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조종자들 - 당신의 의사결정을 설계하는 위험한 집단
엘리 프레이저 지음, 이현숙.이정태 옮김 / 알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생각 조정자들 – 그들이 원하는 세상, 그들만의 세상

오늘날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은 인터넷등의 온라인 매체에 관련이 있다. 일생 동안 컴퓨터나 인터넷을 접하지 않고 산 어르신들이 아니라면 장년층의 많은 사람과 사회 생활을 하는 많은 이들 조차 인터넷에 밀접한 영향을 받고 있고 학생들과 아이들까지도 일생의 많은 부분이 인터넷과 밀접한 관련되어 있다.

그들이 인터넷을 사용한다면 어떤 식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낼까? 거의 대부분이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그 주 도구로 검색을 사용할 것이다.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 한다면 그 정보를 찾아 가는 방법은 ‘검색’이다.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검색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불성설이라고 할만하다.

우리는 검색이라는 도구가 인터넷에 나타나면서 정보의 바다를 아주 우습게 볼 수 있게 되었다. 필자의 경우 인터넷을 사용하게 된 계기가 바로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위해서였다. 제공자 입장에서 인터넷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시기에 인터넷은 나침반도 없이 망망대해에 띄어진 작은 보트들로 가득했다. 각각의 보트는 서로 보이지도 않고 설사 같은 섬에 상륙했다고 해도 서로를 알아 볼 수도 없었다. 그러다가 검색이라는 도구가 생기자 무작정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던 배들에 네비게이션 장착되고 지도가 주어진 것이다. 특정 검색 사이트에서 원하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그 정보가 존재하는 섬들을 알려주고 바로 갈 수 있게 해주었다. 재미있는 사이트의 URL 주소를 모아둔 목록인 북마크를 서로 공유하는 것이 상당히 고마운 일이던 시절을 겪어보지 못한 분들이라면 검색에 대해 이렇게 찬사를 보내는 것이 이해가 안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좋은 도구인 검색이 경제적 원리로 동작하고 그것도 아주 철저히 매우 경제원리로 동작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니 그런 이야기 자체가 이해가 안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구글이 2009년 조용히 발표한 통상적인 공지문에 나타난 심각해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책을 시작한다. 웹에 15년 이상 몸 담은 필자도 저자의 책을 읽기 전에는 별다른 감흥 없이 읽었음직한 그런 공지였다. 하지만 이 책의 전반부를 읽고 나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변화였던 것을 알게 되었다.



개인화란 무엇인가?

개인화라는 것은 웹의 오랜 숙원이었다. 사용자가 타인이나 서비스 회사가 운영하는 사이트에 로그인을 하면 접속자 각자의 성향이나 원하는 바에 맞게 홈페이지의 디자인이며 콘텐츠 등을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이 아이디어는 웹 초창기 그러니까 90년 초반부터 등장했는데 당시의 웹은 개인화를 할 정도로 방대한 콘텐츠를 제공할 사이트도 없었고 방대한 회원을 가진 사이트도 없었다. 개인화는 그냥 하나의 아이디어였고 그것은 하나의 좋은 아이디어 일뿐이라고 모두가 인정하던 시절이다. 대형 포털들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 이후에도 엄밀한 의미의 개인화는 홈페이지 보다는 핸드폰 화면 같은 극히 작은 범위와 극히 개인적인 디바이스에서 주로 일어났고 이 후 웹에서의 개인화는 초기 이상주의자들의 상상과는 다른 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검색을 하면서 검색 결과가 키워드를 입력하는 사용자에 따라 달라진다는 상상을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인터넷 거대 기업들인 검색업체들은 그들의 주수입원인 검색을 좀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진화(?)시키는 방법을 알 정도로 지나치게 똑똑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 같은 제조업체들을 위협하는 인터넷기업(그 분류도 이제는 좀 애매하지만)인 구글은 황금알을 낳고 있는 검색광고에 특별한 주문을 걸어 알의 크기를 키우고 있다. 구글은 2009년 이후 검색결과에 대한 개인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즉 검색결과를 노출함에 있어 검색을 시도하는 회원의 정보를 활용하여 개인에게 가장 적절한 검색 결과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멋지지 않은가? 검색을 해보면 알겠지만 첫 페이지에 나오는 검색결과 중 열어서 읽고 볼 만한 정도 가치 있는 정보 20% 내외이고 그나마도 열어보면 원하던 정보가 아닌 경우가 많다. 운이 좋아 첫 줄에 원하는 정보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말 그대로 우연이다. 정확히 내가 원하는 정보가 들어간 자료가 내가 입력한 키워드나 유사한 키워드로 많이 검색되었거나 유효한 글들이 많이 씌어져 인터넷을 여행 중(?)이길 바랄 뿐이다. 현재 검색이라는 것 자체가 검색 엔진의 알고리즘과 자료들의 질, 사용빈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완벽하지 않다. 검색 키워드 조합을 잘하여 수 차례 검색과 결과나 검색을 통해서 원하는 정보를 찾아가는 것이 아직까지는 검색의 정석이라 할 수 있다. 

 


검색결과도 광고이다.

그런데 검색엔진을 제공하여 검색광고로 회사를 운영하는 이들은 이런 상황에 더해 경제적인 이유로 화면 배치를 참 야롯하게 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인터넷기업들인 네이버, 네이트온 등의 포털 들은 자사의 검색결과 페이지에 몇 가지 카테고리를 정해서 검색 결과를 따로 뿌려준다. 네이버의 예를 들면 검색 결과의 최 상단은 스폰서 영역으로 검색키워드와 관련된 광고와 광고주의 홈페이지를 소개한다. 그리고 그 다음 영역도 광고이다. 일부 프리미엄 키워드(꽃, 웨딩, 자동차, 가방… 같은 키워드)에서는 광고에 가장 거리가 있어 보이는 블로그에서 검색될 결과가 아예 나오지도 않는다. 서비스를 설계하면서 나름의 이유는 분명히 있겠지만 많은 키워드에서 검색 결과의 상단은 광고가 차지하고 중간 정도의 뉴스 같은 경우도 대부분의 보도자료나 광고인지 기사인지 애매한 것들로 채워진다. 검색 결과를 조작하는 것은 아니지만 광고를 노출하자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구글의 전략은 이렇다. 개인화 서비스가 무엇인지에 대해 조사한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구글은 무료로 제공되는 자사의 다양한 인터페이스(구글검색, 구글맵, 피카사, 유튜브, 안드로이드OS를 탑재한 수 많은 스마트폰 등등…)을 통해 수집된 개인정보와 개인화 데이터(위치, 이동경로, 검색키워드, 사이트 이용경로 등등…)을 바탕으로 인지된(로그인 등의 방법으로…) 개인이 검색을 요청할 경우 보유한 개인화 정보와 성향을 분석한 데이터에 의해 보여줄 결과와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결과. 보여줄 결과라도 우선순위를 정하여 화면에 표기하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구글이 얹고자 하는 것은 광고주들이 원하는 타케팅에 가장 적합한 사용자들에게 검색결과를 가장한 광고를 보여주고자 한다는 것이다. 즉, 구글이 추구하는 개인화의 목적은 보다 많은 광고 수입인 것이다. 

 



개인화의 위험성, 우물 안으로 빠져가는 개구리


속담 중에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이 있다. 자신이 사는 우물이 세상의 전부인 냥 만족하고 우물밖에는 관심은커녕 존재도 모르고 사는 답답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개인화에 대한 우려 중 가능 큰 부분은 바로 사람들이 우물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이다. 우물 안 개구리가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이야기하는 이 속담이 무색하고 최첨단의 기술과 고도의 마케팅 전략을 이용해 사람들이 스스로 조롱하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발 밑이 서서히 꺼지면서 땅속으로 들어가 우물이 되어 버리는데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는 꼴이다.

검색 업체들이 원하던 원하지 않았던 간에 알았건 몰랐던 간에 개인화는 이런 현상을 가져올 공산이 크다. 개인화가 가능하게 하는 메커니즘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각종 인터페이스로 수집된 정보는 정해진 알고리즘을 통해 몇 차에 걸쳐 분류되고 가공되어 한 개인의 정치적 성향, 지역, 좋아하는 색등은 물론 다니는 회사(대기업 기준)등 같이 구체적인 항목으로 분류가 된다.(여기서 분류항목은 실제와는 다르다.) 한 번 정해지면 일정한 기준시간이나 수집데이터 상의 변화가 포착되지 않는 한 여러 가지 개인의 특성이 고정되어 이 개인이 특정 키워드로 검색을 요청하면 개인화된 데이터에 따라 기준에 합당한 결과만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북해의 기름유출에 대해 검색을 했다면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사용자에게는 기름 범벅이 된 철새의 슬픈 사진을 제일 먼저 보여줄 수 있다. 반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주식투자에 관심이 많다고 분류된 사용자가 같은 키워드를 검색하면 BP의 투자 정보가 맨 상단에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개인화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화 개인화도 어렵고 개인화된 검색도 미흡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구글의 광고주들에게 어필 했을 것이고 구글이라면 조만간 눈에 띄는 발전을 이루어 실제로 적용 하리라 본다. 그러면 우려했던 고착화 현상이 현실이 될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매일 언성을 높이고 떠드는 정치 쪽 이야기보다 ‘모 연예인들이 어제 토크쇼에 나와 뭐라 했더라’에 더 관심이 많다. 어떤 연예인들은 자신의 이름이 검색순위 1위가 된 것을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이야기할 거리가 되고 일반인들도 검색순위 1위라는 이유로 그 검색어를 검색해보고 그 이야기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검색 순위 1위라는 것들을 지켜보면 대부분이 심각하지 않은 이야기들이다.소위 가십거리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판국에 우리나라의 빈부격차 증가율이 OECD 국가 중 상위라는 식의 듣기 괴로운 이야기가 대중적으로 회자되기는 어렵다. 개인화가 더 진전이 되면 환경보호 문제나. 빈곤층의 문제,범죄 관련 기사들은 특정 개인에게는 전혀 전달이 안될 수도 있다.

우리가 어린 시절 두려워했던 미래, ‘빅브라더’가 주는 대로 먹고 ‘빅브라더’가 보여주는 것만 보는 그런 디스토피아 올지도 모르겠다. ‘1994’에서 빅브라더는 미래 우리의 생각까지도 조정하고 있었다.



개인정보 이용의 사유화

좀 과격한 이야기인가? 구글과 검색업체들이 검색결과 페이지를 좀 조작하고 이런 저런 무료서비스로 사람들을 꾀어서 일부 정보를 가져간 후 사용한다 한들 얼마나 조직화된 개인정보가 되겠냐 하는 분들이라면 아래 이야기에 주목하길 바란다.


911 사건 때 미국은 세계 최대의 정보조직인 CIA와 FBI 그리고 군첩보 부대와 외국의 정보기관까지 동원하여 항공기 납치범들의 신병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그들의 신분 확인은 어이없게도 한 민간기업의 중역에 의해 가능해졌다. 그 기업은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액시엄’이라는 회사라고 한다. 세계 최대의 정보 제공회사(?)인 그들이 하는 일은 신용카드나 핸드폰 등을 개설할 때 우리의 개인정보를 활용해서 재무상태 등을 확인해주는 것이다. 이 회사는 보유한 개인정보의 량에서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은 미국에 적을 둔 회사이지만 미국인들은 물론이고 전세계를 대상으로 DB를 수입하고 있다. 미국인들 대부분의 금융거래 정보를 보유하고 있고 각 개인당 1500개 가지 정도의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무서운 회사이다.911 때 비행기 납치범의 공통된 프로파일, 예를 들면 비행기 조종을 위해 비행학교에서 단기 교육을 받았고, 중동국가 출신이거나 중동국가에 장기체류 경력이 있는... 등등의 예상되는 프로파일을 입력하여 일치하는 몇 명의 정보를 정부에 제공하여 주동자들과 배후 세력을 빠르게 찾아낸 것이다. 일부에서는 액시엄의 자발적(?)인 정보 제공이 없었다면 911의 배후를 찾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을 수 있다고도 이야기 한다. 액시엄의 자발적(?)인 노력을 두고 역시 말이 많지만 이들의 애국적(?)인 행위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공포를 느낄 수 있다. 국가 위기 상황이긴 했지만 개인회사가 보유한 개인정보가 어렵지 않게 정부기관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악의적인 목적으로 국가가 개인정보를 요구하더라고 인터넷 업체들은 거부할 입장이 아니다. 이건 어느 나라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중요하다니... 어쩌니... 하면서 그것을 강화한다. 뭐다 하는 동작(?)들을 자주 본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기업이라는 곳에서 개인정보가 끊임 유출되고 해킹까지 당한다. 그럼에도 그 책임에 대해서는 늘 한발 물러서 있는 모습들을 본다. 더구나 금융거래를 위해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회사들은 개인정보를 거래한다고 한다. 합법이든 비합법적이든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떤 국가도 제재할 능력도 근거도 마땅치 않다고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한 개인회사 국민의 대부분의 금융거래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 있는가. 그것도 1500개 정도의 정보를… 물론 1500개중 대부분은 직접적으로 수집한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사 모은 것들을 프로파일을 하는 수고를 거쳐 만들어진 DB일 것이다. 어렵게 모으고 어렵게 프로파일 했으니 비싸게 파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상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하다.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

검색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를 했는데. 요즘 상한가를 치는 페이스북에서도 개인화는 만연해 있다. 역시 광고 때문에 적용한 모델이다. 인맥관리 서비스였던 페이스북은 이미 광고매체가 되었고 젊은 나이의 창업자 주커버그는 공공연히 페이스북에 의한 세상을 제창하고 다닌다. 우리가 ‘좋아요’를 누르는 순간 페이스북은 당신의 프로파일에 당신의 클릭에 따른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당신의 페이스북 화면에 적용이 된다. 당신이 만일 특성 분야에만 집중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특정 성향의 의견에 주로 ‘좋아요’를 눌렀다면 오래지 않아 당신의 보는 페이스북에서는 반대 성향을 띄는 뉴스나 친구의 소식의 공급되지 않을 것이다. 친구가 글을 쓰지만 그 글이 당신의 프로파일과 다른 성향이라고 지정되면 당신은 친구의 새 글이 올라왔는지 조차 모르게 되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 친구는 당신의 친구목록에서 사라질 것이다.

구글은 기업모토는 ‘악해지지 말자’ 이다. 나름 멋진 모토이다. 하지만 어쩌지? 구글은 광고로 먹고사는 회사이고 그들이 아무리 착한 이들이라고 해도 성전 앞에서 희생제물을 돈을 받고 팔고 있다면 예수의 저주를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터넷이 광고판이 된 이 마당에 광고들을 피하면 정보의 바다를 누비기는 어렵게 되었다. 내가 찾던 정보라고 건져 올린 물고기가 알고 보니 고가의 물고기 캐릭터 인형일 수도 있다. 역시 현명하게 판단하는 인성이 중요하다. 그리고 꼭 명심하자. 나의 주관이 부족한 이들일수록 광고와 정보의 모호한 세계에서 친구의 이름으로 와서 지름교로 이끄는 애드버타(Advatar)들에게 속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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