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도 절대 안 돼?
리사 맨체프 지음, 유태은 그림, 김선희 옮김 / 한림출판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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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이 책은 반려동물로 기린을 키우고 있는 한 여자아이의 이야기다.

아이에게는 소중한 친구인 기린이 있지만, 반려동물 모임이 열리는 오두막에는 기린이 들어갈 수 없다.
너무 크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들의 반려동물은 모두 오두막 안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기린만 들어갈 수 없는 상황.
결국 아이와 친구들은 모두가 함께할 수 있도록 오두막 밖에서 반려동물 모임을 열기로 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 책은 우정과 다름을 인정하는 이야기다.
나와 다른 친구와 어떻게 함께 어울릴 수 있는지,
그리고 함께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 나는 자연스럽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친구가 같이 못 들어가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같이 놀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될까?”

아이들은 금방 이해한다.
함께 놀고 싶으면,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는 것을.

하지만 책을 읽으며 나는 또 다른 생각도 들었다.

기린이라는 설정은 단순한 반려동물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현실 사회를 비유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예를 들어
아이를 키우며 종종 마주하게 되는 노키즈존,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공간들,
누군가에게는 너무 자연스럽지만 누군가에게는 애초에 들어갈 수 없는 장소들.

이 책을 보며 내가 마주했던 현실의 공간들이 떠올랐다.
’기린은 너무 커서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그 다음이 중요하다.
“그럼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되지.”

누군가를 억지로 맞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간을 바꾸는 선택.

아이들에게는 우정과 포용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이지만,
어른이 읽으면 사회에서 수용되지 않는 것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아이에게 읽어주며 이야기 나누기 좋으면서도
어른에게도 여러 생각을 남기는 그림책이었다.

‘함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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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너에게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113
산드라 르구엔 지음, 세실 그림, 박재연 옮김 / 북극곰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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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충만했던 시절을 말하라면 단연코 임신했던 시간이다.

아이 둘이 내 몸 안에서 함께 심장을 뛰던 시간.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하루가 가득 차오르던 시간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너에게>를 읽으며 그때의 내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아이를 기다리던 날들, 배를 쓰다듬으며 속으로 말을 건네던 밤들.

세상과 단절된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세상 그 무엇보다 단단히 연결되어 있던 감각.

사실 그때의 나는 깊은 외로움 한가운데에 있었다.



엄마를 잃은 상실, 직장을 떠난 공백.

삶의 균형이 무너진 채 허전함이 크게 자리하던 시기였다.

어쩌면 그 외로움을 견디고 싶어서, 다시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어서 임신을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두 아이가 나에게 와주었다. 한 아이가 아니라 둘. 그 사실만으로도 이미 기적이었다.

아이를 품고 있던 시간은 이상하게도 외롭지 않았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충만했다.

배 속에서 느껴지는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하루가 환해졌다.

이 그림책 속 부모의 목소리를 따라 읽다 보니, 그때의 나의 표정과 숨결이 그대로 되살아났다.



책은 엄마와 아빠의 시선으로 아이를 기다리던 시간을 들려준다.

아직 만나지 않았지만 이미 사랑하고 있었던 마음.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를 믿고 환영하던 시간. 나는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말했다.

“엄마가 OO,OO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아빠도 정말 많이 기다렸어.”

아이들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 말이 지금 이 순간의 사랑을 더 또렷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이 책의 그림체 또한 인상 깊었다.

따뜻한 질감이 느껴지는 색감, 부드러운 선, 불룩한 배를 안고 있는 엄마의 모습, 아이를 바라보는 아빠의 표정.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이완되는 그림이었다.

과장되지 않았지만 충분히 따뜻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 시절의 온기가 전해졌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다시 한 번 말했다.

“세상에서 우리 OO, OO를 가장 사랑해.”

그 말이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기다림의 시간과 상실의 시간을 지나 얻은 진짜 고백처럼 느껴졌다.

이 그림책은 아이에게 사랑받는 존재라는 확신을 건네고, 부모에게는 처음 품었던 마음을 다시 꺼내게 한다.

나에게는 무엇보다, 가장 충만했던 그 시절을 다시 만나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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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수리 마음 더듬이 너른세상 그림책
김기린 지음 / 파란자전거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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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친구 이야기를 점점 더 많이 한다.

“오늘은 누구랑 놀았어”

“OO가 좋아.”

예전엔 그냥 옆에 있는 친구와 놀았다면, 이제는 좋아하는 친구, 마음이 맞는 친구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크고 작은 갈등도 생긴다.

나는 아이들이 트러블 없이 친구들과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에 무심코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사이좋게 지내야지.”

“그래야 착하지.”

“친구한테 양보해.”

아이들을 위한 말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수리수리 마음 더듬이>의 주인공은 더듬이가 ‘마음 더듬이’인 개미다.

이 개미는 늘 더듬이를 세워 친구들의 기분을 살핀다.

누가 속상한지, 누가 화가 났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재빠르게 알아차린다.

친구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서, 하기 싫은 일도 참고, 늘 친구들 눈치를 살핀다.

겉으로 보기엔 갈등 없는 착한 아이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마음이 조금 불편해졌다.

친구들의 마음이 우선이라 자기 마음더듬이가 길어져서 결국 그 더듬이에 갇히고 만다.

좋은 아이가 되려다 스스로를 지치게 하고 있었다.

갈등이 없다는 것이 정말 건강한 관계일까.

양보하는 아이가 항상 성숙한 아이일까.



그동안 나는 아이에게 “착하다”는 말을 칭찬처럼 건네왔지만, 어쩌면 그 말이 아이의 감정을 억누르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상해도 참는 아이, 화가 나도 웃는 아이, 하기 싫어도 고개 끄덕이는 아이.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여도 속에서는 조금씩 소진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그림책은 친구의 마음도 중요하지만, 내 마음 역시 중요하다는 것.

마음 더듬이를 밖으로만 세우지 말고, 안쪽으로도 향하게 하라고 얘기한다.

책을 덮고 나서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친구 마음도 소중하지만, OO 마음도 똑같이 소중해.”

“싫으면 싫다고 말해도 괜찮아.”

그리고 그 말은 아이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었다.

관계를 지키려고 애쓰다 보면 나 역시 종종 내 마음을 뒤로 미룬다.

괜찮은 척, 이해하는 척, 어른인 척.

아이와 함께 읽었지만, 어른인 내가 더 많이 돌아보게 된 그림책이었다.

착한 아이가 되기보다, 건강한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해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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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도 씽씽, 우리 모두의 놀이터 한울림 장애공감 그림책
크리스티나 포겔 지음, 릴리 바론 그림 / 한울림스페셜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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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늘 마음에 두고 있는 바람이 하나 있다.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는 시선 없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줄 아는 아이로 자라면 좋겠다는 것.

몸이 조금 불편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라는 걸,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기를 바랐다.

이 책이 그래서 더 반가웠던 것 같다.

<휠체어도 씽씽, 우리 모두의 놀이터>는 휠체어를 타는 아이 밀라의 일상을 따라가는 이야기다.

새 학교로 전학 온 밀라는 친구들과 어울려 뛰놀고 싶다.

하지만 놀이터에 가면 모래 때문에 바퀴가 빠지고, 동물원에서는 턱과 계단 앞에서 멈춰 서야 한다.

교실과 마을 곳곳에도 사소하지만 분명한 장벽이 있다.


책을 읽으며 나는 일부러 설명하지 않았다. 왜 밀라가 힘들까? 같은 질문도 던지지 않았다.

대신 장면을 천천히 함께 보았다.

밀라는 왜 불편한지, 밀라와 함께 어울리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게 했다.

친구들과 선생님, 마을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는다.

어떻게 하면 밀라도 함께 놀 수 있을지.

친구들, 마을사람들, 선생님 모두가 함께 도와 공간을 바꾸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배워간다.



마지막 장면에서 바뀐 놀이터를 보며 아이들이 말했다.

“이제 밀라 휠체어가 모래에 안 빠지겠다.”

“밀라도 행복하겠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빨리 본질을 알아본다. 우리가 굳이 가르치려 하지 않아도, 장면을 통해 충분히 느끼고 받아들인다.

그림책 한 권이지만 어른인 나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장벽을 ‘원래 그런 것’이라 여기며 지나치고 있을까.

계단 하나, 턱 하나, 익숙한 구조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멈춤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자주 떠올리고 있을까.

포용은 마음속 다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일이라는 걸.

아이와 나란히 앉아 책장을 넘기며 느꼈다.

편견을 없애는 일은 거창한 교육이 아니라 이런 이야기들을 자주 만나는 것에서 시작된다.

누군가를 특별하게 배려해야 할 존재로 구분하기보다, 처음부터 ‘함께’라는 전제를 두고 생각하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책이었다.

아이에게는 공존의 감각을, 어른인 나에게는 우리가 놓치고 있던 시선을 돌아보게 해준 이야기.

아이와 꼭 함께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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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탱해주는 언어
유세진 지음 / 사유와공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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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 입니다.


<나를 지탱해주는 언어>는 아나운서이자 심리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는 유세진 아나운서가 쓴 책이다.

처음 이 책에 관심이 간 이유는 단순했다.
나 역시 심리상담사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상담가의 언어는 무엇이 다를까?’
‘상담실에서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말은 어떤 결을 가지고 있을까?’
그 궁금함이 책을 펼치게 했다.

이 책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돌보는지에 대한 책인 것 같았다.

저자는 공감력이 높고, 예민한 기질을 지녔으며, 우울증을 겪었던 경험도 솔직하게 풀어낸다.
그 부분이 나와 비슷해 공감이 많이 됐다.

누군가를 깊이 이해하는 사람은, 먼저 자기 안의 상처를 오래 들여다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나를 지탱해주는 언어’는 거창하지 않았다.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는 것.
지치면 멈추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나와 친하게 지내는 것.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잘해내지 못한 나를 다그치지 말고, 우울과 불안을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내가 보내는 신호로 받아들이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전업 주부다.
그렇지만 가만히 늘어져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우울해질 것 같아서 요즘은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아이들 육아도 더 열심히 하며 쉼 없이 나를 채찍질해왔다.

그게 나를 위한 일이라고 믿었다.
멈추면 뒤처질 것 같아서, 멈추면 내가 초라해질 것 같아서 쉼없이 달려온 것 같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는 나를 단단하게 세운다면서
사실은 계속 몰아붙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쉼 없이 나를 채찍질하는 일들이
어쩌면 나를 더 공허하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저자는 말한다.
회복은 더 노력해서 오는 게 아니라 멈출 수 있을 때 온다고.

잘해내는 사람이 아니라 지칠 줄 아는 사람이 오래 간다고.

내 편이 되어주는 문장들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허전한 사람,
멈추면 안 될 것 같아 계속 달리고 있는 사람,
‘잘해야만 괜찮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해버린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마음의 쉼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분명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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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추천 #심리에세이 #책리뷰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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