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박철 옮김 / 시공사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십년 전인가 집 창고에서 68년 판 돈키호테를 찾아내었다.
매우 어려운 구어체로 씌인 책을 감히 읽어볼 엄두가 나지 않아 책장에 고히 모셔 두었다.

그리고 지난 3월 달에 시립도서관에서 10년전에 출간된 책을 빌려서 읽기 시작하였다. 900페이지 분량의 방대한 량과 구어체로 씌어져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한 주를 더 연장하고도 풍차와 싸우는 장면까지 밖에 읽지 못하고 결국 반납을 했다. 그리고 두 달 전에 이 책을 다시 쥐게 되었다. 가장 최근에 번역된 책 답게 문제가 매우 자연스러웠고 고급스런 양장에 중간 중간 삽입된 구스타프 도레의 아홉점의 삽화는 이 책을 매우 빛나게 한다. 이 책을 쥐면서 프로젝트가 난해졌다. 결국  732 페이지를 340여일 걸려서 읽어냈다. 이전와 읽은 철학자 아빠 때 처럼이라면 25일 정도면 읽어낼 분량이었다.  

 

 

잘 알려진 대로 돈키호테는 1605년 레판토 해전에서 투르크에 포로로 잡혀가 5년의 포로생활 끝에 돌아온 조국에서 공직생활 중(이중에 많은 시간을 감옥에서 본냄) 쓰기 시작한 '돈키호테 데 라만차'를 1605년에 발표한다.

1편은 발표하자 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고 우리가 알고 있듯이 비슷한 세대를 산  세익스피어와 동일시 하는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세르반테스은 자신의 삶을 돈키호테의 이야기내에 많이 반영한다. 젊은 시절에 이탈리아 주둔군으로 근무하고 이슬람 제국과의 해전에 다수 참여하고 부상도 입고 특히 유럽이 대승을 거둔 레판토 해전에서는 오히려 포로가 되어 5년간의 포로생활 후 후원자들이 몸값을 지불하여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소설내의 액자소설에서 이 이야기가 등장한다.) 귀국 후에는 무적함대에 물품을 조달하는 공무를 수행하는데 정확한 죄명 없이 여러차례 투옥되고 돈키호테의 초고는 감옥생활에서 작성이 된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 이야기내에서 자신의 생각을 많이 피력하는데 때로는 은유적으로 때로는 화자를 통해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이야기 자체가 당시 상황에서는 파격적(자유연애 등등...)이었기 떄문인지 이 작품이 자신의 생각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아라비아 작가를 통해 들은 이야기라고 강조한다.

이 것은 당시 합스부르크 왕조의 검열을 흐트리기도 문제가 발생할 당시 회피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세르반테스의 후반기 생을 볼 때 그의 이런 소심함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스스로는 라만차의 슬픈얼굴의 기사 돈키호테로 부르면 편력기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라만차의 노 귀족을 통해 그릇된 정보(특히 당시 유행하던 편력기사 소설의 무익함)가 얼마나 큰 문제이며 남녀 차별의 문제, 계급사회의 해악, 제국주위의 병페를 꼬집고 있다. 돈키호테가 활약(?)했다는 시기는 중세의 말엽으로 이탈리아에서는 이미 르네상스의 여명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고 중세 권위주의가 막바지에 이른 시기이다. 따라서 편력기사의 여행이라는 것은 이미 옛 이야기들로 치부되고 있었고 그런 시기에 돈키호테의 편력기사 수행은 시작부터가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또 스스로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이지만 논리의 비약과 외골 수의 생각으로 인해 실체를 보지 못하고 허상을 보는 그의 행동은 정신병적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돈키호테는 시작부터 부조리로 시작한다.

한 편 최근에는 돈키호떼라는 인물의 이상스럽고 너무나 고집스런 행동들이 너무나 개인화되고 획일화 된 사회의 정체성를 깨는 역활을 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필자 역시 그런 분석에 영향을 받아 이 책을 잡게 되었다.

오늘 날 우리의 상황을 볼 때 자신의 생각에 사로잡혀 모든 것을 그 안에 가두어 보고 헛되이 보면 현실도 왜곡하는 세대와 돈키호테의 광기가 다르지 않다. 또 반대로 정해진 길로만 가야 하고 평균으로 안전되게 살아가려는 세대에 아니라 하고 어뚱한 짓을 하는 돈키호테는 일종의 탈출구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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