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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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초인가? 유튜브에서 이미 랜디포시 교수가 출연한 '오프라 원프리' 쇼를 보고 감명을 받았다.
몇 가지 이야기가 기억이 나는데 늘 걱정을 하며 사는 '이오르'와 늘 방방 떠다니는 '티거'에 대한 이야기, 박사학위를 받은 아들을 '네 아들이랍니다. 방금 닥터가 됐지만 병을 고치지는 못한답니다.' 라고 소개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지금도 기억이 남는다.
 


최근 몇 주 동안 야근은 기본이요 철야을 주에 3~4회씩 하는 와중에도 책을 3권이나 읽었다.
지난 주일 그러니까 7월 25일, 아내는 사당까지 와서 식사를 같이 했다. 아내는 다시 다시 지하철을 타고 북쪽으로 가고 난 지하 서점에서 10분내로 읽을 책을 골라야 했다. 원래 사고 싶었던 책은 '내려 놓음'에 대한 책이었는데 찾지 못하고 있던 터에 이 책이 보였다. 덥썩 집어서 계산을 했다.

책의 분량에 비해 비싼 12,000원, 할인도 없이 그냥 샀다. 



랜디포시는 마지막 강의로 유명세를 타던 당시에 필자도 호감을 가지고 있던 카네기 멜론 대학의 컴퓨터공학부 교수였다. 그의 전공은 가상현실 - 생각만 해도 흥분이 되는 학문이다. 또 그는 말기 췌장암 환자로 반 년도 못 산다고 선고 받았고 임종 전까지 편안한 생을 마감하기 위한 최소한의 화학요법을 받고 있었다. 강단에 오른 그는 말기 암 환자로 보기에는 강단있는 모습과 밝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가 처음 던지 이야기에서 그는 자신이 죽을 날을 받아 놓은 암 환자이며 의학적으로 치료를 포기한 상태임을 밝힌다.
(그는 자신을 부상당한 사자로 표현하고, 부상당한 사자도 포효하고 싶어한다고 표현한다. 또 자신의 병을 '방안의 코끼리' 같이 감추고 싶은 이야기 지만 말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마지막 강의는 명예 퇴임하는 노교수들의 퇴임인사 같은 행사이지만 포시는 이 강의를 독특한 목적으로 사용한다.
그가 얼마남지 않은 시간 중에 작지 않은 시간을 사용하여 강의 준비를 한다. 이유는 그의 아이들 때문이었다. 아버지 없이 자랄 아이들을 위해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으며 자기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아버지의 주변 사람들을 통해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자신의 거실에서 촬영해도 되었지만 공개 강의를  통해, 방송을 통해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정하고자 했던 이유는 아이들이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서글픈 유년을 보내길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을 통해 자신의 아이들이 아버지의 부재 보다 더 큰 아버지의 존재를 느끼게 하고 싶어서 였다.

 

그는 디즈니랜드를 사랑했고 그 때문에 디즈니랜드에서 일할 꿈을 꾼다.
사실 디즈니랜드에서 일할 기회는 쉽지 않다. 교수 생활 중에 안식년을 얻어 일했던 이미지니어도 순전히 억지를 부려 얻은 자리였는데 여기서 그는 알라딘에 등장하는 마술카페트를 모티브로 한 가상현실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그래서 인지 그는 꿈을 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한다. 자신 스스로도 어린시절 디즈니랜드을 만드는 사람에 되겠다는 생각이 노력끝에 현실이 되었고 자신의 가르친 학생이 어린시절 제다이를 만들겠다는 꿈을 이루어 ILM에 입사하여 스타워즈 에피소드 II에서 중요한 역활을 한 것을 예로 든다.

  
포시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꿈을 확장하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들의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까지도 그가 들려주는 아버지의 사랑담긴 잔소리(?)을 듣게 하는 것이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마치 인생의 비밀이라도 되는 냥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마치 성자 처럼...

어느 날 그는 학교 근처의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는 볼크스바겐 비틀 카브리오레(헝겁 지붕이 열리는 차)의 지붕을 열고 왼손을 차 문위로 살짝 내어 놓고 음악을 들으며 평안한 얼굴로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었다. -  누가 그를 말기 암 환자라 하겠는가?


나의 마지막 강의를 어떤 내용을 꾸며야 할까?

 

성자 랜디포시는 2008년 7월 25일 새벽, 자택에서 좋은 세상으로 떠났다.
필자가 책을 사던 날로 부터 꼭 2년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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