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목을 친 남자 - 프랑스혁명의 두 얼굴, 사형집행인의 고백
아다치 마사카쓰 지음, 최재혁 옮김 / 한권의책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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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왕의 목을  남자프랑스혁명의 두 얼굴사형집행인의 고백


 

세상에는 많은 직업이 있다특히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직업은 더 세밀해진다어떤 직업은 직업명만 들어도 무엇을 하는 것인지 바로 알 수 있는 경우도 있고 꼭 부연설명을 들어야 이해가 되는 것도 있다.





 

사형집행인


사형집행인은 어떤가굳이 설명이 필요한가?  현대의 사형제도는 그 존재의 의미를 의심 받고 이미 사형이 중지된 나라들도 많다또 현대의 사형집행은 일반인이 알 수도 없는 곳에서 집행되기 때문에 사형집행인이라는 직업은 공감하기 어려운 것들 중에 하나이다한국 사람들은 오히려 망나니라는 이름이 더욱 친숙하다이는 조선시대의 참수 형을 집행하던 칼잡이를 말하는데 근대 이전의 모든 직업이 그렇듯이 대를 이어 세습이 되던 것으로 인간백정이라 별칭에서 알 듯 있듯이 천대와 멸시를 받았다.

 

근대 프랑스에도 세습되는 사형집행인 제도가 있었다이들은 상인들에게서 세금을 받거나 법원에서 봉급을 받고 귀족들과 같이 칼을 차고 다닐 수 있는 등의 특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조선시대의 망나니들 처럼 세상으로부터 멸시를 받았다다른 직업 군들과의 결혼은 물론이고 생필품 구입에서도 차별을 받았다.

그런데 프랑스의 사형집행인들 모두가 이런 천대를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여기 상송이라는 이름을 가진 세습 사형집행인 집안이 있다.
이 이름은 몇몇 프랑스 작가의 책을 통해 등장하는데 프랑스의 대표적인 작가인 뒤마발자크 등의 저서에 상송이라는 이름과 집안에 대한 설명이 등장하는 한다당시 천시되던 사형 집행인이 작가들의 걸작에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앙리 상송


사형집행인 앙리 상송은 무슈 드 파리로 불리었다파리의 선생님 정도로 해석이 될만한 이 별칭은 찬양 수준은 아닐지라도 천대와는 거리가 먼 별칭이다앙리 상송은 4대 세습 사형집행인이다그가 단순히 사형집행인이었다면 이런 별칭으로 불릴 리가 없었을 것이다앞에서 설명한 대로 사형집행인들은 일정 지역내의 상인들에게 세금을 받아서 사적으로 사용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이 들은 이미 상당히 부를 축척하고 있었고 귀족이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또한 직업의 특성상 사체를 보관하고 매장하는 일까지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무연고 사체를 해부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이렇게 익히 의학적 지식은 병이나 부상을 치유하고 약을 제조하는 것이 가능하게 하여 이 들은 대대로  병 의원과 약국을 부업으로 삼고 있었다또 법적으로 하등의 문제가 없다는 것과는 상관없이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한 회개(?)와 반성(신앙적차원에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에 애를 썼다그리고 천대 받던 다른 사형집행인들의 지원도 빠트리지 않았다.

그리고 상송 집안은 1대부터 독실한 카톨릭 신자로 신실한 삶을 살았다죄를 짓고 죽어야 하는 사형수이지만 집행을 하는 순간까지 사형수의 권리를 지키고 그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했다이런 이유로 사형집행인이라는 천대받는 일을 했지만 오히려 존경 받았던 것이다.

상송이 주목 받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그가 활동하던 시기가 바로 프랑스 혁명과 맞불려 있었기 때문이다특히 루이 16세를 처형에 참하였기 때문에 후대에 더욱 주목을 받게 되었다그리고 최초로 상송 이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소개한 작가인 뒤마가 상송’ 집안과 친분이 있었다는 점도 주요한 이유 중에 하나이다뒤마는 프랑스 혁명단두대(기요틴)과 관련한 저서에서 상송가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상송의 회고록


사형 집행인이 본 프랑스혁명’ 이라는 주제의 글들이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상송가에 전해지는 회고록 덕분이었다.상송 가는 사형집행에 대한 기록과 의술에 대한 정보를 후대의 전하기 위해 대를 이어 회고록을 기록하여 보관하고 있었다.이 회고록은 그 진위나 가치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기는 했지만 후대 작가들과 학자들에게 참고자료가 되었기에 이제는 그 가치에 대해 부정할 방법을 찾을 수 없다.

 





사형인의 기록으로 본 프랑스 혁명


이 책, ‘왕의 목을 친 남자은 상송의 회고록을 기반으로 재구성한 팩션이다책의 전체 흐름은 앙리상송의 회고록을 기반으로 하며 세부적인 상황과 책의 서두와 결론 부분의 내용들을 저자가 재 구성하였다따라서 이 책의 내용을 그대로 사실로 믿을 필요는 없다특히 루이 16세에 대한 보통과는 다른 긍정적인 평가는 앙리 상송의 개인적인 평가에 기반한 것이다.

 

필자가 이 책을 읽으면서 맘에 들었던 부분은 프랑스혁명 전후의 사건들을 별 부담 없이 쉽게 습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세계사 시간에 배워야 할 것들을 교과서 보다는 훨씬 깊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고 재미까지 있다는 것이다그리고 혁명이라는 사건 가운데에 던져진 한 인간의 삶을 조명하면서 역사 속의 프랑스혁명이 아니 나도 겪을 수 있는 좀더 생생한 프랑스 혁명을 느낄 수 있었다.

 



역사의 기록은 승리자를 위해 씌어지지만 삶의 역사는 개인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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