 불교의 교리에 의하면 그렇다그렇다고 가정해 보고 애덤 어윙로보트 프로비셔루이자 레이티머시 캐번디시,  손미 451, 자크리이 들이 공통적으로 살아간 삶의 그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물론 이들의 삶아간 삶의 교집합과 합집합이 바로 이 작품의 주제일 테니 필자가 주저리 너스레를 떨 필요가 없어졌다.(괜히 머리만 아플 뻔 했다.)

 

클라우드 아트라스의 주제는 마지막 에피소드 즉 애덤 어웡의 항해일지 마지막에 친절하게도 정리되어 있다그것은 지겹도록 들어온 인류애 대한 이야기 이지만 단순히 서로에게 잘해야 한다거나 그것이 보편적인 인간들의 삶이라고 말하는 것 보다는 좀 더 현실적으로 정리하고 있다.즉 인류가 최대한 오래 지속하려면 자원을 공평하고 공정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인류의 삶에서 나타난 거의 모든 문제가 바로 이 자원의 불균형과 부족에서 나왔다고 본다면 이 결론은 페부를 찌를 듯이 정확한 것이다.

 

이것을 가지고 6가지 이야기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6가지 이야기가 거의 같은 이야기로 결론이 난다인간이 인간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것결핍과 착취의 문제인류 전체에 까지 영향을 끼치는 위험한 진보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도 정당화 되고 미화된다는 점 등등… 각 주인공들이 처한 절명의 상황에서 악한 세력(인간의 욕망 위에 선 권력)과 맞선다는 점결국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여기서 잠깐 윤회는 이루지 못한 해탈에 기인하는데 그렇다면 이 들이 윤회를 거듭한 것이 이들이 이루지 못한 어떤 것또는 전생에서 만든 업보 때문이라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하지만 소설의 결말에서는 이들은 고난의 상황에서 우뚝 솟아 소기의 목적에 가까워져 있음을 암시하지 않았는가?

이에 필자는 이 들의 관계가 단순히 윤회의 굴레’ 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무엇을 이루고 무엇을 이루지 못했는가?

 

애덤 어윙은 나름 근면한 그리스도인임을 자부하고 신실한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인간들의 보편 타당한 인간성을 믿으며 자신도 그것에 기반을 두고 살아왔지만 그가 방문한 야생(?)의 세계에서 인간은 동물에 가까웠다약육강식의 자연이론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인간군상의 모습과 심지어 자신의 신뢰를 이용하여 자신을 도구화하는 친구(?)의 모습 등으로 죽어간다그리고 얼떨결에 구해준 한 오리모리족 청년을 통해 다시 살아나면서 인생이 살아가야 할 방향을 찾는다그가 꿈꾸던 노예해방은 현실의 역사에서 이루어 졌다.

 

로버트 프로비셔는 재능이 있지만 성실하지 못한 작곡가이다방탕한 생활(도박여자)로 재산을 탕진하고 네덜란드의 어느 시골에서 은둔해 산다는 은퇴한 작곡가를 찾아가 기생할 생각으로 그의 마지막 여정을 시작한다그의 새로운 생활에서 그는 자신의 선생의 재능과 자신의 재능을 살려내고 그가 원하던 방탕한 삶도 어느 정도 회복하는 듯 하다그러나 그를 도와주는 듯하던 노쇠한 작곡가가 실은 자신의 재능을 이용해 쇠락하던 자기의 명성을 살리려 한다는 것을 알았고 또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절망한다그런 와중에도 생의 마지막에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을 남긴다프로비셔의 삶을 세속적으로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그 가 전에는 한 번도 완성하지 못한 작곡을 해 낸 것을 생각하면 그것은 성공이고 가난과 실연으로 생을 스스로 마감한 것은 비극이다.

 

루이자 레이는 프로비셔의 친구였던 식스 스미스 박사를 우연히 알게 되면서 원자력 발전소와 정부 권력자들이 은페 하고자 하는 원자력 사업의 문제에 대한 특종을 잡게 된다물론 이런 거대 기업/관료 조직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는 자신과 가족의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데 결국에는 자신만은 살아남고 원자력 발전소의 심각한 결함은 밝혀진다성공인가?

실패한 출판업자(인생?) 티머시 캐번디시는 폭력배들과 채무자들을 피해 도피를 하던 중에 동생이 예약해 준 호텔에 묶게 되는데 그곳은 실상 치매 노인들을 수용하는 요양원이었다평생 어떤 것에도 성실하지 못한 삶을 살아온 그는 요양원 탈출에 온 힘을 쓴다요양원에서 만나 친구들과 탈출을 하고 의도 하지 않았던 책이 인기를 끌면서 그이 말년에 꽃이 핀다이 것은 확실히 성공이다맞는가?

 

손미-451은 파파송 회사의 배양탱크에서 태어난 복제인간클론이다단순히 어떤 인간의 DNA를 복제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하기 싫어하거나 위험한 일을 대신 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대체물리프리컨트 중에 하나이다또한 단순히 강제로 일하는 정도가 아니라 시키는 일만 하다가 내구연한이 차면 해체해서 다른 자원을 재활용하는 말 그대로의 기계이다그녀가 어느 날 상승이라고 불리는 자각을 하면서 사건이 벌어진다.권력이 짜 놓은 극적인 상황을 알면서도 순응하여 그녀가 결과적으로 얹은 것은 처형을 당하는 것이었지만 대신 인간들에게 자신이 겪었던 자각의 과정을 남겼다이 역시 실패인가성공인가?

 

시간을 알 수 없는 어느 시간인류문명이 사라질 규모의 전쟁 이후 외딴 섬에 사는 자크리는 어린 시절 자신의 부주의로 폭력적인 코나 족에게 아버지를 잃고 형을 노예로 끌려가게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산다어느 날 전쟁 전 문명을 가진 메로님의 방문으로 인류의 조상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알게 된다코나 족은 섬 전체를 약탈하고 결국 그는 가족을 지키지 못한다하지만 그는 다른 섬으로 탈출하고 생을 이어갔다성공인가실패인가?

 

 

서로 다른 배경들과 다른 서로 사건들과 거기에 구술 방법과 문체 마저도 상이한 이 6가지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실패하기도 하고 성공하기도 했다인생이 늘 그렇듯이 성공이다실패다갈라 말할 수 없는 삶을 살았다더욱 혼란스러운 것은 윤회가 된 대상이 어떤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이 아니거나 누군 인지도 불분명하다는 것이다애초에 이 단락을 시작하면서 6명의 주인공들이 어떤 이유로 윤회의 굴레에 빠진 것이라는 전제를 생각해 보면 이런 전개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굳이 나열해 보자면 윤회의 주체들인 어윙프로비셔레이캐번디시손미메로님인데 캐번디시에서는 윤회를 의심해(?) 볼만한 증거(?)인 혜성 모양의 모반의 존재 여부나 이전 생의 기록을 본 순간 느낀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도 느끼지 못한다그리고 마지막 이야기의 화자이며 그 어떤 목적으로 다가가는 주체인 자크리는 정작 윤회의 증거인 모반을 가지고 있지 않다.오히려 그와 함께 이야기를 진행 가는 메로님이 그 모반을 가지고 있다윤회( 윤회가 그 윤회라면)라는 개념을 좀 더 확장하여 해석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결국 필자가 생각해 건데 이들의 겪는 윤회의 굴레는 우리가 아주 표피(表皮)적으로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불교적 윤회와는 다르다는 것이다.전생에 이루지 못한 열반 또는 쌓은 업보를 완성하기 위해 다음 생을 사는 것이라기 보다서로 다른 공간과 시간을 넘나 들며 어떤 목적을 이루려는 흐름이 이들 사이를 흐르기 때문에 표면적이거나 심상적인 동질성이 부여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좀 더 현명한 해석이 아닐까 한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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