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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절제 사회 - 유혹 과잉 시대 어떻게 욕망에 대항할 것인가
대니얼 액스트 지음, 구계원 옮김 / 민음사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유혹에 대항해서 실패를 자주 겪는 나여서 눈길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목차도 흥미로웠고 재밌을거 같아서 주문했는데 책도 두껍고 용어도 약간 어려워서 (왜인지는 몰라도 ) 초반에 읽다가 졸았다는...
사회과학 책을 그러고 보니 별로 읽은 적이 없다.
그런데 읽다보니 이해도 가고 흥미도 가서 꾸준히 몇일에 걸쳐 읽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저자는 상당히 많은 책과 실험 사례등을 인용하며 본인이 주장하는 바를 차례차례 얘기해갔다.
그래서 책이 이렇게 두꺼운건지도...
그런데 읽다보니 이 자기절제라는 개념이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는 사실을 저자가 꼭 집어 말해주지 않아도 알게 되었다.
자기절제, 더불어 자유의지 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신경과학, 심리학 등이 발달하면서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우리는 마음이 있는가 아님 인간이란건 단지 피와 살로 이루어진 집합체 인가..등의 오랜 철학적 문제 까지 이 자기절제라는 개념이 간단치가 않았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책에서 인용한 연구들에 따르면 자유의지라는 것이 없다는...증거가 많다고 한다.
인간은 얼마든지 "점화"될수 있고 통제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저자는 이러한 사실에 기죽지말고 인정하고 겸손함을 기르자고 한다.
우리는 얼마든지 통제될수 있고 자기절제력이 없어질 수 있으니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환경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중요한것은 우리를 너무 믿는 오만함에서 벗어나 인정하고 겸허히 자기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것이다.
전부터 느겼던거지만 사회가 너무 관대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다. 범죄에 대해서 말이다.
그 사람이 정신병을 앓고 있다면, 태어날 때부터 전두엽? 이런게 작아서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다면, 바람 피는 내연녀에게 너무 화가나 3명을 죽였다면, 당신도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이라고 말하며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어쨌든 사람을 죽인건데 말이다.)
뇌에 생긴 종양 때문에 의도치 않게 범죄를 저지른 어떤 사람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저자는 반문한다. 이 사람에게 죄가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뇌가 어떻느냐에 따라 우리는 자꾸 바뀌고 의도치 않은 감정에 휩싸이고 절제와는 거리가 먼 행동들을 하는 우린 정말 자유의지라는게 있는 것일까?
그렇게 유전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특징지어진 존재면, 그렇게 운명지워졌다면 나는 다른 선택을 할 수는 없는 것일까?
비약이지만 신경과학의 대두가, 심리학의 보편성이 난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다.
물론 인간을 깊이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이게 우리의 나약함의 변명이 된다면......? (문제는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그걸 사용하는 인간에게 있지만)
전엔 그냥 스쳐지나갔을 증상이었어도 이젠 무슨 증후군, 병 등으로 불리워지며 분석하고 파고들고 고치려고 하는 것이 과연 최선일지 고민할 일이다.
사회전체가 아니 우리 모두가 예민해져 있는건 아닐까...?
내 경험상으론 우울한 감정을 분석하고 거기에 머무를수록 헤어나오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우울은 그냥 우울이다. 지금은 세상이 끝날것 같은, 너무 슬픈 느낌이 들면 또 시작이구나..이러다가 그냥 생각을 딴데로 옮긴다. 물론 난 최악의 상태는 벗어난 상태지만.
이게 병은 병이지만 너무 병취급하니까 우울증이 마치 거대한 늪같다. 그냥 간단히 우울했을 감정도 너무 소중히 다뤄서 넘기지 못하다 보니 그냥 그 상태에서 멈춘거 아닌가. 뭔가 병이라니까 적어도 멈출 변명거리는 있는 셈이니까.
이 책의 요지는 이거다.
우리는 나약한 존재고 사회는 우리를 유혹하는 걸로 가득찼고 이 유혹에 대항해 자신이 원하는 2차적 욕구를 행하고 싶다면 자신을 너무 믿지 말고 주변환경을 바꾸라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를 올바른 길로 인도할 테니.
오디세우스가 세이렌을 피하기 위해서 귀를 미리 막은 것처럼 말이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이 유혹에 넘어갈 약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대비책을 세워둔 거였다. 통찰력이 있는 행동이다.
주변환경이 꼭 내 주변을 의미하진 않는다. 국가가 해 줄 수 있는게 더 많지 않을까?
뭔가 시스템적으로 사람들이 도탄에 빠지지 않는 예방책을 만드는것도 국가가 할 일이지 싶다.
저자가 생각하는 바를 다 따라갈수는 없었다. 드문드문 이해했다고 보는 편이 옳을지도.
그리고 지루한 편에 속하긴 했지만 군데군데 저자가 날리는 재치있는 유머에 실소가 나오기도 했다.
저자는 분명 재밌는 사람일 것 같다.
읽으면서 저자의 통찰력? 혹은 지식의 방대함에 감탄을 했다.
과학적 지식의 나열이었다면, 그래서 우리에겐 자유의지가 없다는 증거만 나열했다면 분명 우울한 내용이었겠으나 저자는 자기절제라는 난제와 더불어 해답까지 줬다.
'난 왜 항상 유혹에 넘어가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든다면 이 두꺼운 책을 권한다.(아주 두꺼운 책은 아닌데 난 왜이렇게 두껍게 보일까?) 끝까지 읽었다면 자기절제가 되는게 아닐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