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 인 부에노스 아이레스 - 탱고를 찾아 떠나는 예술 기행
박종호 지음 / 시공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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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  부에노스 아이레스 – 이민자의 고단한 삶에서 세계인의 문화가 되다.




세상에는 이해가 안 되는 아이러니가 참 많다인생 자체가 미스터리 한 것이니 인생사에서 겪는 소소한 아이러니들 하나 하나에 일일이 가치를 부여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이 아이러니가 우리의 삶을 환상적으로 만들기도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것을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 해왔다.

여기 또 하나의 아이러니가 있다.
가난을 벗어나고자 찾은 먼 이국 땅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벗어나지 못하는 가난과 덤으로 찾아오는 외로움을 달래려는 몸부림이 한 세기가 지난 후 고급스러운 예술이 된 사연이다그 사연은 이렇다.




외로움이 사무쳤던 남자들

정말 아이러니 하게도 탱고는 원래 남자들끼리 추던 춤이었다우리가 아는 탱고는 남녀가 꼭 끌어안고 추는 형이하학적으로 보면 다소 선정적인 춤이다.그런데 이런 춤을 남자들끼리 끌어안고 추었다면 언뜻 이상한 상상부터 하게 된다그냥 그 장면 자체만 생각하면 우스꽝스러운데 그렇게라도 해야 했던 그 들의 삶을 들여다 보면 그런 상상은 사려져 버릴 것이다.

탱고그들의 발음으로 땅고는 19세기 말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주 노동자들 사이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세기 말 유럽의 빈민들이 일을 찾아 신대륙으로 이주 노동을 하는데 아르헨티나도 미국 못지않게 많은 이주가 이루어진다특히 신대륙에서 돈을 벌어 가족에게 돌아가려고 홀로 온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고된 노동과 적은 임금 그리고 외로움의 삼중고를 겪게 된다우리나라에 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보면 이해가 좀 더 빠를 것이다. 

특히 홀로 건너온 남자 노동자들은 그저 돈을 벌자고 온 이국 땅에서의 외로움이 더 컷을 것이다탱고의 처음은 남자 노동자들이 서로 부둥켜 앉고 춤을 추며 서로의 외로움을 공감하던 모습이었다그러다가 그 상대가 유곽의 여성들이 되면서 연애(?)의 행복(?)과 유흥가 여성과의 연애에서는 거의 필수 코스인 실연의 아픔을 겪으면 지금 우리가 아는 탱고의 다소 끈적거리는 듯한 느낌이 강해진다처음에는 춤과 그 춤을 위한 음악이던 것이 애잔한 가사가 붙여져서 노래가 된다초기 탱고의 가사를 보면 대부분 위험한(?) 사랑과 실연의 아픔을 이야기 한다심지어 하룻밤 사랑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이야기 하는데 그 배경에는 앞서 이야기한대로 그 상대가 대부분 유흥가 여성이거나 정상적인 연애와 결혼 상대가 때문이었다.

이렇게 하층민에게서 발생했고 그 내용에서는 사회의 평균적인 도덕성을 밑돌았(?)기 때문에 한동안 탱고는 중상층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여전히 노동자들 유흥가 주변에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춤이고 노래였다그런데 탱고는 엉뚱한 곳에서 꽃을 피운다.


유럽으로 건너간 탱고

앞에서 시대적 배경을 이야기 하면서 유럽의 하층민들이 당시 부유한 나라였던 아르헨티나로 노동 이주를 했다고 이야기 했다필자와 같은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기억하는 이사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엄마찾아 삼만리’에서도 이 시대적 배경이 나온다그런데 이 교류는 유럽의 인력이 남아메리카로 일방적ㅇ로 흘러가는 형태 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이주 노동자들 중에는 일부는 유럽을 돌아가고 이런 인적 교류의 배경에는 아르헨티나의 축산물과 가죽제품 등이 유럽을 수출되던 상황도 일조한 것이다문화적으로 앞섰던 유럽이었지만 엄청난 규모의 목축업으로 인해 질이 우수한 아르헨티나의 가죽제품은 유럽 멋쟁이들에게는 인기 상품이었다아르헨티나의 제품을 소비하던 이들에게 남미에서 전해지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것 같다

 

탱고는 유행이라면 내가 선도한다!’는 사람들에 의해 서유럽에서 유행을 하게 된다서유럽은 문화적으로 자부심이 강한 곳이지만 근세 들어 타 지역에서 수입된 문화에 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소위 명품 브랜드 중에 가장 대중적(?)인 브랜드인 루이비통의 디자인은 일본 에도시대의 영향을 그대로 받았다당시에 가장 비싼 수입품 중에 하나였던 일본산 도자기의 속 포장지에서 모티브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사용 가치가 낮아서 도자기가 깨지지 않게 상자 안에 완충제로 사용한 휴지가 세계 여성이 그토록 원하는 명품의 디자인이 되었다에도 시대의 가장 유명한 화가인 우타가와 히로시케의 그림이 도자기 포장을 통해 유럽에 알려진 것은 이와 관련한 유명하고 신기한 일화이다.  히로시케의 그림도 정작 일본인들 보다는 유럽의 인상화파 화가들에 의해 재발견 된 경우이다.

 

물론 유럽의 탱고는 아르헨티나의 탱고와는 다르게 발전한다그러나 탱고라는 이름으로부터 그 원류의 리듬과 춤사위 그리고 탱고의 밑 바닥에 깔린 슬픔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이민자빈민층이 즐기던 저급한 문화라고 꺼리던 아르헨티나의 중상류층은 파리로부터 돌아온 탱고를 보고서야 자신들 주위 이미 퍼져있던 문화탱고를 제대로 보기 시작한다.

 

 

 

춤에서 문화로


탱고는 부두 노동자들이 외로움에 서로 부둥켜 안고 추던 춤이지만 이제 탱고는 단순히 춤이라고 부를 수 없다대중가요로 이미 유행을 했었고 탱고를 소재로 한 문학이나 영화도 유행을 했다기존 작품들의 연주로는 더 이상 지속이 어렵게 된 클래식계가 탱고를 돌파구의 하나로 선택을 했다우리가 잘 아는 피아졸라는 탱고가 단순히 대중적인 문화가 아닌 소위 격(?)이 있는 문화에 편입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아이러니 하게도 탱고를 길거리 음악 이상으로 변화시킨 주역들은 순수한 남미 인들은 아니었다남미출신 이기는 하지만 유럽에서 배우고 자랐다거나 주요 활동을 유럽에서 한 이들이 이런 활동의 주역 이었다앞에서 탱고가 아르헨티나의 주류문화에 편입된 계기에서도 보듯이 탱고를 만들어낸 하층민들은 정작 탱고의 고급화(?)을 주도하지 못했고 탱고의 세계화에 따른 어떠한 반대급부도 챙기지 못했다그 들은 그 들의 선조가 그랬듯이 그저 탱고를 생활의 하나로 즐길 뿐이다.

 


 

문화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우리는 이 책(탱고 인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통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그들의 삶에 중요한 문화인 탱고를 다시금 재조명하게 된다우리는 타인의 삶을 바라볼 때 밖으로 보이는 것 하나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화려한 사람이라면 화려함을 부러워하고 불행한 사람이라면 불행한 부분 하나로 그 사람을 통해 좀 더 가진 자가 누리는 일종의 안도감을 얻는다문화에 있어서도 얕은 지식 하나로 그 나라민족의 문화를 싸잡아서 평가한다사람마다 호불호(好不好)는 있을 수 있지만 자신만의 잣대를 대고 이리저리 잘라 대는 평가는 좀 다른 문제이다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는 활동인데 그 것은 어떤 사람이나 문화가 한 가지 특화된 내용 하나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우리가 이 책을 통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발생하여 세계적인 문화로 자리잡은 탱고를 알아가지만 이 책이 탱고에 대한 책 임에도 탱고만을 다르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삶은 탱고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그들은 문학을 즐겨서 많은 서점이 운영되고 대화와 모임을 즐겨서 카페가 발달되어 있다유럽의 파리를 사모하여 도시를 파리처럼 개발하였다그들의 삶에는 과거 목측으로 부유했던 시절의 문화와 독재 시절의 아픔도 남아있다탱고가 가난한 이민자들의 외로움의 몸부림에서 시작된 처럼 명과 암이 공존한다우리는 타 문화를 이해 할 때 좀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냥 좋아서 즐기는 것도 진지하게 공부하여 몸과 마음 모두로 받아 들이는 것도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이며 어떤 문화를 바라볼 때 어떤 시선을 가지느냐는 결국 개인의 취향이다그러나 단지 귀나 눈의 즐거움을 따라 가기 보다는 마음으로 느끼며 좀 더 나아가 머리로 이해한다면 어떤 문화 현상도 가볍게 버려지지는 않을 것이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하여 탱고의 본고장까지 답사하며 또 그것을 정리하여 남들과 나누는 저자의 부지런함과 무모함이 무척이나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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