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 - 당신의 행동을 지배하는 뇌의 두 얼굴
V.S. 라마찬드란 지음, 박방주 옮김 / 알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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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도 가지고 있지 않은 신체적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또 다른 생물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비물질적인 특징들을 가지는데 일반적으로 알려지기로 이런 특징들은 다른 생물과는 확연히 다르게 크게 발달한 뇌에서 기인한다고 한다인류의 먼 조상이며 인류와 기능적으로 가장 유사한 특징을 가진 유인원과 비교해 보아도 그 차이는 극명하다.  인류가 유인원에서 기원했다고 한다면 그 진화과정은 가히 폭발적이어서 이런 이유로 진화이론에 대해 비판적인 학자들도 있을 정도이다. 

보고듣고만지고맛보고냄새를 맡는 오감과 이들 감각을 두 가지 이상 복합적으로 인지하며 심지어 오감이 전혀 작용하지 않아도 어떤 것(물질적이던 비물질적이던 간에)을 상상하고 예측할 수 있다과거의 경험을 기억하고 남의 행동을 모방기억(학습)하는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운 능력들을 지닌 인간은 가히 신이 스스로를 모델로 만들어낸 존재라 주장하는 학자들의 말이 적절하게 보일 정도이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능력을 지닌 인간의 뇌도 종종 오 동작을 일으킨다.  잘 동작하던 기계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정지하거나 프로그램 된 것과 다른 동작을 하는 것처럼 보통사람이 수행하는 것과는 다른 패턴의 동작이나 스스로 제어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또 인간이 스스로 인간임을 인식하여 모든 생활의 기반이 되는 자아를 인지 못하여(자페증반 사회적인 상태가 되기도 한다.

축구공 크기도 안되고 연 두부마냥 작고 약한 뇌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본서는 인간이 학습자아와 예술의 인지하는 과정에 대해 뇌신경학적으로 분석하여 종국에는 모든 인류의 끝없는 질문인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도전을 의미하는 선언(?)으로 마감한다.

 


일단 뇌에 대한 연구나 자료들 자체가 워낙 어려운 분야이다 보니 400여 페이지의 두께가 무척 부담이 된다필자도 이 책에 대한 소문을 들었을 때는 자신만만한 상태까지는 아니어도 ,읽으면 되지 않겠나?’ 생각했다그 동안 읽은 책 중에는 500 페이지가 넘는 책들도 꽤 되었고논어’ 나 미의 탄생같은 어려운 책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 솔직히 말하자면 논어는 읽긴 했지만 내용이 정리가 안되었다… ㅋㅋㅋ

첫 장부터 나온 뇌 구조도와 뇌 조직의 설명에서 기가 죽어버렸다이제 두 달(중간에 이 책보다 약간 쉬운 책을 하나 병행해서 읽었다.)이나 걸리긴 했지만 나름 정리가 되었다

인간의 자아에 대한 과학적 논지는 본서에서 가장 맘에 들고 유용한 부분이다인간의 학습과 자아 형성이 거울신경이라 불리는 아주 작은 조직의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은 아주 신선했다.

 

본서는 대략 아래의 5가지 주제에 대한 연구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뇌신경을 연구하는 학자이면서 신경증이라 불리는 정신적 장애(책을 읽고 나면 이런 명칭이 적절한지도 생각하게 된다.)을 치유하는 임상의사이다환자의 치료 방법을 모색하면서 얹은 결과를 통해 인간의 진화와 인간성이라는 인문학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이전 단락에서 언급한 5가지 주제에 대해 정리해 볼까 한다필자는 당연히(?) 뇌에 대한 지식은 물론이고 의학 전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극히 보통 사람이라 책에 포함된 자세하고 중요한 것들의 대부분은 흘려버리거나 놓쳤을 것이다하지만 이것 만은 핵심이다라고 판단한 것들을 나열해 볼까 한다.

 




신체지도


인간이 자신의 몸을 제어할 때 시각후각청각미각촉각 등의 오감을 통해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근육을 제어하여 소기의 동작을 완성한다또 동작 수행 중에도 수시로 상황을 파악하여 움직임을 수정한다이 과정 역시 굉장히 경이롭지만 더욱 신기한 것은 눈이나 코 등의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자신의 신체의 일부분을 정확히 만지는 동작이다

눈을 감고 자신의 코를 정확히 만지거나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를 의사에게 정확히 알려주는 것 등은 감각기관을 통해 인지한다고 볼 수 없는 것들이다너무나 정확하고 빠르기 때문이다.

사지 중 일부를 절단한 환자에게서 종종 발견되는 증상 중에 이미 절단한 환부예를 들면 교통사고로 뼈가 완전히 부서져서 절단한 왼팔이 수술 후에도 계속 아픈 경우가 있다통증이 통감신경을 통해 전달이 된 것이라면 사고를 당한 팔이 아니라 절단 부위 끝이 아프거나 아니면 통증이 아예 없어야 한다그러나 이미 사라진 팔에서 오는 통증은 외과적 치료가 끝난 후에도 오래 지속되기도 한다.

이것은 뇌 안의 각 조직들과 신경들간을 연결하는 섬유다발의 연결 고리와 자신의 신체지도와 관련이 있다뇌에는 자신의 신체와 조직들에 대한 방대한 지도가 그려져 있어서 자신의 신체에 나타나는 상황은 외부를 바라보는 감각기관(오감)아닌 신체지도와 신경섬유로 오는 신호를 비교하여 판단하게 된다이 지도는 각 기관에 배치된 신경조직으로부터의 새로운 신호를 받아 점진적으로 업데이트가 된다그런데 갑작스런 사고에 의해 이 절차에 오류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이미 없어진 기관에서 통증이 전달된다고 오판을 하는 것이다.

 

이 증상은 온전한 팔을 거울에 비춰진 만들어진 가상의 쌍둥이 팔을 조작하면서 그 크기를 점점 작게 조절하는 교정치료를 통해 완화된다고 한다뇌에서 손실된 조직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신속히 최신 정보로 갱신하도록 돕는 교정 방법이다.

 


거울신경

대부분의 고등생물은 타인(특히 부모)의 동작을 따라 하면서 생존방법을 습득한다그런데 인류는 이것을 좀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킨다나의 행동을 타인의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조직이 있었기 때문에 타인에게 이것을 객관화(분리-객체화)하여 전달하는 보다 효과적인 학습 방법을 찾아내게 된다거울신경은 타인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거나(직접 해보거나 상상을 하거나내가 하는 행동을 타인의 시선에서 관찰하는 역할을 한다즉 두 가지 각도에 관찰하고 내 행동을 타인의 시선에 볼 수 있으며 타인이 이해하도록 나와 분리하여 데이터로 객체화 할 수 있다.

 

거울신경을 통해 인류는 문화와 지식의 전승이라는 생물학적으로 아주 새로운 도구를 지니게 된다이 도구를 획득한 초기 인류는 사냥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 매번 실제 사냥을 할 필요가 없었다.  프랑스 알타미르의 벽화는 잘 알려진 대로 들소 사냥을 그린 것인데 실제 사냥에 앞서 이 그림으로 들소의 생김새 특징 그리고 사냥방법을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거울신경의 좀 더 특이한 점은 이 조직이 나를 객관화 할 수 있게 됨으로써 자아라는 개념이 생기게 된다필자의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지만 내가 누구인가라는 생각즉 자아에 대한 고민은 그렇지 않아도 이미 고도화되어 있던 인간의 뇌를 에 폭발적인 진화를 가져온다.

 


미학과 예술

먼저 미학과 예술 그 차이의 이해가 필요하다단언하자면 미학은 기술적인 부분이고 예술은 감성적인 부분이다미학은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방법이다.

벌과 나비도 미학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그 반응방법이나 반응의 결과에 대한 가치 판단을 배제하면 이런 명제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벌과 나비에게 꿀의 달콤함=배부름=즐거움 또는 조직의 일원으로서의 적절한 역할 수행=만족감 이 인간이 예술품을 볼 때 느끼는 환희슬픔 같은 감정과 신경학적으로 흡사하다고 말한다면 꿀과 나비가 화려한 꽃을 찾는 것은 그들의 미학 때문이다

인간의 경우 좀 더 복잡하지만 그 근간은 꿀과 나비와 별로 다르지 않다.

인간의 미학은 나무 덤불 속에 숨은 포식자를 찾아내기 위한 기능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인간의 기저에 깔린 예술품에 대한 미학 즉 예술에 대한 판단은 바로 즐거움(안정)이다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상황보다는 그것이 위험한 상황(예술품에서는 친근하지 않은 상황이나 사조로 인한 혼란)이라도 확실한 상황이 더 좋은 것이다내가 적절히 해결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은 오히려 즐거운 것이 된다.(현대의 레포츠의 대부분이 가벼운 위험 상황을 이겨 나가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외롭지 않은 자아?

자아란 무엇인지 정의하려는 시도는 많았다철학자들은 오랜 인류의 역사에서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고차원적인 질문이 일환으로 자아를 연구해왔다근대에 와서는 심리학자들도 이 연구에 가세하게 되는데 자아’ 즉 나 자신인 나이라는 식의 실존주의가 팽배하면서 자아는 누구와도 대체가 안 되는 하나의 개체로 인지 되어 왔다그러나 현대에 뇌에 대한 연구가 발전하면 인간 사고의 본질과 그 방법에 대한 연구의 결과 인간의 사고는 뇌라는 그룹 안에 많은 조직과 신경다발의 복잡한 연계에 의해 생성이 되며 자아 역시 많은 뇌조직과 신경조직에서 생성 된 조합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여기서 잠깐뜬금 없는 생각 하나.

우리의 자아는 남의 시선에 의해 태어나고 외롭게 혼자 성장하는 것도 아닌데 점점 외로운 사람들이 늘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끝날 것 같지 않은 궁극의 질문

저자는 오랜 뇌신경 연구를 통해 인간이 인간다워지는 과정에 대한 실마리를 조금씩 찾아내고 있다하지만 뇌 과학의 특성상 그것들은 아직은 밖으로 보여지는 결과에 부합되는 가설들이 대부분이다언젠가 뇌를 좀 더 정확히 진단할 방법이 생기게 될 것이고 우리는 좀 더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말하듯이 이런 기술적인 발전은 우리에게 우리가 알 수 없고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크기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기회를 더 자주 만들것이다어쩌면 알아가면 갈수록 더욱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이 커지는 악순환이 될 수도 있다한편 이런 발전으로 인간은 좀 더 인간적(?)인 삶을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인간은 천사인가원숭인가라는 고전적(?)인 질문의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진화에 대해 썼던 찰스 다원은 우리가 그에 대해 아는 것과는 다르게 인간이 지식과 방법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연구결과에 대해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그것을 도덕적인 과학자의 겸손으로 볼지 창조자의 손길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볼지는 또 다른 논쟁거리이니 여기서 글을 접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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