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프로파일러, 팻 브라운

프로파일러
팻 브라운 지음, 하현길 옮김, 표창원 감수 / 시공사 / 2011년 3월

범죄 프로파일러

프로파일러의 존재는 지난 신창원 사건 등. 연쇄살인. 특히 성적살인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사회적인 불안감이 고조되었던 몇 년 전 우리나라가 알려졌다. 당시 손에 꼽을 정도로 빈약한 우리나라 범죄학 전문가중에 공식적으로는 유일한 프로파일러가 매스컴에 자주 등장해서 개인적으로 바쁜 한 해를 보냈다고 전해진다. 그 이후 프로파일러는 신종(?) 직업은 잠시 우리사회의 관심을 받았지만 지금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인지 알 수 없다. 우리는 엄청났던 사건을 전율하면서 보기보다는 신기하게 바라보았던 것처럼 프로파일러가 강력범죄, 사이코패스에 의한 소위 엽기살인등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전문가가 아닌 각광받는 직업인의 하나로 보았던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의 프로파일러가 거의 유일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누군가는 '우리나라 경찰.... 문제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단순히 각종 받고 희소성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 이들이 있었을 것을 생각하면 우습기까지 하다.

팻 브라운
 

저자는 미국에서 나름 알려진 프로파일러이다.

하지만 그녀는 FBI 소속이 아닌 개인자격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경찰에 몸 담은 적도 없고 정식으로 범죄관련 공부나 범죄학을 전공 하지도 않았다. 프로파일러와 성범죄관련 사회단체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그녀는 병원에서 의료진과 언어장애를 가진 환자 사이에서 수화번역을 하는 번역사였다. 그리고 한 평범한 남자의 아내이고 두 아이의 엄마였다. 도시 외곽의 한적한 마을 주부였다. 그녀가 다른 이들과 차별화 할 수 있는 것은 결혼 전 여러 나라에서 공부했다는 것과 사소한 일상의 사건들을 소홀히 흐려버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거기에다가 어떤 것에 매달리면 끝을 보는 근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평범한(그녀의 근성이 들어나는 몇몇 회고에서는 그저 평범하다고 하기에는 다소 어패가 있지만...) 주부, 그 이상이 그 이하도 아니었던 그녀가 범죄분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집 근처의 산책로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때문이었다. 평소에도 사소한 것도 지나치지 않는 그녀에게 새로운 세입자의 이상한  행동들은 늘 주위를 요하고 분석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러나 발생한 한 여성의 살인사건...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죽음으로 유추되는 정황 안에 이상한 행동을 하는 세입자가 겹쳐진다. 결국 미제사건이 된 이 사건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수사(?)하여 만든 시나리오(?)와 증거로 추정된 물품들을 관할 경찰서에 가져가 자신의 정리한 자료와 증거로 추정되는 물건들을 제시하지만 무시당한다. 그로 인해 그녀는 국가의 경찰력이 올바른 수사를 할 능력과 의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사건을 분석하여 범죄자를 찾아내는 프로파일러가 되기로 결심한다.

아직도 부딪쳐 이겨 나가는 이야기

초반 그녀의 프로필이나 그녀가 프로파일러의 길로 접어서게 된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저자의 이야기는 소위 자수성가 했다는 성공담들과 별 다르지 않다. 평범했던 주부가 어느 날 마을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해사건을 통해 꾸준히 노력하고 복지 부동의 경찰, 법원 조직을 이겨내고 독학으로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는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되었다는 이야기. 이것이 바로 자수성가의 모델인 것이다.

그러나
시중에 나온 많은 성공이야기가 성공을 꿈꾸는 이 들의 롤 모델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중 극소수 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현실을 담지는 않고 있다.  그런데 저자의 드라마 같은 성공담은 우리가 그녀의 성공에 '멋진걸!' 이라고 생각하는 다음 순간 그녀의 패배 이야기로 바뀐다. 그녀와 그녀의 의로인이 어떤 상황에서도 만족한다면 패배까지는 아니어도 이어지는 범죄 프로파일링 사례들에서 그녀의 노력은 국가 경찰과 법원의 조직적인 문제에 부딪쳐 철저히 무시된다. 그 뿐 아니라 현실을 직시 못하는 피해자 가족들의 이기심과 병리적인 집착을 보며 혼란스러워 한다.  그 중 가장 그녀를 괴롭히는 것은 그녀와 동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살인마들이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죽임을 당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진실을 알지 못하고 계속 추가적인 살인(특히 성적살해) 늘어나는데 가해자를 가려내지 못해 미제로 남는 사건도 따라 늘어나고 있다. 또 그 범죄 만큼의 살인마들이 평온한 마을을 활보하고 다니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의 의지가 하도 확고해서 책을 읽는 동안 어떤 점에서 그녀가 사이코패스나 성적살인 등에 대해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얼핏 들었다. 팻 브라운은 현재 미제사건의 수임에 대해 일체의 비용을 받지않고 있다. 다만 가해자의 변호인을 참여하는 경우에만 수임료를 받는다. 무료임에도 그녀의 서비스는 최고라 불리운다.

프로파일링 사례들에서 보여주는 사건의 재구성은 스릴러 소설에 버듬갈 정도로 긴박하다. 이 부분에 있어 번역과 감수도 잘 된 작품으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