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미카엘 엔데 지음, 홍문 옮김, 정우희 그림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모는 1973년에 발표된 독일의 동화작가 미하엘 엔데의 작품이다모모라는 이름은 실제로 책을 읽은 독자층에 비해서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이름이다필자도 모모를 올해 처음 읽었지만 중고등학교 시설에 이미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또 국민학교 시절 들었던 동명의 가요 ‘모모’을 통해 이름을 오래 기억하게 했을 것이다.

필자는 미하엘 엔데의 1987년 작품 '끝없는 이야기'를 먼저 접했다동명의 TV 시리즈가 MBC를 통해 방영이 되었기 때문이다이 작품 역시 모모처럼 인간의 행복은 현대의 우리가 추구하는 것과는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끝없는 이야기가 미하엘 엔데의 작품이라는 것은 사실 동명의 TV시리즈를 보면서 우연히 알게 되었다



모모의 존재
모모가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떻게 이 도시에 살게 되었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전지적 작가 시점(작가의 에필로그에서 자기도 이 이야기를 여행 중 우연히 만난 어떤 사나이에게 들었다고 한다믿거나 말거나…)의 화자 역시도 어느 날 모모가 원형 극장에서 발견되고 나서부터 모모의 존재를 알게된다.

모모는 원형극장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사랑스러운 존재가 된다고아로 보이고 옷차림이 허름하고 버려진 원형극장의 틈새에서 살지만 모모에게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능력이 있다말이 많은 사람은 모모에게 계속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 없는 사람은 그냥 말없이 함께 있는 것으로 위로가 되었다모모와 함께 놀면 아이들은 비싼 장난감이 없어도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내면서 즐겁게 놀 수 있었다.



회색사나이
언젠가부터 도시에는 시간저축은행의 영업사원이라고 소개하는 회색사나이들이 나타난다모자에서 구두까지 모두 회색으로 입고 얼굴빛 마저 창백하여 회색 빛이다입에는 늘 회색 담배를 물고 있고 차가운 기운과 말 솜씨로 사람들을 마비(?)시키는 이상한 힘을 가진 이들이다이들은 시간저축은행의 개인계좌를 판매하고 있다이 계좌는 통장은 물론이고 계좌 개발에는 사인도 필요 없다구두계약과 자신의 시간을 최대한 아끼기만 하면 자동으로 은행계좌에 시간이 저축이 되어나중에 이자까지 붙여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자기개발업무효율부의 축적

시간은행의 저축계좌를 개설한 후 사람들은 항상 바쁘다밥 먹는 시간자는 시간도 줄여가면서 일을 하는 바람에 돈은 더 벌고 사회적 지위도 향상이 되었다그런데 자는 시간도 줄여서 일을 하는 바람에 일 이외의 다른 것은 다 무시하게 된다심지어 아이들과 함께 놀 시간이 없어진다동화가 아닌 우리의 현실에서도 양쪽 부모 모두가 일을 하느라 아이들을 돌볼 시간이 없어지면서 아이들은 놀이방어린이 집이라는 곳에서 양육된다탁아소라 불리던 곳이다. ‘아이들은 맡긴다는 이 단어의 의미를 생각하면 우리의 상황과 동화가 들어 맞는다
아이들은 탁아소에서 꿈을 꾸기 보다는 현실에서 보다 쉽게 생존(?)하는 법을 배운다
.

회색 사나이들의 등장과 그 이후 사람들의 생활은 딱 우리세대의 모습이다모든 사람들의 중심이 일에 맞추어져 있다하루 10~12시간을 일과 또 일과 관련한 일들(/퇴근 출근을 위한 각종 준비 등등…)을 하며 그나마도 시간이 부족하여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여가가 없는 사람들도 있다그렇게 제하고 나면 집에 와도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은 정말 터무니 없이 적어진다가정을 돌보지 않아도 되는 미혼의 싱글들도 그나마도 적은 여유시간을 업무와 관련한 스트레스를 푼다며 비효율적인 것들을 통해 남은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저축은행의 영업방식
인생을 80년으로 산정했을 때자는 시간밥 먹는 시간잡답하는 시간….. 이렇게 허비하는 시간을 계산하다 보면 돈을 버는 시간 이외에는 다 버리는 시간이 되어버린다잠을 자는 시간은 영과 육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시간인데도 줄여야 하는 시간이 되는 것이고 가족과 대화를 하는 시간은 쓸데없는 감정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회색 사나이들이 인생을 초단위로 계산하면서 사람들에 심어준 공포로 인해 사람들은 초초해 하면 시간을 아껴서 돈을 버는 일에 사용하고자 한다인생의 모든 목표가 성공으로 고정되고 삶의 모든 요소들은 그것을 위한 도구로 여겨지며 시간 역시도 같은 맥락에서 절약하는 착각 속에 낭비(?)된다시간저축은행은 이런 인간의 욕망을 부추겨 사람들의 시간을 자신들의 금고에 예치시킨다

그런데 이 동화의 중반까지 읽은 사람들이 의아해 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는데 이렇게 저축한 시간은 어떻게 운영하여 나중에 이자를 붙여서 주인에게 돌려줄까회색사나이들을 묘사하는 장면을 보면 그들에게서는 사람을 마비시킬 만큼의 냉기가 흐르는데 이런 분위기로 봐서는 그들은 결코 정상적인 인간이거나 도덕적인 존재로 느껴지지 않는다또 그들의 주장처럼 이자를 붙여서 받지 못할 거라는 직감이 들게 한다그렇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이 저축은행의 영업방식은 사기이다구체적인 저축방식저축한 시간의 관리와 운영방침도 없다계약서나 통장도 주지 않는다그리고 언제 만기가 도래하는지 등의 정확한 설명이 없다말로는 철저한 신용으로 영업한다고 하지만 이것이 바로 사기인 것이다



시들기 때문에 아름다운 꽃
인간은 죽음으로 이세상과 작별해야 하는 유한한 존재이다언젠가는 죽기 때문에 살아있는 동안의 모든 순간순간이 소중한 것이다유한하기 때문에 악착같이 아껴 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소중한 것을 위해 잘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한한 시간 때문으로 인해 인간성이 발현되었고 인간의 문명이 발전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만일 인간이 은하철도999의 기계인간처럼 자연의 시간의 제한을 이겨내고 원하다면 언제까지라도 살 수 있는 존재였다면 세상은 지금 같지 않을 것이다예술작품에서 그려지는 불사신들의 기구한 삶이나생명을 인위적으로 연장한 사람들의 기괴한 삶들은 단지 작품의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이런 인위적(?)인 왜곡은 결국 우리에게 정립된 인간성의 표본을 무너뜨릴 것이고 그것은 인간성도덕성을 훼손할 것이기 때문에 상상한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미 그 전조를 보고 있다.
.
유한한 인간의 자기 위안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언제가 시들기에 꽃이 아름다운 것이다동화에서도 모모는 이 연약하고 아름다운 꽃을 본다.(더 알려주면 스포일러가 되므로 여기까지만… 꽃이 왜 등장하는지는 직접 읽어 보시길 바란다
.)


그렇다면 회색 사나이들은 어디서 온 것인가?
동화의 처음 등장하는 회색사나이들의 모습과 느낌만으로도 이들이 우리와 같은 존재가 아님을 알 수 있다좀비처럼 죽은 이들 가운데 깨어난(아주 비정상적인 방법과 목적으로…것들일 수도 있고 비물질적인 존재일 수도 있다그러나 그 존재의 특징을 떠나서 이들은 인간들이 절약(?)하여 저축(?)한 시간이 그들의 존재를 유지해주는 것 같다그들이 무슨 목적으로 나타났는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 이들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인간과 관계 있고 결국에는 인간을 불행하게 할 것이다.

모모는 이들과 반대되는 존재일 것이고 그 역할을 위해 갑자기 이 도시에 나타난 것일 것이다
.
그리고 모모가 회색사나이들 보다 강한 이유는 모모가 그들에게는 없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친구들의 행복을 위해서 자신을 내려 놓을 줄 아는 것바로 사랑을 가졌기 때문이다반대로 회색사나이들이 그렇게 서슬이 퍼렇게 협박하였고 수적으로도 비교가 안될 만큼 많았지만 순식간에 

괴멸한 이유 그것은 그들은 서로를 경쟁자로만 보았지 한 배를 탄 공동체라는 의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시간이란 무엇인가?
생각이 무지 많은 필자는 모모의 책장을 덮고 나서 머리 속을 또 하나의 책을 썼다가 지웠다시간이라는 것은 인간이 어찌해 볼 수 없는 것이다신의 영역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이미 그 영역을 넘보고 있고 또 일부는 이루었다고 말한다그러나 그 일부는 착각이라는 것이라는 결론이 났다또 일부는 아마도 언젠가 비슷한 결론이 날 것이다동화에서 모모가 만난 시간을 관리하는 박사(그는 인간이 아니다.)도 시간을 만드는 것은 자기가 아니라고 한다그렇다면 인간이 시간을 관리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불가능하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그런데 모더니즘 시대를 거쳐 포스트모더니즘을 살아가는 현대 인류는 인간의 능력으로 무엇인가를 해보려 노력한다.열심히 하기만 하면 그나마 괜찮은데 너무나 열심을 내어 부적절한 방법까지 동원한다그렇게 해서 일부의 비밀은 알아내고 일부의 성취를 이루었다 말한다하지만 그런 일들의 결과로 망가지는 것들이 있다는 것은 외면하려고 한다그것이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이라고 해도…

우리는 어쩌면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을지도 모른다혹시 원래부터 이렇게 되도록 생겨먹었을 수도 있다그렇다면 우리가 뭔가 바꾸려 하는 노력은 소용없는 짓일 것이다그런데 그런 노력으로 내 마음이 기쁘다면 기쁘다면 이전보다 조금이라도 행복하다면 지금까지의 그것이 뭔가 옳지 않다고 생각했거나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그랬다면 우리는 우리가 행복해 하는 방향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나의 시선과 걸음을 늘 바르게 조정해야 할 것이다

이미 늦은 시간이나 이미 버려진 존재는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